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에 묻은 꽃잎

어깨에 묻은 꽃잎이 선명하게 초라했다.
버려야지 생각하고 바닥에 버렸다.
버리고 나니 계속 생각이 났다.
버릴까 말까 버릴까 말까 버릴까 말까
몇번의 고민 끝에
나는 바닥에 버린 게 아니라
버리고 싶지 않아서 바닥에 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다시 주워서 책 사이에 끼워 두었다.
변명을 해 보자면 선명하고 초라하지 않은 꽃잎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애초에 마음을 주지 않으려 했던 것 같다.
그런데, 꽃잎은 늘 선명하고 초라하지 않던가?
조금 더 선명하고 조금 더 초라한 이 꽃잎이
내게 큰 의미였다는 것만으로
족하다.
그러나 나는 언제든 이 꽃잎을 책에 두고 잊을 수도 있고,
싫어지면 책 사이에서 빼 휴지통에 버릴 수도 있다.
나중에는 잊었다가 이 귀찮아진 존재를 휴지통에 버릴 수도 있다.
그래도 지금은 책 속에 고이 보관하고 싶었다.
싶다.
그것이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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