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문.이과 통합과정-대한민국에 문과/이과는 앞으로 없습니다.

in #kr7 years ago (edited)

스티미언 분들중에 학부모님들이 얼마나 계실지 몰라 제 전공분야인 입시를 포스팅하기 망설여졌습니다. 솔직히, 대부분의 스티미언들과는 고입이나 대입이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여 애초에 생각조차 하지 않았었는데요. 스팀잇을 멀리 보았을때 유저가 점점 늘어날수록 이러한 분야에 대한 관심도 생길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지금부터 꾸준히 포스팅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입시학원을 운영해 왔습니다. 학생들의 입시만큼이나 치열한 사교육시장에서 살아남기위해 끊임없이 연구해왔고, 최적의 입시결과를 내기위해 수없이 많은밤을 지새웠습니다. 신문에 여러번 기고도 하고, 수백번의 입시설명회를 진행하면서도 공교육 붕괴의 주범으로 각인되는것에 대한 염증으로 여러번 전직을 고민하기도 했었으나, 우리의 땀방울이 오로지 돈을위한 움직임으로 치부되는 모욕을 감내하며 공부하기 싫어하는 학생들과 씨름해야했고, 그들이 성장하여 감사함을 전할땐 그 오랜 염증과 모욕들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기적을 경험하기도 했습니다.

kr 스티미언 여러분은 대부분 문과 또는 이과출신이실겁니다.(오늘이야기에서 예체능은 별도로 두고 추후 기회되면 포스팅하겠습니다.)
그런데 앞으로는 이러한 고교 문이과 구분이 사라지게 됩니다.
현재 중학교3학년이 고등학생이 되는 2018년(내년)부터 시행이 되는데 엄밀히 말하면 이 학생들이 고등학교 2학년이 되는 2019년에 처음시행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기존 문.이과구분이 고2에 진행됨을 고려하였을 때..)

이야기를 하자면 굉장히 길어지고 이분야에 관심이 크지않다면 단편적으로 밖에 들리지 않을듯하여 글을쓰기가 굉장히 망설여지긴 했었습니다만 글을 읽는분들의 입시에 대한 이해가 아주 낮다는 가정으로 최대한 쉽게 써보겠습니다.

도대체 왜? 멀쩡한 문. 이과를 통합하여 운영하는것일까요?
다양한 이유가 있을수 있습니다만 제가 지금까지 알고있는 어떤 입시제도보다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정권을비롯한 정치적이슈와 상관없는 입시의 거대한 흐름중의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결국 사교육을 잡을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길이며, 그곳에 몸담고 있는 저조차도 교육적 관점에서 아이러니 하게도 열렬히 환영하는 정책입니다.)다양한 이유중에 제가 가장 집중하고 있는 이유는 조금더 ‘전공적합성’(쉽게, 향후 전공할 과정에 대한 이해와 열정등)이 높은 학생들을 양성할수 있는 교육과정이 될수 있다는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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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는 고1에서는 공통교육과정을 배우게 되고
고2부터는 각자 원하는 교과를 선택하여 배우게 됩니다.
수학을 기준으로 아주 극단적인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현재 문과에서는 수I/수II/미적I/확률과통계 과목을 공부해야합니다.(세대별로 교과과정의 차이가 있어 이해가 안되실수도 있지만 현재는 이렇게 되어있습니다.) 분명히 그 문과생중에는 국문과나 신방과로의 진학을 고민하는 학생들이 있겠습니다. 이들이 미분과 적분을 또 확률과 통계를 반드시 배워야하나요? 물론, 기본적인 소양을 닦기위한 과정들은 필요합니다만 진로와 무관한 과목들에 대한 강제성은 결국 수포자(수학포기자)를 양산하는 지름길일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소설가가 되기위해 국문과를 희망하는 학생들은 미적분과 확률통계를 학교에서 배우지 않아도 됩니다.(선택을 하지 않으면 되니까요) 그대신 조금더 전공에 부합하는 과목들(실용국어, 고전읽기등)에 집중해야겠죠, 굉장히 합리적입니다, 앞으로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경제/경영학과에서는 학생부에 '경제수학'이 없는학생은 선발하지 않을가능성이높습니다. 고질적인 문제였던 물리 미선택 이공대(물리베이스)수능합격자에 대한 반수걱정 및 대학수업시간에 엎드려서 잘걱정이 사라지겠지요.
문이과2.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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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아름다운 이 교육과정에는 아주 치명적인 약점이 몇가지 있습니다.

첫째, 이미 설정한 진로를 바꾸기 대단히 어렵다
선택과정을 세팅해놓고 공부를 하던중에 그 진로가 자신과 안맞는다는 것을 느꼈다면 다시 되돌리기가 현재보다 조금 더 어려워집니다. 왜냐하면 전공과 관련있는 강좌만 대부분 선택을 해놨을테니 다른 공부가 안되어있을것이기 때문입니다.(현재와 비교해서 그렇습니다.)

둘째, 학교별로 선택할만한 강좌가 다양하지 못할수 있다.
보편적인 강좌(이를테면 경제수학)가 아닌 독특학강좌(이를테면 여행지리)를 선택하고자 한다면 그 강좌가 개설되어있는 학교로 진학해야만 합니다(본인의 의사에따라 결정되지 않습니다.). 또한, 한 학년 인원이 200명이 채 되지않는 학교들은 강좌개설과 교사수급에 어려움이 생길것입니다.(교사윤환등 제도적장치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셋째, 100% 강좌선택권을 부여받지 못하는경우가 생길 수 있다.
기우일수 있습니다만 앞서말씀드렸듯이 정원이 적은 학교등은 다양한 강좌개설이 어렵고 몇몇강좌를 강제로 수강토록 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학생의 계획과 다른 입시결과가 나올가능성도 있습니다.

넷째, 너무 빠른 진로선택을 요구한다.
그렇다면 언제, 진로를 결정해야하는가? 라는 문제에서 현재의 학생들은 고등학교에 진학한 이후에 진로를 결정하는경우가 많습니다.(어떤녀석들은 원서쓰기 직전, 또 어떤녀석들은 원서쓴이후 합격결과 나오면 결정됨) 그런데, 이제는 학교별 개설강좌가 상이하니, 원하는 강좌가 있는곳으로 진학해야하는 이유로 적어도 중학교때 진로가 결정되어야하는(이미 특목고희망자는 그리하고 있지만)문제가 발생될수 있습니다.

그 외에 아직 시행되지 않았지만 예상되어지거나 예상되지않은 돌발변수등 굉장히 많은 문제들이 발생될수 있으며, 시행착오도 만만치 않을것입니다. 그러나, 이 정책이 절대 흔들림없이 가야하고, 입시의 헤게모니를 학원이 아닌 학교가 오롯이 가져가기 위해선 발생예상되는 문제점들을 선제적으로 해결할 제도들을 만들어내고 꾸준히 시뮬레이션 해야하며, 적극적으로 홍보해야합니다. 위에 나열된 문제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는 반드시 정착되어야할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제도만 놓고본다면 아주 훌륭한제도이지만 입시가 뒷받침되지않는다면 ‘돼지목에 진주목걸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정말 다행스럽게도 앞으로의 입시는 학생의 누적된 고등학교 생활(내신을 포함한 모든활동)을 바탕으로 전공적합성을 확인하고, 학생의 비전을 평가하는 ‘학생부 종합전형’ 중심으로 흘러갈것이라 생각합니다.

현재 대입은 아시는바와같이 수시(학생부교과/학생부종합/논술/특기자)와 정시(수능중심)로 구분되어있습니다. 상위15대학(sky서성한중경외시이건동홍숙)기준으로 정시는 30%가 채 되지않는 인원을 뽑습니다. 앞으로 펼쳐질 수능절대평가(확정전이나 확실시되고있습니다.)나 수능최저등급(수시합격 조건)축소 또는 폐지 압력과 맞물려 설자리를 잃어가는 수능대신 학생의 고등학교 과정의 히스토리를 추적하여, 지원학과의 인재상과 부합하는지를 살펴보는 ‘학생부종합전형’ 중심의 시대가 곧 펼쳐지게 될것입니다. (제생각에 이미 수능은 본질과 기능 두가지 모두를 잃었습니다.(추후 포스팅해보겠습니다.))

결국 고등학교 3년간의 누적된 활동(내신이외의 다양한 교내활동들)으로 대학을 가게되는 이 시점에, 진로와 상관없는 공부에 시간을 낭비하는 것은 입시를 떠나 학생의 미래와도 직결되는 아주 중요한 이슈일수 있습니다.

입시의 key를 학교가 갖게되는것은 당연한 이치이며, 이흐름에 의해 사교육이 위축된다면 전 과감하게 전직을 고민할 생각입니다.^^

  • 첨언1 : 문.이과통합과정에 대한 제 개인의 주관적인 해석임을 밝힙니다.
  • 첨언2 : 입시나 교육 관련해서 필요하신 부분 댓글주시면 다음포스팅에 반영하겠습니다.

be hap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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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감사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봤습니다.
개인적으로 문이과 통합은 긍정적으로 보이지만,
세분화된 교과과정은 고등학교를 대학교처럼 만드는 것이 아닌가 싶어서 우려가 됩니다.
말씀하신 우려처럼 진로 변경이 쉽지 않을 것 같은데, 고등학교 때부터 확고한 진로 결정을 하는 학생들이 몇이나 될까 싶습니다.

정확하게 보셨습니다. 저또한 어린학생들이 갈팡질팡하는 문제들에 대한 대안수립이 이정책의 핵심이라고 보고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입시제도 바뀌는 것을 보면
우리때는 뭔가 잘못 교육받았나보다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잘 보고 갑니다.

네 앞으로는 좀더 최적화된 선발방식으로 여러 사회적비용에대한 해결도 가능하리라생각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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