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기행] 토론토에 있던, 세계에서 가장 크다는 서점
제목에서 보이듯, 이제 이 서점은 없습니다. 2014년에 3월에 망해서 건물이 통째로 사라졌으니까요.
제가 방문한 건 2012년 11월. 토론토에 시상식이 열려서 상 받으러 갔을 때였습니다. 제 인생에서 반짝이는 순간인 거죠 저녁 행사였고, 그래서 남은 시간을 때울 겸 찾아간 게 세계에서 가장 크다는 서점이었습니다. 서점 기행이 취미인 사람에게, 상호 자체가 "World's Biggest Bookstore" 인 이곳은 안 가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세계에서 제일 컸나?
1980년에 칼과 잭 콜이란 사람이 서점을 차리고는 갑자기 "세계에서 가장 큰 서점"이라고 주장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찾아보니, 서점 면적으로 가장 큰 건 뉴욕 피프스 에비뉴에 2014년까지 있었던 '반스 앤드 노블 칼리지 북셀러스'라고 하네요. 책꽂이 면적으로는 앞서 소개한 포틀랜드에 있는 파웰 시티오브 북스가 최고 맞는다고 합니다. 어찌 됐든 세계에서 가장 큰 서점을 주장하던 이곳과 반스 앤드 노블 뉴욕점이 같은 해 정리되면서 업계에서는 "대형 서점 시대는 끝났다, 온라인이 대세고 아마존이 호령할 거다" 했던 걸 기억합니다만, 저는 충분히 망할 이유가 있었다고 봅니다.
특색도, 가야 할 이유 없던 서점
제가 서점에 들어서자마자 발견한 건, 우리 동네 인디고(캐나다의 서점 연쇄점) 와 똑같이 배열해놓은 서가였습니다. 들어가면 가운데 할인 품목 있고, 그 뒤에 문방구 있고, 그 양 옆으로 왼쪽은 문구류, 그 너머에 소설류, 오른쪽은 잡지-실용서적-아동 서적 순. 당연히 그 서점만의 색이란 게 전혀 없었던 겁니다. 그냥 동네에 있는 연쇄점을 뻥튀기해놓은 정도? 그렇다고 다른 대형 동네 서점처럼 자체 추천을 하고 있지도 않았습니다. 인터넷으로도 볼 수 있는 챕터스 인디고 책 순위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주차비 들여가면서 토론토 시내에 이 서점을 올 이유는 전혀 없는 겁니다.
캐나다 쇼핑몰에 가면, 거의 어디든 똑같은 분위기의 서점, 인디고가 있습니다.
서점에는 그 서점만의 분위기가 있어야 한다
파웰 시티오브 북스 소개할 때 빼먹은 얘기가 하나 있습니다. 파웰에 가면 종이를 받아서 자기가 좋아하는 책 밑에 추천사 쪽지를 끼워 넣을 수 있습니다. 예컨대, "스포일러! 이거 정말 재밌다고!"라거나 "인생을 바꾸는 소설이야 챕터 3까지만이라도 읽어봐".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그리고 직원들이 상당히 전문적입니다. SF 부문에서 아서 클라크에 관해 물어보면 작품 목록과 함께, 그가 휴고상을 뭐 가지고 받았고, 네뷸러상은 뭐로 받았고, 그리고 뭐를 봐야 그의 작품 전성기 때고, 뭐는 좀 약하고... 그런 실력을 보면, '일하는 사람들이 정말 책을 사랑하는구나' 싶습니다. 그러나 대형 서점은 대체로 단말기 검색대가 놓여있죠. 그래요. 책을 참 효과적으로 찾아줍니다만, 책에 관해 대화하는 재미는 단 하나도 없는 겁니다.
그래서 세계에서 가장 크다는 서점은 들어간 지…. 한 10분 정도 돼 다시 나왔습니다. 오히려 그 근처에 있던 헌책방이 훨씬 재밌었습니다. 옛날 만화책도 쌓여있고, 정말 싼 값에 문고판도 쌓여있고요. (펭귄 북스) 행사에 가야 해서, 집어 들었다가 내려놨습니다만, 꽤 흥미 있는 책들이 몇 권 있었습니다.
서점은 말입니다. 크다고 최고가 아닙니다. 그 특유의 분위기와 지역사회와 호흡하는 내용이 없다면, 책 슈퍼마켓일 뿐이에요.
그리고 뜬금없지만... 햄버거는 포틀랜드든 토론토든 여기가 최고 라고 생각합니다. ㅎㅎ
서점시리즈 넘 좋네요. 서점방문이 취미인 사람으로써 너무 공감되네요. 저도 동네와 호흡하는 매력적인 서점을 좋아합니다. :)
감사합니다. 사실, 동네의 작은 서점은 많이 사라지고 있고, 몇 개의 근거지(?)만 남게되는 실정이긴 합니다.
그렇군요. 한국은 조금씩 동네서점이 생겨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오가고 있어요. 물론 경제적으로 자리잡는 과정은 시간이 더 걸리겠지만요. ㅎㅎ
오오.. 서점 리뷰라니 멋지네요.
큰서점은 둘째치고 작은서점도 찾기 힘들어서 개인적으로는 아쉬워요.
클래식한 감성이 살아있는 서잠들이 많아지길 바랍니다..... 그럼 책을 읽어야하는데..ㅎㅎ;;
한국은 잘 모르지만, 북미에서는 서점은 점차 줄어들고 서점+카페+사랑방 개념이 점차 자리 잡는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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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이름이 세상에서 가장 큰 서점이었군요
특색있는 작은 서점이 매력있죠
어차피 그 많은 책 다 볼 일도 없고 필요한 책은 인터넷으로도 구입 가능하니까요 ㅎㅎ
그렇죠. 저도 아이러니 하지만, 더이상 종이책은 구매하지 않는 편입니다. 미니멀리즘이란 거에 빠져서...
캐나다에는 아직 종이책 서점이 살아 남아 있나보군요
한국은 골목 책방들을 다 문닫는 분위기 입니다. ㅠㅠ
서점에 들러 책고르던 시절이 그립습니다.
첨뵙고 팔로해요^^
캐나다도 지금은 많이 종이책 서점이 문 닫았습니다. 인구가 많은 지역, 도심에는 이미 많이 사라졌고, 부도심에 동네 마다 하나 정도 남는 수준입니다.
누군가가 리스팀 해주셨나봅니다. 서점 사진이 궁금해서 들어왔다가 재미있게 읽고 팔로우 합니다. 상호가 세상에서 제일 큰 서점이라니.. '제일 재미있는 서점'이었다면 차라리 더 오래 갔을 것 같네요.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상호에서 주는 아이같은 허세는 재밌었지만, 그 내용이 너무 부실했다고 생각합니다.
서점만의 색이 살아있어야 한다는 말에 너무 공감합니다! 좋은 글 감사해요! :)
공감해 주시고,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짱짱맨 출석부 호출로 왔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