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7.23] 블록체인 세계. 신용과 신뢰는 다르다?

in #sct5 years ago

연어입니다. 사회 생활 전에는 신용(信用)과 신뢰(信賴)의 차이를 잘 구분하지 못하기 마련입니다. 사실 한자 보다는 영어 단어로 적으면 더 구분이 잘 되긴 하지요. credit와 trust. 한결 구분이 잘 되시는지요?


외계인도 무서워 한다는 중2 아이가 있다고 합시다. 이 아이는 일명 '삥땅'의 대가입니다. 엄마한테서 학원비나 책값을 받고는 삥땅치기 일쑤이지요. 엄마는 반신반의 하면서도 또 속아주고 맙니다. 이쯤되면 그닥 신뢰가 가는 아이는 아니겠군요.

  • 엄마, 좀 급해서 그런데 10만원만 빌려주세요. 빨리 갚을게요.

아이가 한 번은 엄마에게 급전을 빌립니다. 뭔가 사고라도 친건지.. 엄마는 걱정된 맘에 10만원을 빌려줍니다. 자식이 급하다는데 돈이야 받고 말고 간에 수습이나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었겠죠. 헌데 3일이 지난 후에 아이가 10만원을 갚습니다. 어이구.. 이 아이는 신용은 있는 아이였습니다.


신용과 신뢰의 차이를 대번에 이해할 수 있으셨는지요?

  • 신용 : 채권·채무관계를 내용으로 하는 인간관계
  • 신뢰 : 굳게 믿고 의지함

각각의 사전적 정의를 보면 위와 같습니다. 그렇다면 일반적으로 한 사람의 신용과 신뢰는 어느 시점부터 형성되는 것일까요? 음.. 딱히 정답은 없습니다만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신뢰는 대개 아이 시절 '거짓말'이란 것을 배우게 되면서 부터 형성된다고 보면 되지 않을까 합니다. 부모들은 아이가 처음으로 '거짓말'을 하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자못 충격이 크지요. 그리고 이를 바로 잡아주려 노력합니다. 왜냐하면 아이가 이 사회에서 신뢰있는 주체로 자라나길 바라기 때문이지요.

반면에 신용은 일을 하며 돈을 벌 수 있는 즈음에 형성되지 않나 싶습니다. 사실 처음엔 '신용'이란게 없습니다. 그 때까지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돈을 잘 갚았든 빚진 것이 없든 간에 신용이 아예 없는 것이죠. 그래서 첫 발로 내딛는 것이 '신용 카드'를 만드는 것입니다. 카드를 만들고 (카드사의 돈으로) 물건을 삽니다. 말하자면 강제로 돈을 빌렸군요. 그리고 결제일이 되면 청구되는 돈(빌린 돈)을 갚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신용이 처음 생기게 됩니다.

이렇게 빌리고 갚아야 비로소 신용에 대한 평가가 시작됩니다. 은행의 주업무인 '대출'이 저변에 깔려있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이러한 신용이 매우 중요합니다. 신용이 좋아야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의 돈을 빌릴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신용에 대한 평가는 곧 그 사람, 또는 그 기업체의 신뢰를 나타내기도 합니다. 이런 세상에서 힘이 강한 기관은 어디가 될까요? 바로..

  • 은행
  • 신용평가사

이 두 곳입니다. 무디스 같은 신용평가사는 심지어 국가 단위의 평가를 하기도 하죠. 일명 '국가신용등급'입니다. 어쨌든 은행과 신용평가사는 '신용-평가'라는 것을 바탕으로 힘을 쌓아왔습니다.


그런데 블록체인이 이 세상에 등장하면서 내던진 화두는 '신용'이 아닌 '신뢰'였습니다. 저는 이것이 매우 큰 변화였다고 생각합니다. 비트코인 백서는 이해하기 쉽지는 않지만 분명 '신뢰'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은행과 같은 기존의 금융기관이 신뢰받는 제3자의 역할로서 나서게 되면 결국 중앙집권적이 되고, 이들이 평가에 의존할 수밖에 없겠지요. 그리고 이들은 그 평가의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서 '신용', 즉 돈을 잘 빌리고 잘 갚는지, 바꿔 말하면 이자를 잘 갚아 은행의 수익을 안정적으로 늘려 주는지 보려는 것입니다.

결국 블록체인의 탄생은 이러한 역학 관계에서 벗어나 Peer-to-Peer, 즉 개별적인 주체와 주체가 서로 거래를 하는데 대한 신뢰 평가를 분산된 시스템 전체가 풀어내고자 한 시도에서 비롯된 것이겠죠.


올해는 비트코인 탄생 10주년입니다. 10살이 되지 않는 아이들은 태어나자마자 블록체인이 존재한 세상에서 살고 있는 셈이군요. 이런 아이들에게 블록체인이란 것이 과연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참으로 궁금합니다.

사회 곳곳에 블록체인이 스며들어 있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세상에 살게 된다면 '신용' 뿐만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인간이 갖는 '신뢰'에 대한 어젠다를 더 가까이 하며 살게 되지는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한 번 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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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을 넘어
신뢰와 믿음을 쌓아 나아가는 세상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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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과 신뢰 .
정말 쉽게 설명 해 주셨네요.

사회에서 신용과 신뢰 모두 정말 중요하죠.
신뢰를 믿음 이라고 하면 딱 일 듯 합니다.

더워집니다. 건강 조심 하시고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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