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About Brexit (2) : 아일랜드 국경 문제와 No-Deal Brexit 의 위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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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에서 말씀드린 바 있지만, 현재 유럽을 뒤덮고 있는 가장 큰 두 가지의 리스크는 No-Deal Brexit (아무런 합의 없는 브렉시트)와 이탈리아의 포퓰리즘 연합 출범이라고 할 수 있다. 이탈리아 총선은 이탈리아 정치가 가지고 있는 궁극적 문제점인 분극적 다당제 및 정치권에 대한 신뢰도 상실 등이 주요 원인이다. 극우와 포퓰리즘이 동시에 1,2당으로 치고 나오는 초유의 경우가 발생한 것도 다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영국의 경우에는 무슨 문제가 있는가? 영국의 경우 북아일랜드 - 아일랜드 국경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는데, 이 역시 난제 중의 난제이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원활한 Brexit 의 발목을 잡고 있는 아일랜드 국경 문제와 No-Deal Brexit 의 위험성에 대해 알아 보도록 하자.
What's the Problem?
이제 '이혼합의금' 500억 유로(한화 약 64조원 규모)까지 합의에 도달한 영국과 EU의 앞에는 이제 단일시장 잔류 등과 관련된 세부 협상안 도출만이 남아 있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아쉽게도 Brexit 협상은 다시 엉망진창이 되어 버렸다. 이는 다름아닌 북아일랜드-아일랜드 국경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터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아일랜드 정부의 요구를 받아들여 Brexit 후에도 아일랜드 섬 내의 두 국가에 대해서는 규제의 일치를 약속했던 것이 도화선이었다.
이 '규제의 일치(Regulatory Alignment)' 라 함은 북아일랜드의 경우 결국 EU 단일시장 내 잔류와 동일한 상태로 유지를 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아일랜드는 EU 단일시장 내 회원국인데,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간 규제를 동일하게 가져가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북아일랜드의 집권여당 민주연합당(DUP)는 이를 반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북아일랜드 자치정부 수반인 알린 포스터는 북아일랜드도 영국 본토와 동등한 조건으로 EU를 탈퇴하지 못한다면 보수당 정권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겠다는 식의 압박을 가하고 있다.
Source : National Public Radio |
그렇다면 아일랜드는 왜 영국에게 규제의 일치에 대한 요구를 하였는가? 이는 거의 20년의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 토니 블레어 전 총리의 시절까지 시간 여행을 해야 한다. 그의 집권기 가장 큰 치적 중 하나인 아일랜드 평화협정, 즉 '벨파스트 협정' 에 그 근거가 있기 때문이다.
Belfast Agreement, Comhaontú Bhéal Feirste
당시 아일랜드는 영국과의 평화협정 끝에 북아일랜드를 자국 영토로 명시한 헌법 제2조와 3조를 국민투표를 거쳐 수정하였다. 즉 문헌상으로 아일랜드는 북아일랜드 6개 주에 대한 영유권을 포기한 셈이 된다. 그러나 수정한 조항이 "아일랜드의 통일이 민족의 굳은 의지임을 선언하되, 그것은 아일랜드 섬의 '양쪽 관할' 거주민의 동의를 통한 평화적 방법을 통해서 이루어질 수 있다." 라는 식으로 애매모호하게 수정된 것이 문제였다. 즉 아일랜드 공화국은 명목적으로는 아직 북아일랜드에 대한 영유권을 포기하지 않은 것이다.
때문에 아일랜드의 경우 북아일랜드에 대한 영국의 주권을 그저 묵인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세관 및 국경검문소 등으로 대표되는 'Hard Border' 는 용인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형식적으로라도 되찾아야 할 영토가 '외국' 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현재의 북아일랜드 집권세력이 과거 영국과의 통합을 강력히 주장했던 'Ulster Loyalist (얼스터 충성파, 영국 성공회와 정부에 충성하는 북아일랜드 노동자 계층)' 가 기반이 된 민주연합당이라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Source : Wikipedia | Desinged by @hingomaster |
즉 DUP는 지지기반 자체가 영국 본토에 충성하는 강경 우파이기 때문에 Brexit 이후 열린 국경을 통한 아일랜드의 영향력 확대를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메이 총리는 그간 늘 보여줬던 '어정쩡한' 정치력을 브뤼셀에 가서도 발휘한 끝에 EU 측과 아무런 협상 결과물도 도출하지 못했다. 메이 총리는 24시간 내에 다시 DUP와의 협상을 시작하겠다고 했지만 이들이 워낙 완강한지라 과연 재협상이라고 한들 잘 끝날지는 의문이다.
여기에는 또 다른 파급효과도 있다. 스코틀랜드의 니콜라 스터전과 런던의 사디크 칸이 "북아일랜드가 규제 일치가 가능하다면 우리도 그렇게 해 달라." 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이 두 지역은 Brexit 투표 때도 가장 강력한 Anti-Brexit 성향을 보인 지역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저런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어쩌면 EU 단일시장에서 탈퇴하는 지역은 잉글랜드 시골 마을만이 그 해당사항이 되는 아주 재미있는 상황이 발생할지도 모르겠다.
Risks from No-Deal Brexit
그렇다면, 영원히 풀 수 없는 매듭 같은 아일랜드 국경 문제로 인해 No-Deal Brexit 가 발생한다면, 이러한 형태의 Brexit 가 영국 경제에 미치고 있는 효과는 과연 어떻게 하면 합리적으로 측정할 수 있을 것인가? 이를 위해 우리는 Vote 기간 동안 The Leave Campaign 에서 주로 슬로건으로 내걸었던 프로파간다 하나를 가져와 볼 필요가 있다. 내용은 바로 이러하다. "영국은 매주 3억 5천만 파운드를 EU에 갖다 바치고 있습니다. 이 돈을 NHS(영국 국민건강보험)에 투자합시다!" 오, 상당히 매력적인 문장이 아닐 수 없다. Yes, Leave! 를 외쳤던 영국인들의 심정이 이해되려고 한다.
Source : ITV | Source : TheTimes |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래서 결국 EU를 떠나고 난 뒤 탈퇴 진영에서 외쳤던 것과 같은 경제적 이익이 영국으로 돌아왔느냐이다. 안타깝게도 아직까지는 없다. 대신 길고 지루해지는 Brexit 협상 및 EU 탈퇴라는 '가지 않은 길' 로 인해 발생하는 불확실성이 영국의 경제를 좀먹고 있다. 영국의 2017년도 3분기까지의 GDP 성장률은 the Referendum 이전 예측치를 0.9%p 하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이 0.9%p를 환산하면 영국은 매주 3억 5천만 파운드 가량의 GDP 성장치를 까먹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아까 위에서 본 숫자가 아닌가?
이 0.9%p 라는 숫자는 작아 보이지만, 2017년이 전 세계 모든 국가가 경기가 좋았던 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당장 G7 내에서 비교를 해 보더라도 영국은 G7 내에서 3분기까지의 누적 GDP YoY 성장률이 꼴찌를 기록하여 그 답 없는 이탈리아에게도 졌다. (출처 : IMF) 더 큰 문제는 다른 모든 선진국들이 경기가 반등할 동안 the Referendum 이후 혼자서 경기가 줄줄 흘러내리고 있다는 점이다. 그럼 왜 이런 일이 발생하였는가? 문제는 크게 '비용인상 인플레이션' 과 '민간투자 축소' 로 구분할 수 있겠다.
Cost-Pushing Inflation and Decreasing Tax Revenue
기본적으로 영국의 경제는, 이전에도 언급했었지만 EU 단일시장의 혜택은 혜택대로 누리면서 파운드 스털링의 통제 권한은 독립적으로 보유한 경제였다. 또한 파운드 스털링의 가치 중 일부는 영국이 EU 단일시장 내 주요국이라는 점에 기반하여 형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즉 화폐가치의 Background는 단일시장에 일부 의존하고 있었지만 정작 통화정책은 영국 마음대로 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문제는 이제 기존과 같이 단일시장 혜택을 볼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the Referendum 이후 파운드 스털링의 가치가 급락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뚜렷한 수요 증가가 관측되지 않아 Wage Inflation이 정체 상태였던 영국의 경우 당연히 내수가 후퇴할 수밖에 없다. 영국의 주요 백화점 중 하나인 John Lewis는 2017년 상반기 명목 누적매출액이 전년 동기대비 1.5% 성장하는 데 그쳤는데, 동 기간 물가상승률이 3.1%였던 점을 고려할 때 실질적으로는 매출액이 역성장한 것이다. 이는 영국인들이 높아지는 물가에 대응하여 Aldi나Lidl 등 저렴한 소매 슈퍼마켓으로 이동한 점에 기인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 전체 소매매출 증가율은 물가상승률 대비 1.2%p 하회했다. 출처 FT)
물론 Brexit 찬성측은 대신 파운드 스털링의 절하로 인해 영국의 무역여건이 더 나아지지 않았냐고 반론할 수 있다. 실제로 영국 수출은 올해 Brexit 이전의 추정치인 2.7%를 두 배 가까이 상회하는 5.2%의 성장률을 보였다. 그러나 영국의 무역의존도는 2016년 기준 수출과 수입을 모두 합해도 38% 수준에 그친다. 수출만을 따져 볼 경우 15.55%로 더 낮아진다. (출처 : KOSIS) 때문에 약간의 수출 호조를 감안한다고 할지라도 환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내수에 끼치는 악영향이 더 크다는 것이다.
Source : IMF | Source : IMF |
여기서 한 가지 더 파생될 수 있는 문제는 세입의 감소다. 영국 재정연구원의 Paul Johnson 원장은 GDP 성장률이 1%p 감소할 때마다 세입에는 100억 파운드, 한화로 약 17조원 규모의 잠재적 손실이 발생한다고 밝힌 바 있다. Brexit 전후의 GDP 성장률로만 놓고 봤을 때 영국은 이미 올해에만 9에서 10조원 가량의 잠재적인 재정 손실을 입은 것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면, Brexit 찬성 측은 EU로 갈 재정 분담금을 국민보건에 쓰자고 강변했지만, 실제로는 EU를 탈퇴하며 발생한 비용을 국민들에게 징수하고 있는 셈이다. 사실 이것조차 영국인들 다수의 선택이었으니 어쩌면 그들의 운명일지도 모른다.
제가 자주 오잖아요.
가끔은 웃어도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ㅎㅎ
오 고양이 버전별로 준비되있었군요.
반년만 버티시면 좋은 날 올겁니다.
좋은글 잘봤습니다^^ 보팅하고 가요~~~
감사합니다!!
힝고마스터님 시리즈 재밌네요 ㅋㅋㅋ 스팀 가격이 올라야 보상도 커질텐데.ㅠㅠ 해당 글도 공유해도 될까요?@홍보해
넵.... 스팀 가격도 가격이고, 늘 찾아와 주시던 arama 님께서 갑자기 이번 주부터 안오셔서 갑자기 가난해졌습니다 ㅋㅋㅋ 공유해 가셔도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