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라공주(Princess Aurora, 2005)
감독 : 방은진
출연 : 엄정화(정순정), 문성근(형사 오성호)
딸을 잃은 엄마의 마음이란 어떤 것일까.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고 물론 그래서 자식이 없는 나로서는 상상, 딱 그 정도까지만 해볼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 상상으로 얼마나 많은 고통들을 자아낼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내 최대한의 상상 속에서보다 더한 고통을 안고 있으리라 감히 생각해본다.
이 영화에서 엄정화가 연기한 정순정이라는 여자가 그러하다. 딸을 잃었다. 그것도 단순히 불행한 사고로 딸을 잃은 것이 아니라 딸의 생일날에 딸은 성폭행을 당한 채 쓰레기 매립장에서 죽은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감히 상상이나 하겠는가? 찢어지는 엄마의 마음을.
그 이후 정순정은 자신의 딸의 죽음과 관련된 모든 인물을 잔인하게 처형시킨다. 백화점에서 아이를 학대하는 여성을 보고 딸의 생각에 잠기며 그 여인을 주방도구로 살해해버리고, 자신의 딸을 맡겼던 옷가게의 주인과 그의 남자친구(순정이 약속시간보다 늦자 아이를 밖에 방치시키고 셔터문을 내려버림)를 살해한다. 그 밖에도 자신의 딸을 성폭행한 사람의 성기를 잘라버리는 등 모두 그에 맞는 벌을 스스로 주면서 돌아다닌다. 그녀의 남편 성호는 자신의 아내가 살인사건의 범인인 것 같은 느낌을 지워버릴 수 없지만 무차별적인 살인에 자신의 아내가 왜 그런 일을 벌이고 다니는 것인지 감 잡을 수 없어 막막하기만 하다. 그 살인의 공통점은 살인 현장에서 한결 같이 발견되는 오로라공주의 스티커 뿐.
순정은 마지막으로 자신의 딸이 죽었던 쓰레기 매립장에 형사들과 기자들을 비롯한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쓰레기 매립장에서 사람을 크레인에 매달고 크레인 속에서 방송을 시작하는 그녀. 자신이 살인을 했던 이유와 자신의 감정들을 말하며 자신의 딸이 빙의된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결국 그녀는 잡히게되고 마지막 복수까지 성공으로 끝낸 그녀 또한 목숨을 끊는다.
큰 줄거리인 그녀의 무자비한 살인 속에 감춰져있는 그녀의 모성애를 표현한 작품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잔인함에 치를 떨었던 적은 한 번도 없다. 다만 그녀가 딸을 사랑했던 마음과 그 마음을 둘 곳이 없어진 지금 미쳐버린 듯한 그녀의 모습이 안타까웠을 뿐이다.
국내, 국외 등 전 세계적으로 모성애와 부성애를 그린 영화들이 존재한다. 현실성 없는 이야기인 듯 하면서 그렇지도 않다. 내 자식을 빼앗기고, 내 자식을 죽음으로 몰아간 당사자들을 죽일 듯이 원망하고 분노하는 것은 모든 부모의 마음이 같을 것이다. 다만, 그 사람을 죽일 수 없었을 뿐이지. 아직도 이 세상에는 많은 범죄가 일어난다. 아니, 더욱 잔악무도한 범죄들이 더 판을 치고 있다. 앞으로 일어나기를 원하지 않는 바이며 지금까지 이러한 고통들을 겪은 부모들의 마음을 애도하는 바이다.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