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은 부의 왜곡된 분배를 가져올 것인가

in #kr6 years ago

오늘 아침 온더의 정순형 대표님이 올린 자료를 읽고서 여러 생각이 드네요. 자료는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현 세태를 꼬집은 내용인데요. 꼭 한번 읽어볼만 합니다. 자료는 여기.
(돈 쉽게 버는) 토큰이코노미 구성과 설계 방법

이걸 보면서(특히 30번째 슬라이드) 과거의 제 취재 경험이 생각났습니다. 딱 이 내용을 어떤 팀에게 질문한 적이 있습니다. 왜 ICO를 해서 모은 이더리움 말고, 토큰으로도 개발팀 보상을 하나요? 왜 토큰을 테스트 비용으로 쓰나요? 그럼 모금한 이더리움은 어디다 써요? 이런 질문을 던지자, 그 담당자는 개발팀이 그동안 얼마나 고생하며 개발을 진행했는지를 설명했죠. 그 고생을 폄하할 생각은 없습니다.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은 대부분 이더리움을 받고서 새로 발행한 암호화폐를 나눠줍니다. 주식시장에 비유하면 공모를 통해 신규 발행한 주식을 나눠주고, 법정화폐를 받는 격이죠. 기업은 그렇게 조달한 자본으로 사업을 영위합니다. 자본시장에선 신규 주식은 자본투자를 전제로 발행되죠.(무상증자의 경우는 좀 다르지만 여튼) 그 어떤 주체라도 투여한 자본 없이 임의적으로 주식을 발행해 특정 개인 혹은 법인에게 귀속시킬 수 없습니다. 만일 그런 일이 있다해도 다른 투자자들이 자신의 투자지분이 희석되는걸 우려해 문제제기하겠죠. 하지만 ICO에선 모금한 이더리움을 따로 두고서 발행한 토큰들 중에서도 개발팀 보상분, 테스트용 등등을 지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투자자들과 시장, 대중에 투명히 공개됐으면 절대 그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없는 것들이 블록체인 분야에선 판을 칩니다. 많은 경우 난해함 때문이죠. 난해함은 사기를 낳습니다. 사실 자본시장도 용어와 구조의 난해함, 복잡성으로 인해 수많은 사기를 양산했습니다. 기업을 붙였다 뗐다를 반복하고,계열사에 일감 몰아주거나 통행세를 주고, 전환사채 발행 등등을 자주 하는 기업들을 살펴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나옵니다. 최대주주 가족들의 지배력이 강화되고, 그들이 쉽게 자산을 불려왔다는 것이죠. 이들은 자본시장의 난해함을 활용해 다른 주주들을 무시하는 짓을 하는 셈입니다. 내 고생을 소중히 여기는 만큼, 타인의 투자금도 소중히 여기는 것이 중요하죠.

블록체인이 세상을 진화시킬지 모르지만, 자본을 조달해 투자하고 사업을 영위하는 분야가 더 난해해지면 분명 부의 분배는 더 왜곡되지 않을까 우려되네요.

Sort: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토큰을 개발팀 보상에 일부 책정하는 건.. 기존 기업 관점에서 보면 스톡옵션이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블록체인 비즈니스의 핵심도 결국 비즈니스의 성공이라고 봅니다. TGE(ICO)도 그 첫번째 단계일 뿐이구요. 블록체인 기술과 비즈니스를 말하는 저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에게 각자의 이유와 문제점들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걸 모든 사람이 그렇고, 정답은 이거다. 라고 외치는 것이야 말로.. '검열저항성'에 위배되는 가장 큰 문제가 아닐까요?

아 저도 토큰으로 개발팀 보상을 하면 안 된다, 마케팅이나 테스트 등의 용도로 사용하면 안 된다는 입장은 아닙니다. 다만 가치가 어디에서 비롯됐는가를 감안해 그 가치를 잘 사용해야 하는 것이고, 결국엔 전체 기업이나 프로제트의 가치가 커지는 쪽으로 사용되어야 한다는 입장이구요. 무엇보다 그 과정이 보다 투명해져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대표님 요즘 쓰신 글 잘 봤어요. 건강 챙겨가며 일하시길.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투명하게 노력하겠습니다! 단결.

Coin Marketplace

STEEM 0.29
TRX 0.12
JST 0.033
BTC 63464.16
ETH 3111.33
USDT 1.00
SBD 3.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