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토큰, 중앙은행을 만나다 : 친구인가 적인가?

in #kr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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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토큰은 중앙은행과는 영원히 친해질 수 없는 사이인 것일까?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자면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오히려 현재의 블록체인 토큰이 법정화폐 경제와 Anchoring 되어 있는 연결 고리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조금만 해결하면 블록체인 토큰도 얼마든지 중앙은행과 친구가 될 수 있다. 오늘 @nmgngmn 님께서 한국은 외환관리의 필요성으로 인해 결국 블록체인 토큰 규제에 있어 중국의 모델을 택할 것이라는 좋은 견해를 기술해 주신 바 있다. 일리 있는 말씀이다. 블록체인을 활용해 하나의 주소에서 다른 주소로 토큰을 전송하는 것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결국 블록체인 토큰이 법정화폐로 어느 단계에선가 교환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놓쳐서는 안 된다.

현재의 블록체인 거래체계에서 예탁과 지급결제는 결국 분리되어야 한다.

현재 우리가 토큰을 거래하고 싶을 때는 KRW를 들고 거래소에 은행과 연결된 계좌를 생성한 뒤, 이 계좌에 KRW를 입금하여 토큰을 마련한다. 일반적으로 거래소는 한 덩어리의 큰 지갑에 고객들의 토큰을 보관하고 있기 때문에, 별도의 P2P 송금을 원할 경우 거래소 내부에 개인지갑 주소를 생성한 뒤, 이를 별도의 개인지갑 주소로 한 차례 더 송금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현재 거래소들이 노출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거래소가 거래, 예탁, 청산, 결제의 기능을 모두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해킹 피해를 당할 경우 거래소에 고객들의 토큰이 모두 예탁되어 있는 현재의 거래소 환경 상 내 토큰이 언제 도난당할 지 알 수 없으며, 정부의 입장에서도 토큰과 관련된 금융범죄가 발생할 경우 사후추적만 가능하다는 문제점이 있는 것이다.

예탁기능을 분리함으로써 토큰은 중앙은행과 손을 잡을 수 있다.

때문에, 중앙은행은 현재의 블록체인 토큰 거래체계에서 '예탁'과 '지급결제'의 기능을 분리함으로써 이 문제를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다. 아래의 그림을 보면서 간단하게 중앙은행이 어떻게 블록체인 토큰과 대화합을 이룰 수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위 그림은 한국에 거주하는 사람 A가 미국에 거주하는 사람 B에게 토큰을 송금하고자 할 때 일반적으로 거치는 절차이다. 설명의 직관화를 위해 거래소 지갑에서 개인 지갑으로의 별도 송금 등의 절차는 생략하였다. 이 경우 중앙은행과 정부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도 파악할 수 있는 절차는 A가 국내 거래소에서 KRW를 BTC로 환전한 거래뿐이다. 그 이후 A가 자신의 개인 지갑으로 BTC를 송금하여 B에게 전송하는 절차는 국가에서 알아챌 수가 없다. 아주 간단하게 환치기를 완료한 것이다. 그러나 거래소에 예탁된 BTC(또는 거래소 지갑의 개인별 할당 어드레스)가 중앙은행이 지정하는 별도의 예탁기관으로 이전된다면 상황은 조금 달라진다. 국가에서 거래소 지갑의 주소를 기반으로 여기서부터 시작되는 모든 거래를 손쉽게 추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만약 블록체인 시스템 상에서의 데이터 전송을 기술적으로 검열하지 못한다고 할지라도, 해당 토큰의 현금화를 차단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예탁기능이 분리되어 각 개인의 토큰 월렛 어드레스가 중앙예탁기관에 보관되고 예탁기관에서는 거래가 일어나는 모든 블록을 저장한 뒤, 외환관리법상 한도를 초과하는 금액이 한국의 IP 주소를 이용하여 해외의 IP를 이용하는 토큰 월렛 어드레스로 빠져나갔는지만 감시하면 그만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정부는 기본적으로 거래소 지갑의 주소뿐만 아니라 블록체인 지갑의 주소까지 모두 수집해야 하는 수고로움은 있다. 이 경우 정부는 자연스럽게 블록체인 지갑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에 협조를 요구할 것이고, 이를 해당 업체가 거부할 경우 정부는 해당 업체의 사이트를 블락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이미 Warning.kr 이라는 훌륭한 수단을 마주한 바 있다.)

중앙예탁기관의 등장이 탈중앙화를 훼손하는 것은 아니다.

'중앙' 이라는 단어 때문에 국가가 지정한 예탁기관이 사람들의 월렛을 관리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실 수도 있다. 그러나 예탁기관의 등장은 블록체인의 탈중앙화 훼손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 예탁기관은 그저 거래소 및 개인들이 서비스를 통해 만든 지갑의 주소와 데이터, 거래내역을 관리할 뿐이다. 미국 증권예탁결제원 DTCC는 이미 2016년 1월 BTC 관련 보고서를 통해 예탁기관이 블록체인을 도입하지 않으면 향후 블록체인이 이끄는 거래 플랫폼 혁명에 밀려 그 기능을 상실할 것이라 지적한 바 있고, 한국의 KSD 역시 이미 블록체인 기술 도입에 대한 기술검증을 지난 2017년 8월 마친 바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역시 이미 2016년 DLT 관련 보고서를 통해 블록체인 기술이 예탁결제의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 예측한 바 있다.

  •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분산원장기술 관련 리포트 다운로드 링크

https://www.federalreserve.gov/econresdata/feds/2016/files/2016095pap.pdf

이러한 방식은 향후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블록체인 토큰이 생성될 경우 이의 거래 표준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만약에 먼 미래에 BTC를 선두로 하는 블록체인 토큰들의 교환 범위가 점차 넓어져서, 예탁결제의 분리 및 법정화폐로의 교환을 차단하는 것이 의미가 없어질 경우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이 있을 수 있다. 여기에 대한 답은 어렵지 않다. 법정화폐와의 교환이 필요 없을 정도로 시장지배력이 강한 블록체인 토큰이 등장한다는 것은 곧 법정화폐 자체가 의미가 없어지고 거의 모든 경제가 블록체인 거래 플랫폼 하에서 일어남을 의미한다. 이 경우 오히려 정부는 거래의 추적 및 단속이 더욱 쉬워진다. 블록체인에서 발생하는 거래는 너무나 당연하게도 모든 사람들에게 공개가 되기 때문이다.

새롭게 등장하는 기술이 무슨 이유에서인지 현실 경제에 잘 적응을 하지 못 하는 경우, 우리가 떠올려 볼 수 있는 것은 두 가지이다. 첫째로는 기술이 아무런 의미 또는 시장성이 없는 것이고, 두 번째로는 이 기술이 현실 경제의 틈을 비집고 들어오기에는 무엇인가 아귀가 잘 맞지 않는 부분이 제도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아귀가 잘 맞지 않는 부분을 탐색하고 찾아내는 것은 쉽지 않지만, 그 대가는 우리의 상상 이상으로 거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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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읽었습니다. 거대한 규모의 거래소 등장과 거래소에서 발급하는 새로운 개념의 가치고정화폐가 필요한 시접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렇습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hingomaster님 안녕하세요. 입니다. @joeuhw님이 이 글을 너무 좋아하셔서, 저에게 홍보를 부탁 하셨습니다. 이 글은 @krguidedog에 의하여 리스팀 되었으며, 가이드독 서포터들로부터 보팅을 받으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우왕!! 감사합니다.

읽으면서 감탄했네요. 이렇게 제도적으로 많은 논의가 이루어져야할 것인데요.... 그리고 어디든 투기하시는 분들이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LP 역할을 해줘야 하실 분들이 있어야. 다만 그 분들이 큰 손해를 입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도울 필요는 있을 것 같습니다. @홍보해

LP역할을 해주시는 분이 있으면 안정적으로 김치프리미엄 차익거래를 하는 방법을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LP가 떠안아야 하는 가상화폐 가격 변동성 리스크가 수취 수수료에 비해 너무 크더라구요;;; 그래서 이 역할을 하는 큰 손이 없구나 싶었습니다.

사실 LP는 파생상품이 등장하고 나서 후행적으로 나타나시는 분들이다 보니, 결국 선물이 중요했던 것이죠. 미국에서 선물이 등장하고 국내 증권사들이 거래를 준비할 때 다짜고짜 불허 방침을 내린 금융위는 희대의 실책을 한 겁니다.

오늘 정말 춥네요 ㅜㅜ
좋은 컨텐츠가 즐거운 스티밋을 만드는거 아시죠?
짱짱맨이 함께 합니다

감사합니다!!

물론 이런 제도적 문제의 틈을 실질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은 아주 적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문제제기와 분석들은 계속해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믿는다. 우리가 블록체인 토큰의 '시세' 에만 매달린다면 결국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가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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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환치기는 생각도 못했는데 발빠른 사람들은 많이 하셨을 거 같네요. 그 '시세' 때문에 이렇게 블록체인 기술이 관심을 받는게 아이러니긴 합니다만, 가즈아에만 정신 팔려있다간 금새 뒤로 뒤쳐져 버릴 것 같아 걱정입니다.

물론 말씀하신 바와 같이 블록체인 토큰 시세가 결국 사람들의 주목을 끈 아이러니한 면이 있지요 ㅎㅎ 그러나 이제는 진지하게 제도적 보완책이 나올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본문에서 언급하신대로 "거래소가 거래, 예탁, 청산, 결제의 기능을 모두 가지고 있다" 는 점이 현재 가상화폐 거래의 약점이자 문제라고 저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예탁 부분만을 중앙에서 관리한다면 돈세탁에 관한 규제를 주장하는 쪽에서도 더이상 할말은 없겠네요.
다만, 중앙에서 계좌정보를 모아서 관리한다는 점이 현재 예탁결제원과 어떤 차이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내부의 기술은 큰 차이가 있겠지만, 그걸 사용하는 일반 사용자 측면에서 봤을때의 이야기 입니다.
그렇다면 굳이 블록체인을 사용해야 할 필요성이 강하게 대두되진 못할테니까요..
시간이 지나면서 더 발전된 기술이 나오리라 생각됩니다 ^^

ㅎㅎㅎ 현실은 가즈아 띵문이네요.
그런데 풀보팅은 어떻게 하는거죠? 왜 매번 0.01 밖에 안되는건지 ㅠㅠ

저도 아직 0.01 신세입니다.... ㅠㅠ

보팅파워가 낮으셔서 그렇습니다. 아이디옆에 표시되는 숫자가 보팅파워인데 보유하신 스팀파워나 받으신 보팅등으로 계산하여 올라간다고 합니다.

선보팅 후정독했습니다. 마지막 문단은 정말 감탄이 나오는 지적입니다. 기술을 개발하는 엔지니어도 기술 기업을 운영하는 사업가도 새겨들어야 할 내용이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보팅 및 읽어 주심에 늘 감사합니다!!

눈앞의 이익밖에 볼 줄 모르는 소인의 좁은 시야를 단박에 넓혀주는 글이었습니다. 잘읽었습니다.

별말씀을요. 저야말로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갑 서비스 제공업체에 협조를 구할 것이라는 부분 빼고는 흥미진진하네요. 지갑 서비스 제공업체에 어떤 협조를 구해야 하는가? 협조를 구할 사항이 있다면 설치형이나 하드웨어 지갑에는 어떻게 대응하게 되는가? 라는 생각이 떠오릅니다.

사고실험을 진행하는 데에 있어 가장 해결책을 찾기 어려웠던 부분이 바로 말씀하신 하드웨어형 콜드월렛이었습니다. 그러나 어찌됐든 블록체인 토큰은 콜드월렛에 들어 있기만 한 상태에서는 Settlement 기능을 가질 수 없고, 인터넷에 연결해야만 송금/결제가 가능하다는 분명한 한계가 있으므로, 결국 현금화를 하려면 IP 추적에 덜미를 잡히게 되어 있다는 것이 개인적인 판단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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