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만상] 귀신 장난#2

in #kr-writing9 years ago

L 씨는 선천적으로 술을 마시지 못한다. 맥주 한 컵만 마셔도 얼굴이 홍당무가 되고 막걸리 한 잔이면 전신이 빨개지고 소주 한 잔이면 세상이 팽이처럼 돈다. 그런 L 씨가 어느 날 밤 비몽사몽 중에 3년 전에 돌아가신 당숙부 님을 뵈었다.

<여보게 조카>

"예, 당숙부님!"

<나... 술 먹고 싶어.>

"예?"

<나 술 먹고 싶다고>

"아~예 그러시겠죠."

당숙부님이 뉘신가? 술이라면 문중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인근에서도 <두주불사> *말술을 사양하지 않는다.로 호가 난 분이 아니시던가? 당연히 저승의 혼령께서도 술이 고프시겠지...

"당숙부님 다음 제사 땐 제가 우겨서라도 숙부님 제사상에 막걸리 한말, 병소주 한 박스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

<지금 먹고 싶어.>

"예? 지금요?"

<그래, 지금 당장...>

"숙부님 제가 술을 못 마시니, 술이 준비 돼있지 않습니다. 다음 제사 때 꼭..."

<자네가 마시면 돼, 자네가 마시면 내가 마시는 게 돼...>

"참, 숙부님도, 저는 술을 못 마신다니까요. 숙부님도 아시잖아요?!"

<아냐! 마시게 될 거야.>

"참~ 숙부님..."

L 씨는 잠에서 깨어났다. 심한 갈증을 느꼈다.

"여보 맥주 좀 가져와."

아내는 눈을 크게 뜬다.

<맥주가 어딨어요?>

"없으면 사 와~"

<허 참, 당신 웬일이에요? 술을 다 찾고...?>

"몰라! 그게 마시고 싶네..."

<아이고 참 별일이네! 생전 술 한 모금 안마시는 양반이...!>

아내는 병맥주 한 병 달랑 사들고 왔다. L 씨는 짜증이 났다.

"많이 좀 사 올 것이지..."

아내는 놀랐다.

<이이가 왜 이래?>

L 씨는 맥주를 병째 들이켰다. 목구멍이 시원하다. 다 마셔도 간에 기별도 안 간다. L 씨는 동네 가게로 간다. 병맥주 5병을 깠다. 병째로 들이킨다. 한 병 두병, 이렇게 다섯 병을 한자리에 서서 들이켰다.
이제 취기가 약간 오른다. 갑자기 요의를 느낀다. 화장실에 가서 소변을 본다. 아주 쏴아~시원하게 소변 줄기가 끝나기와 같이 취기도 사라진다. 다시 술 생각이 난다.

가게로 와서 이번엔 소주 병을 깐다. 가게 주인아줌마가 기절할 듯 놀란다.

<진석이 아버지 술 못 드시는 줄 알았는데...>

이래서 소문이 온 동네에 퍼진다. 친구들이 몰려오고 일가친척들이 술 한 병씩 사들고 궁금해서 찾아온다.

<밀 밭에도 못 간다던 자네가 술고래가 됐다니 뭔 일이여~?>

L 씨는 친지들이 가져온 술잔을 기울이며 술고래 당숙부 만난 일을 일장 설파한다.

<세상에 그런 일이 다 있을까?...!>

<술고래 당숙부 귀신이 자네한테 씌었구먼!>

아내는 기가 막힌다.

<아니 그 양반 네 자식들도 있는데 왜 우리 집 저 양반한테 술귀신이 씌었을
그런데 손 아랫동서가 말하기를...

<형님, 천하에 바람쟁이 난봉꾼 당백부님 귀신 안 씐 걸 다행으로 아세요...>

장내는 폭소가 터진다.

eb30b0082bf6043ecd0b4107e7494392e36ae3d019b3194095f0c67d_1280.jpg © ulleo,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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