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 면접, 그리고 ICO
벌써 꽤 오래 전의 이야기입니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취직 준비는 커녕 토익 점수 조차 없었던터라 적당히 만만해 보이는 기업 몇 군데에 지원을 했었습니다.
당시에는 면접을 보면 학생 수준에는 꽤 짭짤한 면접비를 지급하는게 일반적이었기 때문에 떨어지더라도 면접 연습의 의미가 있었고 또 그 날 저녁은 면접비를 털어 평소 먹기 어려운 진귀한 음식인 순대과 왕만두 등도 먹을 수 있었습니다.
집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위치한 모 회사에 지원을 했었는데, 운이 좋아서인지 최종 면접까지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임원 3명과 함께하는 이 면접은 대단히 특이했습니다. 이름하야 압박 면접.
첫 질문을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자네는 몸무게가 몇 킬로인가 ? 숨이 차서 제대로 일을 할 수는 있겠나 ?"
그 질문을 받았을 때 얼굴이 불타는 고구마처럼 뜨거워진 것을 스스로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워낙 당황스러웠던터라 무슨 답변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도 않지만 꽤나 진중하고 예의 바르게 임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면접 말미에는 "자네 참 괜찮은 친구구만. 나중에 꼭 회사에서 봤으면 좋겠네."라는 덕담도 들어 기분이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결국 그렇게 어찌어찌 운좋게 합격을 할 수 있었고, 인사팀에서는 신입사원 합격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거하게 소고기도 사주었습니다. 목표를 이룬 끝에 맛보는 소고기의 맛은 형용하기 어려운 감동이었습니다.
다만, 그 임원분의 충고를 진지하게 받아들인 관계로 다이어트를 위해 좀더 먼 곳에 있는 다른 회사에 들어갔습니다.
IMF 시절이후 기업들은 채용 자체를 하지 않았었습니다. 그러다가 제가 졸업할 즈음에서야 겨우 채용을 재개했기 때문에 저는 과장으로 진급할 즈음에는 회사 전체에 몇명 밖에 없는 드문 존재가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신입사원 채용 면접관으로 일년에도 두 세번씩 불려 다녔습니다.
제가 주로 담당했던 것은 "전공 면접"이었습니다. 한번은 저보다 1년 선배와 함께 면접관을 했었는데, 대부분의 지원자들은 대동소이했습니다.
다들 면접 준비를 많이 해와서인지 모르는게 없었습니다. 이력서의 수상 경력도 어찌나 화려한지 이 사람들과 함께라면 우주정복도 불가능하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왜 저같은 사람이 다니는 허접한 회사에 오려는지 오히려 제가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런데 사람의 느낌이라는 것은 비슷한지 저도 선배도 채점표에는 낮은 점수를 주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한 지원자가 들어왔습니다. 점잖게 또박또박 자신을 소개했던 그는 자신감도 좀 없어보였고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였습니다. 심지어 우리가 예의상 물어보는 제일 쉬운 질문 1번에 대해서는, "죄송합니다. 군대갔다 온지 얼마 되지 않아서 다 까먹었습니다"라는 예상치 못한 답변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시종일관 진지하고 예의를 갖추는 그의 모습은 다른 지원자들하고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그가 나가고 나자 같이 있던 선배는 얘기합니다. "나는 이 친구 합격이야. 이 과장은 어떻게 생각해 ?" 저의 대답도 비슷했습니다. "막 키워주고 싶은 친구네요."
저는 최근 투자대상을 넓히고자 ICO 시장과 에어드랍 등을 통해 신규 론칭하는 코인들을 유심히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과거 신입사원 면접보던 그 때가 생각납니다. 비전과 로드맵이 너무나 다들 화려해서 이 코인이 인류의 미래를 책임질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막상 프로젝트 리더는 뭐했던 사람인지 커리어가 베일에 가려져 있거나, 수석 개발진은 처음보는 머리 떡진 사람 사진 몇개 있는게 전부인 경우도 봤습니다. 심지어 아래와 같이 스스로도 개발팀이 누구인지 잘 모르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ICO라는 것은 아무 것도 이루어진 것이 없는 단순 계획만 믿고 투자를 하는 것입니다. 5살 어린이가 "나는 커서 아인슈타인보다 훌륭한 과학자가 될래요"하면 그 꿈은 응원하지만, 그 가능성은 얼마나 될지 냉정하게 잘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제 생각에는 화려한 비전과 로드맵은 그냥 마트 전단지 정도로 생각하시고 적당히 훑어 보시고 버려도 되는 것 같습니다. 그 조차도 귀찮다면 누군가가 대신 연구해서 고맙게 올려준 요약본을 보는 것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투자의 대상으로 적극 고려 중이라면 결국 그 프로젝트에 속한 사람들의 역량과 스폰서를 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프로젝트 리더 혹은 개발자가 얼마나 명예 욕과 승부 욕이 강한 사람인지 그 사람의 커리어를 찾아보는 것으로 쉽게 알 수 가 있으며, 얼마나 대단한 스폰서가 함께하는지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경영진도 아닌 홍보팀 사원 만나서 밥 한끼 먹었다고 협력기업 리스트에 올리고 그러기도 하는데, 이는 ICO가 아닌 일반 사업에서도 흔히 하는 치팅 중 하나입니다.
만약 중국계 스폰서가 있다고 한다면, 아마도 관련 프로젝트 종사자들은 갱단으로부터 생명을 보장받기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오늘은 이 정도에서 갈무리 하겠습니다. 월요일의 출근길은 평소보다 무겁지만, 시작이 반입니다.
p.s. 현재 비트코인이 상승세를 타면서 많은 수의 알트코인들이 하락하는 경향이 나타나는데, 과거의 예를 보면 비트코인의 도미넌스 증가 -> 비트코인이 횡보하면서 알트코인 상승 -> 다 같이 조정 이런 형태의 시장 상황이 나타났었습니다. 이는 주식시장의 흐름과도 비슷한데 돈이 흐르는 곳은 어디나 비슷한 경향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
p.s.2. 프로필 아이콘을 바꾸었습니다. 제가 아는 여성 캐릭터 중에 머리 숱이 가장 풍성한 전영소녀 아마노 아이입니다.
p.s.3. 그간 많은 시도 끝에 결국, 멘탈 관리의 끝판왕은 에이프릴임을 다시 깨달았습니다.
프로필 아이콘을 바꾸시다니요 ㅠㅠ
늠름한 모습을 더는 볼수 없어서 슬프네요
대신 @granturismo님 글을 찾기가 어려워졌어요 글 안쓰신줄 알았다는...
다시 에이프릴로 돌아오셨네요!
맞아요, 결국은 다시 돌아가게 되더라구요!
오늘도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저도 @granturismo 님의 글에 비슷한 견해입니다.
맛집블러거 중에서도 지나치게 현란한 그래픽으로
소비자들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경우는 오히려
맛집선택에 배제합니다.
그리고 벽에 맛집선정이라느니 광고문구가 너무
현란해도 맛집선택에서 배제합니다.
영국신문의 칼럼을 읽은적이 있습니다.
호주관광청이 호주가 정말 지상낙원인것처럼
계속 광고를 하고 있는데 왜 지상낙원인데 굳이
광고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영국은 늘 지옥같은 뉴스만 나와도 관광객으로 넘친다고
적절한 마케팅은 소비자의 알권리도 충족시켜주고
정보의 비대칭을 해결해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나친 광고의 뒤에는 속빈강정이 즐비합니다.
정말 ICO나 저가 코인들 투자에 조심해야 하는 점입니다.
"그렇게 좋으면 당신이 집팔고 땅팔고 빚내고 사돈의 팔촌의
돈을 모두 땡겨서 사세요. 왜 광고하세요?"
이런 문구가 맞을 수도 있습니다.
오늘도 @granturismo 님 글에서 많은 교훈을 얻고 갑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감사^^*
마지막이 심금을 울리네요. ㅋㅋㅋ결국 접어두고 멘탈관리는 에이프릴..
소고기까지 드시고 임원분의 충고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신 점에 감탄이 절로 납니다~
재미있게 잘읽었습니다^^
항상 좋은 글 감사합니다..
삼성전자 홀로 시장 돈 다 빨아먹고 중소형 종목 다 죽이고 올라갈떄가 생각나네요. 돈이 도는 곳의 심리는 어디든 비슷한가봅니다ㅎ
재미난 글 잘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