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마드 제주민의 일기 03 - 나는 왜 제주도로 이주했나

in #kr5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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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주거비가 문제였다

제주로 이주한 이유가 여러가지지만, 단 하나를 꼽자면 결국 '주거비용'으로 수렴하는 듯 합니다. 그동안 서울과 경기도의 여러 주거지를 전전했습니다. 영유아들이 있는 우리 가족은 이런 주거지를 원했습니다. 내부에 큰 문제 없고, 인근에 산책할 만한 공간이 있으며 아이들의 놀이터가 인접하고, 생활 편의시설들이 적당히 자리잡은 동네에 있는 집.

특히 우리에겐 아이들과 다닐 안전한 실외 놀이공간이 중요했습니다. 차가 없는 저희로선 영유아 아이 둘을 데리고 집을 나서자마자 고행의 시작입니다. 특히 차가 인접한 이면도로를 걸어다니는 게 고역이었습니다. 집 가까운 곳에 안전을 걱정하지 않고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다닐 '약간'의 공간이 절실했습니다.
사실 그런 이유라면 대단지 아파트가 좋은 선택지입니다. 자동차가 지상으로 다니지 않고, 놀이터도 잘 되어 있죠. 하지만 서울 웬만한 곳의 대단지 브랜드 아파트 20평대는 월세조차 100만원을 훌쩍 넘고, 교통이 좋은 곳은 200만원에 육박합니다. 송파(올림픽공원), 강남(선정릉 일대), 상암(월드컵공원), 금호(응봉공원), 용산(전쟁기념관, 용산공원), 압구정(한강) 등 공원이 인접한 동네들의 집값과 임대료는 천정부지로 치솟은지 오래죠.
그에 반면 제주도는 아직 서울보다는 집세가 저렴한 편입니다. 제주시나 서귀포 모두 에어컨이 내장된 신축 대단지 아파트가 연세 1천만원이고, 그보다 못한 수준의 집은 연세가 800만원 이하입니다. 월세 기준으론 70만원 이하인 셈이죠.

아이들에게 미세먼지가 아닌 자연을

미세먼지가 과거보단 좋아졌다곤 하지만, 체감하는 것은 다릅니다. 게다가 봄철과 가을철에 며칠은 재난 수준으로 도시가 미세먼지로 뒤덮이기도 합니다.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선 왠지 이 도시에 살게 하는 것 자체가 죄책감이 드는 일이었습니다. 물론 제주도로 간다고 해도, 미세먼지 문제의 완전한 해결책이 될 순 없습니다. 제주도도 심한 날은 미세먼지가 자욱합니다. 그래도 수치로 드러나는 평균을 보면 육지보단 미세먼지가 훨씬 나은 편입니다.
바다와 산, 넓은 평원과 오름 등 자연을 듬뿍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많은 점도 제주를 택한 이유입니다.

도시에서 육아하기 지쳤다

대도시가 과연 육아를 위한 좋은 공간인지가 의문입니다. 도시에서 아이들은 철저히 분리되어 있습니다. 오전과 낮 시간엔 보육기관에 맡겨지고, 그렇지 않은 아이들도 실외 공간 어디에도 잘 보이지 않습니다. 제가 육아휴직, 백수 기간에 전업으로 육아를 해보며 절실히 느꼈습니다. 아이들과 외출을 삼가해야 하는 시기, 이동을 피해야 하는 시기가 있었습니다. 특히 점심과 저녁식사 시간엔 되도록 아이들과 식당을 가는 일은 피해야 합니다. 노키즈 존의 문제가 아닙니다. 아무리 아이들이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 노력해도, 식당의 점주나 직원들, 다른 손님들이 아이들을 반기지 않습니다. 번잡한 와중에 아이들도 어디로 튈지 모르니, 부모도 신경이 곤두 서 있습니다. 사람의 밀도가 높은 장소에선 확실히 아이들은 환영받는 존재가 아닙니다.
이런 일들을 여러 차례 겪다 보면 부모들은 아이들을 데리고 가는 곳이 한정됩니다. 대부분 대규모 쇼핑몰을 가게 되죠. 그래서 도시 대부분의 공간에서 영유아들이 보이지 않게 됩니다.
저희 부부는 도시에서의 육아에 지쳤습니다. 아마 많은 부모들이 지쳤겠지만, 별다른 대안이 없어 도시에 살고 있을 겁니다. 도시에 일자리가 있기 때문이죠.
일자리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요. 조만간 제가 어떻게 제주로 이주해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지, 그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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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오고야만 하락장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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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부럽습니다..! ㅎㅎ 저도 일자리만 있다면 가고싶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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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서닥터님 제주 사시는거 아니세요? 제주 포스팅이 많으시던데

종종 가긴합니다만.. 요즘은 부산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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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시군요ㅎ 제주에 좋은 분들이 많이 오심 좋겠습니다 ㅋ

저도 제주도 가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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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훈님 조만간 뵈요 ㅋ 이런저런 업데이트도 하고, 맛난 것도 먹을겸 ㅋ 연락드릴게요

빨리 봐요. 궁금한 게 많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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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힘든 결정인데,,,잘 적응하실거라고 생각듭니다..

잘 적응하고 있는지, 이 연재를 통해 알리겠습니다ㅋ

아 그랬구나.. 제주도 육아일기. 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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