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jy의 샘이 깊은 물 - 진퇴무로(進退無路)

in zzan5 years ago

지금은 몸도 둔해지고 시간 내기가 어려워 못 움직이지만 그전엔 산엘 꽤 자주 가는 편이었다. 시간만 나면 혼자도 산을 찾았다. 특히 우리 동네는 산이 많아 어디를 가도 누구에게나 적당한 산을 찾을 수 있다.

한 번은 친구들과 약속을 했는데 어긋났다. 나는 약속시간 보다 조금 빨리 도착했다. 입구에서 조금 기다려도 친구들이 보이지 않았다. 자주 가던 산이라 슬슬 가다보면 따라오겠지 했는데 정상에 거의 다 가도 오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혼자 올라갔다.

그러데 그날이 평일이라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게다가 중턱까지는 흐린 날이었는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정상 바로 밑에 철제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야 하는 곳이 있었다. 그날 따라 장갑을 빠뜨렸다. 맨손으로 진눈개비가 쌓인 철제사다리를 한 칸씩 잡으면 손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그래도 방법이 없다. 거기서는 오직 올라가는 길 밖에 없었다.

주변에 사람들도 보이지 않고 누구에게 도움을 청할 수도 없었다. 오직 위를 보고 한 칸씩 올라갔다. 정상에 도착하니 손은 빨갛고 감각이 없었다. 다른 때 같으면 정상에서 심호흡을 하고 사방을 돌아보며 성취감을 만끽했을 터인데 아무 생각이 없었다.

어디선가 연기가 올라가고 있었다. 일단 사람이 있다는 신호였다. 무조건 연기 나는 방향으로 걸었다. 라면냄새도 나는 것 같았다. 앙상한 나무 사이로 빨간 등산복이 보이고 얘기소리가 들렸다. 망설일 것도 없이 다가가 말을 걸었다. 남자 둘과 여자 한 사람이 모닥불을 중심으로 앉아있었다. 그런데 놀란 사람들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반응을 보였다. 바로 불법 취사 중인 현장을 잡힌 셈이었다. 거기다 불까지 피우고 있었으니 그럴만도 했다.

그들의 얘기는 너무 춥고 무섭기도 하고 하산하는 길도 모르겠고 힘도 빠져 일단 가지고 간 라면과 빵을 먹으며 쉬기로 했다. 그러다 한 사람이 불을 피우고 있으면 연기가 나고 어디선가 도움의 손길을 만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그랬다고 하며 어정쩡하게 라면을 권했다.

나는 일단 불부터 끄라고 했다. 그리고 따뜻한 물을 마시며 체온을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졸지에 라면을 한 젓가락 먹으며 커피까지 마시고 함께 내려왔다. 그 사람들은 화가였다. 그들도 약속을 했는데 먼저 도착을 했고 중간에 만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되었다고 했다. 나도 싸가지고 간 쵸콜릿과 사과를 나누어 먹으며 젖은 낙엽에 미끄럼을 타기는 했지만 무사히 하산을 할 수 있었다.

인가가 보이는 곳까지 내려오니 빗줄기가 굵어있었다. 뒤를 돌아보니 산 정상은 구름에 쌓여 보이지 않았다. 약속한 친구들은 만나지 못했지만 다른 일행을 만나 무사히 하산을 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조금 걸어 버스정류장 근처에 있는 수퍼로 가서 식혜를 샀다. 따끈하게 데워 달라고 부탁을 드렸다. 한 모금 마시는데 속이 편안해지고 온 몸이 풀린다. 그럴 땐 커피보다 따끈한 식혜가 좋다. 그들도 나도 서로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그들은 나를 공무원으로 오해 했던 것 같았다.

지금 같으면 핸드폰이 있어 그런 일은 없었겠지만 그때만 해도 옛날이었다.
살다보면 약속이 지켜지지 않아 난처한 지경에 처할 수도 있고 산을 오를 때 출발할 때는 좋던 날씨가 팔부능선을 지나 악천후로 돌변하는 경우도 있다. 바로 진퇴무로(進退無路)라고 해야 할 순간이다. 그 때는 앞으로 가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빛이 있는 곳에 도착하는 가장 정확한 방법이다.

지금 그 길에 내가 서 있다. 그리고 이번에도 같은 결정을 할 것이다. 나는 앞으로 가기로 마음을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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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앞으로~! 가즈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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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스티미♨ 위로 가이원~! 힘차게~! 쭈욱~!

무조건 앞으로 앞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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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앞으로 가세요
뒤돌아 보지 말고...

뻔뻔하다 하시면 어쩌나 했는데
괜찮지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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