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THE DAY 4

in #kr6 years ago

히말라야의 산 중턱에 벌거벗은 채 죽어 있는 사교집단의 무리들이 보였다. 전염병으로 집단폐사를 당한 가축처럼 그들의 주검은 너무나 처참했다. 그런 무리들의 몸에서는 뜨거운 김과 연기가 무럭무럭 피어올랐다.

돌연 검은 먹구름 사이로 여러 가닥의 회오리가 솟구치고, 그 회오리 중 하나가 땅을 향해 쏜살같이 내리꽂혔다. 땅을 깊숙이 파고 든 회오리는 주변에 매캐한 먼지바람을 불러일으켰고, 먼지바람은 회오리를 타고 하늘 끝까지 치솟았다.

한없이 치솟아 오르던 회오리가 서서히 사라지며, 치렁치렁한 머리카락과 소가죽처럼 꺼칠한 얼굴을 한 카엘의 모습이 나타났다. 시커먼 바위처럼 커다란 카엘의 위용은 지옥의 강 스틱스를 막 건너온 저승사자처럼 험악하고 섬뜩했다. 그는 아프리카 추장처럼 들고 있던 긴 창을 하늘 높이 추켜올렸다.

“드디어 그날이 온다! 내가 그토록 기다렸던 그날! 이제 나, 카엘이 나의 능력으로 새로운 인류를 탄생시킬 것이다. 강하고 두려움을 모르는 종족, 지금부터 온 우주를 다스리게 될 종족. 이제 이 지구상에 인간의 시대가 가고 새로운 종족, 바로 이 카엘의 후예들이 도래할 것이다. 크하하하하...”

그렇게 소리치며 웃는 카엘의 목소리는 땅이 히말라야 산이 휘청거릴 정도로 우렁찼다. 그 소리는 그가 높이 치켜든 창끝을 타고 우주 끝까지 솟구쳐 올랐다.

강력한 진공청소기처럼 카엘의 외침은 여기저기 흩어졌던 먹구름들을 한곳으로 끌어 모았고, 그 구름들이 하늘을 뒤덮어 온 세상이 캄캄해졌다. 그렇게 어둠으로 잠식된 세상 한가운데 카엘은 불씨처럼 조그맣게 피어오르더니 점점 그 붉은 기운이 커져서 히말라야 산을 붉게 물들였다.

“이제 그날이 온다! 내가 오랫동안 기다리고 고대했던 바로 그날이! 크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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