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바오로 사도의 회심 이야기에는 한 인간의 역설적 삶이 보입니다.
열정적인 바리사이로 그리스도인들을 박해하던 사울의 눈은,
하늘에서 내린 빛과 부활하신 예수님의 음성을 들은 이후 사흘 동안 감겨집니다.
마치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에서 부활로 넘어가는 파스카 성삼일처럼 사울에게도
이 암흑의 시간은 참된 진리를 깨우쳐 바오로 사도가 되는 정화의 시간이 됩니다.
사울의 나쁜 평판을 듣던 하나니아스는 주님의 환시 속에 바오로가 사도로 선택된 것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바오로를 “내 이름을 알리도록 내가 선택한 그릇”이라고 하시고,
바오로가 “내 이름을 위하여 얼마나 많은 고난을 받아야 하는지 그에게 보여 주겠다.”고 하십니다.
사울의 회심은 그가 가진 바리사이의 열정을 그리스도를 증언하는 열정으로 바꾸어 주신 하느님의 섭리였습니다.
실제로 바오로 사도는 세 차례의 전도 여행에서, 수많은 박해와 죽음의 위협에도 그리스도의 사람으로 예수님의 길을 걸었습니다.
예수님을 따르는 길은 그분의 수난에 동참하고 부활을 희망하는 삶이었습니다.
제자들에게 예수님께서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른다.”고 하신 말씀은, 예수님의 고난의 잔을 함께 마시고,
십자가를 짊어지며 육신의 고행을 기쁘게 감내하는 사람이야말로
살아 계신 하느님을 만나는 지혜를 얻는 사람임을 일깨워 주시는 것입니다.
영원한 생명은 예수님 안에서 이루어 주신 하느님의 섭리를 믿고,
시간의 속박에 얽매이지 않고 성령의 인도에 따라 자유로운 영혼이 될 때 얻게 될 것입니다.
(송용민 사도 요한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