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연구 03 - 택시 미터기 수리 혼란을 보며
지난 16일부터 택시요금이 오른 뒤에 뒷좌석에 빳빳한 종이 하나가 붙었습니다.
요금 조견표라는 것인데요. 요금 인상을 미터기에 반영하지 못했으니, 당분간은 이 표에 따라 추가요금을 입력해 결제를 하겠다는 것이죠.
더 문제는 미터기를 수리하며 벌어지는 혼란입니다. 서울시에는 7만대가 넘는 택시가 있는데요. 4곳으로 나눠 수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수리는 대당 5~6만원 수준이라고 합니다. 처음엔 미터기 업체가 7만원이 넘는 가격을 불렀다가, 택시기사들이 반대해서 절충되고 있다는군요. 서울시에 이어 다른 지자체도 택시요금을 올릴 예정이라 전국 25만대의 택시가 미터기를 모두 수리하면 5만원 곱하기 25만대로 125억원이 들어갑니다.
미터기에는 규제가 있는데요. 아무나 미터기를 제작하거나 수리할 수가 없습니다. 정부가 승인한 업체만이 할 수가 있죠. 미터기를 조작하면 승객이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미터기 수리에도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미터기 수리가 이뤄지는 서울대공원이나 상암동 월드컵공원엔 하루에도 천대가 넘는 택시가 대기하며 최소 대여섯 시간을 기다리며 수리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택시 기본요금이 2400원에서 3000원으로 인상됐던 2013년에도 비슷한 상황이었다곤 하는데요. 지금 시대에 이렇게 시간과 비용을 들여가며 미터기를 수리하고 있다는 게 참 황당하긴 합니다.
현행 미터기는 바퀴가 돌아가는 횟수를 계산해 이동거리를 파악합니다. 택시요금은 기본적으로 시간과 거리를 계산해 매겨지는데요. 시간 계산이야 쉽지만 문제는 거리 계산입니다. 서울시는 이미 카드 요금결제에 이용되고 있는 스마트카드 단말기에 GPS칩이 내장되어 있으니, 거기에 앱 미터기를 다운 받으면 지금의 기계식 미터기를 대체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그것을 못하는 이유는 아직 앱 미터기를 허용치 않는 현행 법규 때문이죠. 자동차관리법 47조에 있는 '택시 미터기는 국토부 장관의 검정을 받아야 한다'는 조항입니다. 그래서 앱 미터기의 검정 추진과 규제샌드박스로 규제 면제 신청을 동시에 추진 중이라고도 하네요.
우버의 창업과 성장과정이 담긴 '우버인사이드'란 책을 보면 개발자가 아이폰을 보면서 차량을 호출하는 기능 이외에 GPS칩과 가속도계, 자이로센서를 이용하면 차량의 속도와 이동경로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며 요금 과금도 가능하겠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실제로 우버는 그걸 구현했고, 그 이후 거의 모든 차량호출(car-hailing) 서비스는 앱 내에서 과금을 하고 있죠.
네트워크에 연결된 휴대용 기기가 이동거리, 시간을 측정해 과금하는 시스템은 여러 면에서 중요한 시사점이 있습니다. 하나는 요금 인상 등의 이슈가 발생할 때, 다른 비용이 들어가지 않고 요금체계의 알고리즘만 살짝 바꾸면 된다는 것이구요. 또 다른 하나는 시간대나 서비스마다 다른 요금체계 적용이 쉬워진다는 점이죠.
택시만 살펴봐도 기술의 발전이 우리를 둘러싼 여러 노동환경을 얼마나 바꾸고 있는지를 실감합니다. 큰 주차장에 수천대의 택시가 대기하며 미터기를 꺼내서 일일히 수리하는 모습은 머지않아 사라질 것 같고, 택시기사의 노동을 회사가 통제할 수 없어 최저임금조차 적용되지 않는 상황도 바뀔 듯 합니다. 이젠 택시가 어디서 누구를 태워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지를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시대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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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요금 조견표를 보며 일일이 넣고 있는 걸 보면... 이게 스마트폰 시대인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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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깐요. 근데 해외택시도 아직은 기계식 미터기를 많이 쓴다고 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