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되어보니 자식들에 바라는 건 형제간의 우애<友愛>

in #kr9 years ago (edited)

우리 집은 딸만 셋이다. 나와 막내는 결혼을 했고 둘째는 아직 미혼이라 엄마를 모시고 산다. 우리도 어렸을 때는 참 많이도 싸우며 자랐던 것 같다. 특히 심성이 여리고 착했던 막내는 항상 언니들에게 양보를 했던 것 같고, 두살 터울밖에 나지 않았던 나와 둘째는 참 많이도 티격태격했다. 그래도 크고 나니 의지가 될 때가 많다.

그런데 얼마전에 엄마집에 올라갔다가 신랑과 내가 잠시 언성을 높이게 됐다. 내가 장녀이다보니 큰 사위 역할을 해야하는 우리 신랑은 큰 불만없이 집안의 대소사를 챙기며 남자 형제 없는 우리집의 큰사위 역할을 톡톡히 해 왔다. 그에 반해 셋째 제부는 신랑과는 많이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다. 우리 신랑은 가족들이 모이면 으레 술한잔하고 동서들끼리 복작거리며 함께 시간을 보내길 원하는데 셋째 동서는 장모집에 와서도 절대 자고가는 일이 없을 만큼 우리 가족과 보내는 시간을 불편해 하는 눈치다. 물론 엎어지면 코 다를 만큼 가까이 사는 것도 있지만 제부의 성격이 원래 자유분방한 면도 있고, 자기가 싫어하는 것은 잘 맞추려고 하지 않는 편이다. 그렇다고 대놓고 처가에 못하는 것은 아니고 엄마한테도 잘 하고, 기념일 같은 것도 잘 챙기며 기본적인 것은 깍듯이 잘 하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편한 우리 신랑과는 달리 막내 제부는 어딘가 모르게 우리 모두에게 어려운 사람이다.

우리 신랑이 그 동안은 잘 참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참지 못한 것이다. 우리는 지방에 살기 때문에 맘먹고 일산에 올라갈때면 동생들과 계획을 세우고 같이 시간을 보내기로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가족이 모두 애들을 데리고 고양 스타필드 키즈 놀이터에 가기로 한 날 용인에 세워두었던 제부 차의 차번호판이 없어진거다. 차번호판 없이 다니면 불법이고 어떻게 된 상황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제부는 용인에 갔고 우리는 제부없이 하루종일 애들과 놀아주느라 하루를 보냈다. 제부가 CCTV를 확인해 보니 누가 제부차량을 충돌하고 뺑소니를 치고 달아났는데 그 충격으로 번호판이 떨어진 것이었다. 문제는 일을 처리하고 늦게 집에 돌아온 제부가 피곤하다는 이유로 집에서 쉬어 버리고 다음날 처가로 왔는데 그날도 일찍 집에 가겠다고 하는 바람에 신랑이 참아왔던 감정을 드러내면서 나와 신랑간에 언성이 높아져 엄마의 마음을 상하게 했다. 부모 입장에서야 자식들이 우애있게 지내는 모습만 봐도 얼마나 흐뭇할까마는 엄마 앞에서 보이지 말아야 할 모습을 보인 것이다.

살다보니 형제간 우애 깊게 사는 것이 참 쉽지 만은 않구나 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우리 신랑의 할아버지는 전통 국악기 기능보유장으로 무형문화재셨다. 아들 다섯중 아버님을 포함한 아들 셋이 할아버님의 가업을 물려받았다. 형제들 끼리 가업을 물려받아 우애있게 오순도순 가업을 잘 이어가면 그것만큼 좋은 건 없겠지만 일단 돈문제도 걸려 있고, 머리가 굵어지면서 자신들의 주장이 커지다 보니, 또 저마다 가족들을 거느리고 있으니 며느리의 입김도 들어가게 되고 그러다보면 형제간 우애에도 금이 가기 시작한다.

아직까지 할머니가 살아계시니 명절이고 제사때면 다 우리 시댁으로 모여 제사와 차례를 올린다. 문제는 술 한잔씩 들어가면 각자 본인의 입장에서 니가 맞네, 내가 맞네 한마디씩 하며 언성을 높일 때가 있다. 그럴때면 집안의 장남이신 아버님은 그냥 잠자코 듣고만 계신다. 그러면서 동생들의 그 모습이 참 속상하셨나보다. 평상시에 어머님이 아무리 한소리를 하셔도 듣고만 계시며 일언반구도 없으셨던 아버님도 얼마전 딸들이 모시고간 여행에서 술한잔을 하시곤 속상한 속내를 내 비추셨단다.

한 뱃속에서 나온 형제들끼리로 각기 제 소리를 내며 불협화음을 만들어 내는 경우가 있는데, 다른 뱃속에서 나와 전혀 다른 삶을 살아 온 사람들이 결혼이라는 제도로 뭉쳐 새로운 가족이 되었는데 어찌 불협화음이 없겠냐마는 세 아이의 엄마가 되어 부모 입장이 되어 보니 내가 세상에 없더라도 우리 세 아이들만이라도 서로 힘이되어주고, 친밀하게 지냈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게 된다.

내일이면 추석이다. 다들 어떤 모습으로 추석 연휴를 보내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부모님들이 바라는 추석은 비싼 선물이나 용돈을 받아 좋은 명절이 아니라 형제들끼리, 가족끼리 덕담 나누며 아이들 재롱에 웃으며 함께 할 수 있는 그런 명절이 아닐까 싶다.

1507019194882.jpg

Sort:  

Cheer Up!

  • from Clean STEEM activity supporter

워킹맘님이 전에 말씀하셨듯이 저랑 남편분이 정말 비슷한것같네요ㅎㅎ 반대로 워킹맘님 제부가 저희 처갓집에 제 형님과 비슷한것같네요^^ㅎ정말 이런저런 트러블없는 집안은 없는것같습니다. 내일은 행복한 추석 보내시길 바랄께요.

언제 생각해도.. 항상. 훌륭하고.. 대단하십니다.!!

양보하지 않으면 행복은 없지요.
헌데 그 행복이라는 것이 다들 기준이 달라서 말이죠.
행복하고 싶어 하지만 노력하기는 싫지요.
그럭저럭 살다가도 별 문제 없는데
그 욕심이 문제입니다..

어느 집이나 이슈가 없는 곳은 없는거 같습니다.
즐거운 명절 되시길 바라며, 저 자신도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

Happy Chuseok!

해피워킹맘님 늘 응원합니다

This is actually some awesome work! Followed

형제간의 우애도 있음 참 좋을것같아요. 임신했을땐 건강하게만 태어났음 바라고 아이가 커갈땐 내말좀 잘 들어주는 착한 아이이길바라고 부모의 욕심은 끝이없나봐요ㅠ

저희 부모님도 늘 '우리가 제일 속상한 건 평생 편이 되어주어야 하는 너네가 서로 다툴 때이다' 라고 하셔서 참 많이도 찔려했는데,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자식들 다툼이 역시 가장 속상하신가봅니다. (ㅠㅠ) 내일이라도 동생과 사이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겠어요. 글을 읽어보니 서로의 입장이 다 이해가 가서 더 속상하네요 ㅠㅠ 내일만은 모든 가정이 평화롭고 화목한 가정이길 바랍니다 ;-)

Coin Marketplace

STEEM 0.05
TRX 0.32
JST 0.082
BTC 63156.33
ETH 1678.97
USDT 1.00
SBD 0.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