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전 협상 성공사례 #4] 한 번의 만남으로 기술실시계약까지 일사천리
살다보면 간혹 “이게 웬 횡재인가!” 하는 때가 있다.
특별한 노력도 하지 않았는데 의외로 좋은 결과가 나온다거나, 전혀 예상치 못했는데 자신에게 돈이든 명예이든 어떤 특별한 혜택이 주어진다는 등등. 기술사업화분야에서도 간혹 이러한 일이 생기는 것 같다. 기업과 단 한 차례 만나서 기술실시계약까지 마무리했다면 이 또한 횡재가 아닐까?
스스로 찾아온 기회
우리 기관에서는 2017년 2월 중순 서울에서 사업화 유망기술 설명회를 개최하였다. 물론 행사에 앞서 대략 2주전부터 기술설명회 홍보 겸 참가기업 신청을 받고자 여기저기 웹사이트에 행사안내도 했다. 그런데 몇몇 기업에서 바로 기술상담을 하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 행사장에 와서 기술설명을 들으면 될 걸 굳이 방문하겠다고 하는데 딱히 거절할 이유도 없지 않은가!
2월 초, 경남 창원의 공작기계 제조회사인 A기업에서 대표이사와 연구개발팀장이 우리 기관을 방문했다. 여느 기술상담과 마찬가지로 회사 소개와 주요 제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나서 우리 기관의 K 박사로부터 보유 특허기술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K 박사의 기술은 매우 단순하면서도 효과가 뛰어나고 제품의 소형화까지 가능한 기술인데, 발명품의 동작원리를 촬영한 동영상까지 가지고 와서 설명을 했기에 기업 측의 기술 이해도 빨랐다. 기업 측이 준비해온 몇 가지 질문에 대해 발명자의 답변이 오고간 후, 양측 모두 만족하는 분위기였기에 곧장 기술이전 협상에 들어갔다.
밀당의 묘미, 기술이전 협상
“자, 그럼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기술이전 협상을 해볼까요?” 나의 한마디에 기업 측이 묘하게 긴장하면서 내 입만 바라보았다. 이에 민감하지 않은 사항부터 얘기를 시작했다. “우리 기관은 정부방침에 따라 통상실시권을 전제로 기술이전을 하며, 실시기간은 계약일로부터 10년이 원칙이며 연장이 가능합니다. 노하우는... ” 등등. 다소 긴장된 분위기를 누그러뜨리기 위해서라도 질문도 할 수 있으련만 기업측은 아무런 얘기가 없었다. 속으로 생각했다. “분명 기술이전을 곧바로 받을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갑자기 분위기가 왜 이렇게 썰렁하지?”
곧장 가장 민감한 사항인 기술료를 매듭짓기로 했다. 정액기술료와 경상기술료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한 후 우리 기관에서 희망하는 기술료를 제시했다. 내가 제시한 기술료는 정액기술료 1.5억원, 경상기술료 3%. 그때서야 A 기업의 대표이사가 반응했다. 입가에 은은한 미소를 머금고서 “저희 예상과는 너무 큰 차이가 나네요.” 내가 물었다. “그러면 회사에서는 어느 정도로 예상하셨는데요?” 이 특허기술은 워낙 단순해서 정액기술료는 2,000만원, 그리고 경상기술료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고 했다. 협상을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다소 막막했다. 내가 다시 물었다. “말씀하신 정액기술료 2,000만원은 아마도 최소한의 기술료일 것 같은데, 최대치는 얼마 정도로 예상하셨나요?” “4~5,000만원입니다.” 기업대표가 곧바로 응답했다. “OK, 그렇다면 협상이 가능하겠군.”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기업 측에 양해를 구한 후 잠시 밖에 나가 K 박사에게 상황을 얘기했다. 물론 기술료에 관한 한 나에게 모든 권리를 위임한 터라 굳이 얘기할 필요는 없었지만 타결방안을 모색할 겸 해서 전화했던 것이다.
약간 배짱을 튕기기로 했다. K 박사의 특허기술은 몇몇 웹사이트에 게시한 지 불과 1주일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A 사를 포함하여 2개 기업이 기술상담을 요청해온 터라 서둘러 계약할 필요는 없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다시 자리에 앉아 협상을 진행했다. 이번엔 기업 대표가 내게 기술료를 낮춰줄 용의가 없는지 물었다. 이에 나는 이 특허기술 개발에 투입된 연구비, 장치 구성의 단순성 및 제품 소형화 등에 따른 기술적 가치 및 시장성, 특허 출원-등록-유지 비용, 중소기업 대상 감면 비율 등등을 얘기한 후, 그러한 제반사항을 고려하여 정액료 1.5억원을 제시했는데 기술료 협상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어쩌면 길게만 느껴졌던 10여분 간의 협상 끝에 최종 합의된 조건은 정액기술료 1억원에 경상기술료는 매출액 대비 1.5%, 통상실시권은 특허권리기간 소멸 시까지 부여 등. 수일 내 내가 기술실시계약서를 작성해서 기업 측과 발명자의 피드백을 거친 후 2주 이내에 기술실시계약을 체결하기로 했다.
때론 한번의 만남도 족하다
단 한 번의 만남으로 기술이전이 성사되자, 갑자기 꽤나 어렵게만 느껴지던 기술이전이 별 거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뭔가 허전하고 아쉬운 여운이 남는 건 왜일까? “이런 사례가 종종 발생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마음은 나만의 욕심은 아니리라.
가입인사: 똑.똑.똑. 처음 인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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