[김중연의 리뷰] 소설 채식주의자, 하루하루 구속당하며 살아가는 이 시대의 영혜들에게

in #ko-kr7 years ago

*게시글을 수정하지 못하여 재업로드 하는 글 입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image]() 인간은 참으로 나약한 존재다. 먹이사슬의 정점에 있는 것이 인간이라고 하지만 '생명의 희생'이 없다면 단 하루도 살아 갈수없는 것이 인간이다.

영혜에게 아버지와 남편은 본인의 삶의 '대부분'이었을 것이다. 아버지가 시키는대로, 남편이 원하는 대로, 이 사회가 요구하는 모습으로만 살아갔던 그녀는 누군가에게 희생되어지는, 즉 먹이사슬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 역시 무언가를 희생시키며 한 생명을 잘근잘근 씹어오며 살아왔다.

이것이 그녀가 육식을 하는 사람에서 채식주의자로 또 더 나아가 채식주의자에서 자연, 나무, 저 숲에 있는 작은 풀 하나가 된 계기다.

타자의 시선에서 더 이상 정상이 아닌 영혜를 정신병원에 입원시킨 언니는 그녀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기만을 빌었다. 그러나 영혜는 어떠한 생명도 섭취하지 않았다. 밍밍한 채소들도 조차 먹지 않았다. 이따끔식 물을 요구하고 밖으로 나와 햇빛아래 있는 것이 그녀가 섭취한 전부였다. 마치 한 그루의 나무처럼.

늘 아버지와 남편이 원하는 모습으로 살면서 자신의 모습을 잃고 희생되어졌던 영혜는 본인의 삶을 자신에 의해 희생되어진 수 많은 생명들의 삶에 투영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채식주의자에서 더 나아가 자연, 저 푸르게 반짝이는 나무 그 자체가 되었을 때 그녀는 더 이상 어떠한 생명의 희생이 없어도 살아갈수 있는 존재가 되었다. 이따금 쏟아지는 비와 따스한 햇살만으로 살아갈수 있는 그런 존재가.

자신을 통해, 본인들의 삶을 좀 더 완성시키고 싶었던 남편과 아버지, 여태껏 맛있는 고기를 먹으며 살아왔던 그녀는 느끼지 못했던 해방감을 그제야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하루하루 '자기를 잃어가고 구속당하며' 살아가는 이 시대의 영혜들에게, 누군가를 밟고 올라서야만 살아가면서도 그것없인 살아가지 못하는 모순적인 우리들에게 한강이 말하고자 했던 해방은 '희생'이라는 그 숭고한 자연의 순리를 잠시 돌아보자는 것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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