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든 • 손

in #steemzzang2 years ago

눈송이가 점점 자란다
벙어리장갑 낀 조막손으로
눈을 굴리는 아이들
머리하고 몸통이 똑같으면 안 되는데
눈이 조금밖에 없다고 하는 소리를
못 들은 체 할 수 없어서

눈송이가 점점 작아진다
멀리 나간 아들을 기다리며
넉가래로 눈을 밀다
잠시 허리를 펴고 하늘을 보는
걱정스런 눈빛이 밟혀서

눈송이가 점점 커진다
어디 외딴 집에
침침한 눈에 귀도 먹먹하게 늙어
장독뚜껑을 더듬거리는
그믐달처럼 야윈 등허리에
밤늦도록 눈을 쏟는다

함박눈이 그렇게 흑백의 점묘화를 그리던 한밤 내/ 정끝별

그래 우리는 둘이서
함박눈이 한밤의 길바닥에
번지는 잉크처럼
검은 그림자를 피웠다 사라지는 걸 보았지

가로등 아래서

흰 점 한 점은 다다다
흰 점 만 점은 더더더
뜨겁게 그을린 내력 위에 살그머니 내려앉자

금세 지워지는 한 번의 생
무슨 자서전이길래 저리 하얗게 지우려는 붓끝일까

먼 데서 온

한 편의 시처럼
그것참 행간 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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