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em essay jjy의 샘이 깊은 물 - 정의의 사도가 미웠다.

in #kr9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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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의 사도가 미웠다. @jjy

친구에게서 얻어먹은 구운 오징어는 너무 맛있었다. 짭짤하고 쫄깃한 맛의 유혹은 오래 갔다. 너무 먹고 싶어 사달라고 했지만 한 마디에 거절당했다. 엄마는 오징어에 관한 안 좋은 기억이 있었다. 할아버지께서 밖에서 어울리시며 오징어에 찬 소주를 드시고 병을 얻어 돌아가셨다고 굳게 믿고 계셨다. 그래서 마른 오징어는 먹어서는 안 되는 식품이었다. 그래도 막무가내로 떼를 쓰니 지금은 안 되고 돈이 생기면 사주시기로 하셨다.

어느 날 우연히 발견하게 된 엄마의 지갑을 열어본 순간 쾌재를 불렀다. 지폐가 빼곡하게 접혀 있던 것이었다. 곧바로 엄마를 불렀으나 대답이 없었고 바로 밑에 동생에게 누나가 맛있는 거 사준다고 하면서 같이 가자고 해서 돌이 조금 지난 막내 동생 손을 잡고 나섰다. 꽤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담배 가게를 향해 신나게 걸었다.

우선 오징어를 한 마리 사고 트레이싱 페이퍼처럼 투명한 종이에 들어있는 크라운 산도라고 하는 과자와 빨간 바탕에 포도 그림이 선명한 네모반듯한 상자에 들어있는 밀크캐러멜도 하나 사고 노란 포장지에 들어있는 껌도 한 통 사고 먼 길을 의기양양하게 돌아왔다. 여기저기 과자 껍데기가 널려있고 우리는 방바닥에 전을 벌여놓고 엄마가 오신 줄도 모르고 먹고 먹여주고 신바람이 났다.

저녁이 되자 밥상머리에서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이윽고 밥상을 물리고 설거지를 마치신 엄마가 방으로 들어오시자 아버지께서 낮에 있었던 일에 대해 물으셨고 나는 엄마가 바쁘신 것 같아 동생하고 애기도 데리고 가서 사 왔다고 자랑처럼 굳은 표정의 아버지께 조잘조잘 늘어놓았다. 아버지는 그 일이 크나큰 잘 못임을 일러주시는 동시에 나중에 쇠고랑차고 순사가 잡아간다는 말씀을 하시는데도 그다지 잘못한 것 같지 않았다. 내가 왜 혼이 나야하는지 이해가 안 되었다. 한 참을 타이르신 끝에 하는 수 없이 내 죄를 인정하기에 이르렀다.

동생이 먼저 잘못을 빌고 종아리를 걷고 목침위에 올라섰다. 옆에서 맞는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나는 간이 오그라들었다. 나중에 쇠고랑차고 순사한테 잡혀가서 가막소에 가면 얼마나 무서운지 몰라도 지금은 회초리가 열배 백배 더 무서운데 이번에는 동생이 더 무섭게 나온다. 누나도 잘못했으니까 맞아야 한다며 내 바지를 걷어 올렸다. 저승사자보다 무서운 동생 손에 끌려 목침위에 올라서서 회초리가 닿기도 전에 비명을 지르며 동네가 떠나가게 울었다.

평소 같으면 벌써 쫓아오셔야 할머니는 다듬잇돌을 앞에 놓고 빨래를 개키시고 고모는 평소에 그렇게도 싫어하는 수를 놓는지 방에서 꼼짝을 안했다. 결국 매를 드신 아버지보다 끝끝내 모른 척하시는 할머니랑 고모가 미웠다. 내 바지를 걷어 목침위에 올려 세운 동생이 제일 미웠다. 모든 게 동생 때문인 것 같았다.

뭔가 골탕 먹일 궁리를 하고 있던 차에 동생은 좋아하는 구슬을 통째로 두고 동네 아이들과 자치기를 하고 놀았다. 동생은 구슬치기를 잘해서 언제나 구슬 통이 가득했다. 그 중 제일 아끼는 뼉다마라고 하는 파랗고 커다란 구슬이 있었는데 작은 구슬 열 개랑 바꾸는 왕구슬이었다. 그 뼉다마를 슬쩍 해서 갖다 버리려고 했지만 그걸로 성에 찰 것 같지 않았다. 통째로 들고 나가서 남의 논배미를 향해 던지고 구슬 통은 논두렁에 버렸다.

울고불고 하는 동생을 보며 시치미를 뚝 떼고 속으로 고소해 하고 있는데 약발이 끝나기도 전에 할머니께서 그 뼉다마를 세 개나 사다주셨다. 어린마음에도 점점 심술이 났다. 그런데 일이 꼬여도 보통 꼬이는 게 아니었다. 논에 갔던 아저씨가 동생 구슬통에 구슬을 담아가지고 오셨다. 동생 구슬통은 늦게 본 막내가 젖이 모자라 약국에서 파는 비락우유를 사다 먹이셨는데 그 분유통이 구슬통이 되었다. 그것도 할머니께서 동생 이름자인 임금왕자를 떡하니 새겨서 아무도 못 건드리게 하셨던 것이다. 그 아저씨는 논에서 주운 구슬을 통에 담아 우리 집으로 곧장 가져오셨다. 사필귀정이라는 말 그대로 정의의 편에 섰던 동생은 구슬이 더 많아졌고 철딱서니 없던 누나는 점점 심사가 뒤틀렸다.

장손인 동생은 언제나 의젓했고 어른스러웠다. 지금도 꽃을 보면 누나가 좋아하는 꽃이라고 하고 맛있는 과일만 봐도 고모가 좋아한다고 입버릇처럼 말을 한다고 올케가 전화를 한다.
착한 내 동생 그땐 미안했어.


대문을 그려 주신 @cheongpyeongyull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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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을 쓰려다가 @jjy님께 미안한 이 느낌은 뭘까요?

지금이야 다 지난 과거의 악업이지만 ^^
오늘따라 코인에 눈이 먼 제겐 @jjy님의 이야기가 BTC팔지 않은 동생에게는 세번의 스냅샷으로 세배의 BCC가 생겼다는 이야기로들리니..

사람은 참 자기가 듣고싶은것만 듣고 보고싶은 것만 보나봅니다.
나만 그런가?

그나저나 저도 산도와 밀크캬라멜이 먹고싶어지는 밤입니다 ^^

어떡게 하시겠어요?
그렇다고 어머니의 지갑을 슬쩍 하실 수도 없으시고
마스터님께 졸라 보심이

감사합니다.

누구나 추억은 가지고 있지만 이렇게 글로 풀어 내신다니 놀랍습니다. 소설 한대목 읽는 느낌입니다.^^

kingbit님도 충분히 하실 수 있으세요.
누구나 자기의 이야기는 있으니까요.
감사합니다.

어렸을 때야 누구나 다 그러지 않나 합니다 :)

저는 오히려 칭찬 받을 줄 알았어요.
동생하고 잘 놀았다고
그게 나쁜 일인줄도 모르고

감사합니다.

어릴적 동생과 싸운던 그때가 생각나네요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참 많이 싸우며 컸어요.
싸우면서도 늘 붙어 다녔고 ㅎㅎㅎ

저는 이 글을 읽으며 주제와는 거리가 먼 어른 노릇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배움니다. 이렇게 댓글을 달면 작가분에게 실례가 될지 모르겠으나 jjy님 댁 어른들의 말씀과 행함이 그시절 가정교육과 인성 교육의 기본틀이었다라는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본인의 경험 글이지만 지나간 과거 어느 가정의 한 때를 잘 그려낸 작품으로 이소재로 단편이나 중편 정도의 소설을 써 보시면 어떨까요. 실례를 모른척하고 적극 추천 올려 봅니다.
감사합니다.

잘 보았습니다.

잔잔히
들려주시는 글이 '동화' 입니다.
자주 들르겠습니다.
아직 보팅 힘이
미약하지만, 열심히 보팅도 하구욤~^^

감사합니다.
바위를 뚫는 것은 낙숫물이었지요.
반가운 동행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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