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대목

in #kr-writing8 years ago (edited)

얼마전 일요일 아버님은 새벽같이 일어나셔서 가게 문을 열러 나가셨다. 매월 첫째주 일요일은 한달에 한번 쉬시는 날이기에 나는 의아해 하며 묻는다.

아버님. 오늘 쉬시는 날이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일찍나가세요?
대목이 코 앞인데 장사가 안 되도 문은 열어놔야지.

하시며 추운 새벽 단단히 채비를 해서 나가신다. 난방이 들어와서 훈기를 느낄 때까지는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야하니 옷가지를 단단히 하는 것은 삶의 방편이고 지혜이리라. 사실 아버님 업종은 대목하고는 별로 상관이 없음에도 혹여 지나는 길에 들렀다가 허탕치는 손님이 있으면 안된다시며 오늘도, 내일도 어김없이 새벽시장을 여신다.

어렸을 때부터 나는 전통시장을 참 좋아했다. 시장에 가면 군것질 거리가 많아서이기도 하지만 사람들로 북적대는 그 모습이, 온갖 잡화가 늘어져 있는 모습이 사람 사는 모습인 것 같아 기분이 우울해도 시장에만 가면 기분이 좋아진다.

확실히 대목이라 시장에 사람이 많다. 방앗간이 길게 늘어선 골목을 지난다. 벌써부터 가래떡을 뽑는 손길로 분주하다. 김이 모락모락나는 떡시루가 가래 뽑는 기계 위에 얹어지고, 하얗고 길다란 가래가 길게 미끄러져 나오기 시작하면 똑 끊어 한 가닥 먹으면 참 맛있겠다 싶다.

어머님 가게에 앉아 있으면 어머님이나 아버님 지인분들이 떡을 뽑아가시면서 맛이라도 보라고 비닐에 싼 가래떡이며 콩시루떡 들을 던져주고 가신다. 그러면 어머니는 받아든 떡봉지를 떡보 며느리에게 건네주신다. 예전에는 집에 떡을 먹는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안 받으셨다는데 요즘에는 며느리와 엄마를 닮아 떡을 좋아하는 손주 녀석들을 위해 꼭 챙겨두시고는 한다.

전통시장에 가면 어린아이처럼 마음이 들뜨기도 하지만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자판을 깔고 장사를 하러 나오신 어르신들을 보면 마음이 숙연해지고는 한다. 시장에서 몇칸의 자기 가게를 가지고 있다면 그나마도 낫다. 이 추운 겨울 고작 작은 바구니 몇개에 담긴 값싼 채소 따위를 펼쳐놓고 제대로 된 난방기구 하나 없이 노상에서 손님을 하염없이 기다리시는 어르신들을 보면 하루종일 저걸 파셔서 무슨 돈벌이가 될까 싶기도 하다. 굽어진 허리에 다 터지고 갈라진 손을 보면 우리네 어머님들의 삶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그나마 집에 사내라도 있으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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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하게도 이제 7~80세를 넘기시고도 행상을 하시는 분들을 보면 시대를 잘못 태어나 인생 자체가 고난과 궁핍의 연속이었던 분들이 너무나 많다. 6.25전쟁에, 월남전에 평생을 의지해야할 남정네를 먼저 저 세상에 보내고, 힘없는 나라에 대한 원망대신에 사나운 자신의 팔자 탓만 하며 평생을 살았으리라. 자식 새끼 입에 풀칠 한번 하게 해주려고 그 고된 삶을 끊지 못하고 살아오신 분들이 또 얼마나 많을까. 추운 날씨에 고목나무 껍질처럼 터서 갈라지는 손을 찬물에 계속 넣어가며 생계를 이어가는 그 모습을 보면 그저 경건해지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지금 며칠 째 야근하며 잠을 제대로 못 자 피곤하다고 투정부리는 내 삶이 얼마나 행복에 겨운 삶인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이번 대목에 장사가 잘 되서 그 분들 얼굴에 함박웃음이 피었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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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도매시장에 계셔서 형이랑 저는 명절 전에 시간을 빼서 가서 도와드리곤 합니다. 올 해엔 저는 아직 못내려가고 형은 연차쓰고 이미가있네요...소매상분들 오시면, 할머니들이 유독많으십니다. 할아버지보다 할머님들이 이상하게 많으세요. 꾸부정한 허리로 가볍지 않은 물건을 들고 가시려고 하면 얼릉 뛰어가서 옮겨드리기도 하지요...찡합니다 엄청...행여나 저희 부모님이 늦게까지 일하실까 염려도되구여...

그러시군요. 저희 시부모님께서 판매하시는 품목은 별로 대목하고는 상관이 없어서 저희는 명절에도 별로 바쁘지 않은데 옆집 떡집을 보면 온 가족이 모여 장사도 하고, 그러면서 또 오랜만에 만나 오순도순 시간을 갖이 보내니 좋아 보이더라구요. 루돌프님이 못가셨어도 형님이라도 가 계셔서 다행이네요. 내일 하루만 더 일하면 그래도 연휴네요. ㅎㅎㅎ 이번 설에는 부모님께 더 잘하는 설 되셨으면 좋겠네요.

네 ㅜㅜ 집안에 하나씩 있는 문제가 사실 저희집에는 '저' 라서 ㅎㅎㅎ 워킹맘님 말씀감사합니다. 따뜻한 명절 보내세요! ㅎㅎ감사합니다^^

지금도 재래시장이나 새벽시장을 나가보면, 그 속에서의 삶을 이어나가기 위한 그들의 투쟁을 보게됩니다., 상대적으로 내가 더 행복한 것도 있고 내가 더 불편한 것도 있고, 분명한 것은 그들이나 나나 서로 다르지 않은 똑 같은 삶의 체험속에서 각자의 성장을 위한 공부를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너무나 멋진 말씀이시네요.

행상하시는 호호할머니 보면 맘아파서 괜히 거기가서 사곤 하네요.
물건이 가게가 있는 곳이 훨씬 더 좋아보이긴 하지만...
괜히 우리 할머니 같고... 그래서 거기서 사면...
또 인심은 좋으셔서 더 주시고 하는게 참.. 민망할때도 있고 그래요.

전통시장 살리자는 뉴스 나오면 붙는 댓글들 보면 맘이 아플때가 많아요. 특히 덤터기 씌우거나 비싸게 받는다는 말은 정말 이해 안되요. 마트보다 적은 양을 싸게 살 수 있어서 저는 시장을 가거든요. 요즘 카드도 잘 받아주시는데.

시장에 사람이 붐벼서 명절전에 상인분들이 든든하게 명절보내셨으면 좋겠네요. 해피워킹맘님 야근땜시 주무시지못하였는데 오늘은 꿀잠주무세요^^

날이 추워서 전통시장에 비해 대형마트가 상대적 호황을 누리는것 같아 너무 아쉽습니다

전통시장 먹거리가 정말 맛있는데~~ 재래시장이 좋게 형성이 된다면 아마 소쿠리에 야채 놓고 파시는 할머니들 자리가 없어질까 그것또한 걱정입니다~
친구네도 떡집을 해서 이맘때면 부모님 돕는다고 바빳는데~ 그런 정겨움이 그립네요~~

우리 시부모님이랑 친하게 지내시는 집이 떡집을 하시는데, 그 덕에 저희 아이들은 그냥 떡 먹고 싶으면 가서 떡 달라고 받아오곤 해서 미안할 때가 많긴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좋은 기억이 되겠죠. 좋은 사람들끼리 정겨운 명절이네요. 필리핀에서 지내는 명절은 더 특별하기를 바래봅니다. 고국에서 보다 더 정겨운 설 명절이 되시길 바래요.

감사합니다~~ 솔직히 필리핀에서의 구정은 chinese new year 를 대표하기 때문에 좀 느낌이 없어요~
지인들과 같이 음식을 하거나~ 했는데~ 이번에는 남편하고 만두를 만들 계획입니다~~
아이들하고 명절 재미나게 보내셔요~~

저분들이 치열하게 삶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 않은 것도 아닌데, 왜 그들의 삶은 나이지지 않는가에 대한 답답함과 속상함이 밀려옵니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격언에 배신감을 느끼네요.. ㅠㅠ

명절엔 행복한 일들만 있었으면 좋겠어요ㅎㅎ
웃는 일만 생기길...ㅎ

다시한번 부모님의 고마움과 감사함... 5남매 죽어라 키우시다가 자신은 정작 돌보지 못하고 돌아가신 어머님의 생각나네요. 항상 좋은 일들만 가득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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