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 인공 기관지, 그리고 스타 의사의 추락(마키아리니 스캔들)

in #kr6 years ago (edited)

곧 몇개월 후면 펠로우라고 부르는 단기 비정규직 신분이 될 예정입니다. 병원에서 모시게 될 한 교수님은 조직공학(인공 기관지)으로 명성을 얻어가고 있으신 가운데, 관련 연구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이 어떻겠는지 권유를 하셨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컴퓨터를 활용한 일을 해보고 싶지만, 일단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봐야하니 만큼 관련된 논문을 알려주시면 공부해보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이때 이런 말씀을 주셨습니다.
"이 두 논문을 봐바, 의사로서는 이미 끝난 것이나 다름없는 것 같은데 이 분야의 발전에 대한 기여는 무시할 수 없을 테니까."

무슨 이야기지? 다소 의아했습니다.
그리고 말씀주신 두 논문을 읽으면서, 그리고 관련된 내용을 확인하면서 의미있는 이야기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신기하게도 관련내용이 국내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심지어 나무위키에도 안실려있습니다)

<Tissue Engineered Airway>

이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인공 기관지'에 대해 먼저 알아보겠습니다.

기관지는 성대로 부터 폐까지 이어져있는 관 입니다.

우리나라 말로 번역이 쉽지 않아서 그렇습니다만, '인공 기관지'라고 하기보단 tissue engineered airway (조직공학적으로 처리된 기도) 라고 해야할 것 같습니다. 인공이라고 하면 직접 만들어냈다는 의미만 포함되니까요. Dr. Macchiarini가 2008년도에 Lancet에 실린 논문은 사체공여기도(사망한 시신으로 부터 기증받은 기관지;cadevar donor airway)를 이용했었습니다. 사체로 부터 기증받은 기도를 이런저런 화학처리를 한 뒤에, 환자의 코 안에 있는 점막과 골수를 이용해서 상피세포와 연골세포를 추출하고 이를 기증받은 기도에 부착하여 증식시켜 만든 이식체(airway graft) 였습니다.

그리고 당시 30살이었던, 결핵으로 인해 기관지 협착(airway stenosis;좁아짐)이 왔던 환자에게 이식(transplant)를 시행하였습니다.

위의 그림과 같이 한쪽 주기관지에 협착이 왔고, 아래와 같이 해당 부분을 잘라내고 이식을 시행하였습니다.

이 일로 인해 마키아리니는 유명세를 타게 됩니다.

2008년도 BBC 뉴스 : http://news.bbc.co.uk/2/hi/health/7735696.stm

(여기서 잠깐...이미 간이식, 신장이식은 많이 들어봤을 것입니다만, 기관지 이식은 많이 못들어봤을 것입니다. 이식이라는 분야가 사실 장기마다 다른 고려점들이 있어 기관지 이식은 다른 기관(solid organ)에 비해 아직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분야입니다..특히 이놈의 '침(saliva)'이 아주 큰 골치거리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2011년에는 사체로 부터 제공받은 기관이 아닌, 합성된(synthetic) 구조물(matrix)를 이용한 이식물을 만들어 이식 수술을 시작하게 됩니다.

3D 프린터를 생각하면 됩니다. 물론 정확히 3D프린터라고 아닌 것 같습니다만, 논문에는 CT를 이용해 크기 등을 구한 다음 nanocomposite polymer (POSS-PCU; polyhedral oligomericsilsesqui- oxane [POSS] covalently bonded to poly-[carbonate-urea] urethane [PCU]) (대체 뭐라는거냐??!) 를 사용했다고 합니다.

2011년도 BBC 뉴스 : http://www.bbc.com/news/health-14047670

한글 뉴스 : http://news.donga.com/3/all/20110708/38666225/1

이쯤부터 마키아리니는 스타 의사 반열에 오릅니다. (2010년에 이미 조직공학, 재생의학 쪽에서는 이미 선구자적인 위치에 있었습니다)

이후 약 5명 정도의 환자에게 같은 시술을 진행하게 됩니다.

우리나라 TV 프로그램 및 뉴스에도 나왔습니다.

뉴스 : http://www.koreaherald.com/view.php?ud=20130501000715

MBC 다큐 : http://www.imbc.com/broad/tv/culture/spdocu/love/love_2013/2209969_67526.html

(이미 고인이 된 환아의 명복을 빕니다)

 

<스캔들의 시작>

마키리아니의 성공에는 의학적 연구 성과 뿐만아니라, 여러 언어를 구사하며 잘생겼다(?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출처는 BBC 뉴스입니다)고 합니다. 또한 이 분야가 소위 cutting-edge 분야이기 때문에 편승효과(band-wagon effect)가 있었다고 합니다.

아무튼 너무 유명세를 떨친 탓이었을까요, 수술 한 환자들이 대부분 사망하는 결과를 맞이하게 될 무렵, 2015년 부터 내부자들의 고발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논문의 결과를 조작해서 발표했다는 것과 환자 수술 후 합병증에 대한 조치 등에 대해서입니다. 점점 비판이 고조되자 2016년에는 'Experimenten'이라는 제목으로 이 문제를 파해진 TV series가 방영되면서 해당 기관장이 사퇴하는 일들도 발생합니다.

그리고 조사 끝에 Stockholm County Council 에서 보고서를 발표하기에 이릅니다.

보고서 : https://web.archive.org/web/20170225072359/http://www.sll.se/Global/Verksamhet/H%C3%A4lsa%20och%20v%C3%A5rd/Nyhet%20bilaga/The%20Macchiarini%20Case%20Summary%20(eng).pdf

한글 뉴스 :

줄기세포 명성 마키아리니 박사 윤리문제로 해고

 

간단히 보고서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제 번역이 완벽하지 않은 만큼, 관심있는 분들은 보고서를 직접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1. 이미 그와 함께 일했던 동료들로 부터 그의 decision(즉 어떤 환자에게 어떤 수술을 할지), 협업 능력에 대한 비판이 있었음에도 당시 몸담았던 KI (Karolinska Institute 및 University hospital)의 senior가 특별한 검증 과정없이 technical skill만 보고 고용함. 또한 흉부 수술을 전공했음에도 ENT 파트에 자리를 만들어줌

  2. 그가 수술했던 환자들 중 3명은 실제로 기관지 이식술을 받을 만큼 심각한 상태가 아니었음. 이 중 한명은 오히려 이식 후 증상이 악화되어 사망한 것으로 판단.

  3. 동의서(informed consent)를 받는 과정이 불분명함, 스웨덴에서 흔히 쓰이는 양식 조차 아니었음. 다른 의사들과의 논의(multidisciplinary conferences)의 부재, 부적절한 인공 기관지(synthetic material)를 사용.

가장 충격적인 것은 '동의서' 부분입니다. 3명의 환자 중 첫번째 환자(2008년도 케이스)만 서명(signiture)된 동의서를 발견할 수 있었고, 동의서의 내용은 환자가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의 내용을 담고 있었고며, 이 동의서는 윤리위원회(IRB)의 검토도 거치지도 않았다고 합니다. 환자들은 수술에 대한 어떠한 내용도 개별 의료진과 토의(discuss)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동의서 및 IRB, 연구 윤리에 관련된 글은 @doctorbme 님께서 너무 잘 정리해주셔서 첨부합니다.
Informed Consent (사전 동의, 알려 준 후의 동의) - (임상) 연구 혹은 진료에 있어서 필수 요건

수술 후에는 유명세 때문에 여러 병원을 돌아다니며 일을 하느라, 환자가 합병증이 생겨도 잘 신경쓰지 못했다고 합니다.

  1. 그가 행한 일련의 과정들, 골수로 부터 세포를 채취하는 등의 과정들이 실제로 임상시험에 이를 정도로 충분한 근거가 마련된 상태가 아니었음

  2. 그 외에 이식에 이르게 되는 일련의 과정이 만약 윤리위원회의 심사를 거쳤다면 거절당했을 수준이였음.

등의 여러 여러 내용이 30페이지에 걸쳐 적혀있습니다.

 

<판결>

2016년 6월, 그의 'involuntary manslaughter'(고의적이지 않은 살인)에 대한 재판이 시작되어 2017년 10월 그의 소송은 취하됩니다.

스웨덴에서 이루어진 수술 5건 중 4건의 '태만'에 대해서 그의 책임이 입증되지 않았으며, 아직 입증되지 않은 이식물 및 수술 방법에 대해서는 역시 환자가 대부분 사망하여 증거를 확인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위키 참조)

 

<Epilogue>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저 역시 전공의 근무 중에 어쩔수 없이 행할 수 밖에 없었던 비윤리적인 행위들. 그리고 병원을 그렇게 만든 시스템에 대한 안타까움들이 있습니다. 이에 대한 내용은 논쟁의 소지가 많기에, 그리고 이 글에 어울리지 않는 주제니 만큼 넘어가겠습니다.

 

스타 의사의 탄생과 몰락. 그리고 그 기저에 깔려있는 성과중심주의, 윤리의식의 부재.

마치 몇년전 우리나라의 한 사건이 떠오릅니다.

 

References:

https://en.wikipedia.org/wiki/Paolo_Macchiarini

https://www.nytimes.com/2014/11/25/world/leading-surgeon-is-accused-of-misconduct-in-experimental-transplant-operations.html?_r=0

http://ijme.in/articles/ethical-perspectives-and-ramifications-of-the-paolo-macchiarini-case/?galley=html

https://www.euroscientist.com/macchiarini-scandal-overstepping-research-ethics-mark/

http://www.bbc.com/news/magazine-37311038

http://www.nytimes.com/2012/09/16/health/research/scientists-make-progress-in-tailor-made-organs.html

http://www.nibp.kr/xe/news2/54841 (https://www.instiz.net/pt/1269050)

http://mlbpark.donga.com/mp/b.php?p=1&b=bullpen&id=201712260012243511&select=&query=&user=&site=donga.com&reply=&source=&sig=hgjTSY-1hhjRKfX@hlj9Gg-Y4hl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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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칫하면 놓칠 수 있는게 윤리적 이슈인 것 같습니다. 특히나 임상 선생님들의 경우에는, 치료자(의사)로서의 역할과 연구자로서의 역할이 같은 듯 하면서도 살짝 다를 때가 있어서 고민이 드는 지점이 생기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IRB 승인도 없고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동의서 부분이 엉망이면, 연구라고 하기보다는 그냥 테스트에 가까울 수도 있었겠군요.

임상 시험의 이름을 내건 생체 실험이나 다름 없지요. 의료 윤리는 항상 어려운 것 같습니다. 때론 의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놓치는 경우도, 때론 자신의 업적을 위해 잠시 눈감는 경우들이 발생하게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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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적인 검토도 없고, 가장 기본적으로 생각되는 환자의 동의도 없었다면 .. 환자를 연구를 위해서 희생시킨 것 그 이상 이하도 아닌 것 같아 씁슬합니다 .

모든 직업이 비슷하겠습니다만, 스타가 되고 싶어 아주 기초적인 것 조차 놓쳐버리는 일이 생기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 분야는 그것이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었다보니 더더욱 위험 할 수 있는 것이겠지요.

일반인들이 쉽게 알기 힘든 내용을 읽기 쉽게 적어주셨네요. 어느 분야건 복잡 다단한 이슈가 구조적인 문제와 얽혀 쉽게 판단할 수 없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도 그런 것 같네요.. 여튼 잘 읽었습니다~

쉽게 이해하셨다니 다행입니다. 글을 풀어쓰는 재주가 없어서요 ;

잘 읽었습니다. 글의 내용과는 관계없지만, 이대목동병원 사태만 보더라도 의료계 내 만연한 비정상적 행태가 정상화 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의료계의 정책을 좌지우지하는 보건복지부는 더이상 행정 편의주의적인 정책을 만들기 보다는, 번거롭고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의료계가 정도를 걸을 수 있게 도와주었으면 합니다.

동감입니다. 잘못한 부분은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그런 일이 다시는 안 생길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줘야만 합니다. 정말 그 사건에 대해서는 쓸 이야기가 한가득합니다만, 뭐낙 민감한 이슈라 쉽게 풀어낼 수 없네요..

정말 무서운 사건이 있었군요...
역시 의료윤리가 뒷받침되지 않는 의학은 파국으로 치달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다시 한번 정리됩니다... 좋은 글 감사드려요!

의사-의사 사이에서도 수많은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고, 현장에서 곧 마주하시게 될텐데요. 부디 원하는 전공과로 잘 향해가시길 바랍니다 :D

전문성보다 중요한 게 윤리 의식인 거 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실제로 환자분들이 느끼게 되는 전문성, 친절함과는 완전 다른 요소인 것 같습니다.
잘못된 지식으로 대중을 호도하는 일부 의사들에게 부족한 부분이기도 할 것 같고요.

병원마다 진단이 다를 때 난감하더라고요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의료소송을 몇 개 정도 한 경험이 있는 변호사인데요, 생각보다 기본적인 것들도 지키지 않는 (못하는) 병원 등도 많다는 것을 종종 느꼈습니다. 앞으로 글 많이 보고 공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제가 오히려 많은 지식을 얻어갑니다. 좋은글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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