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음식스토리텔링) 제주도 도감어르신과 돗괴기(실습편-2) with 양용진선생님

in #kr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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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삶은 돼지고기를 일부는 돔베고기로 썰어 먹고, 일부는 고기국수를 만들고, 일부는 에피타이저를 만들기로 했다.
오늘은 제주도에서 가장 유명한 '고기국수'를 만들어 볼 생각이다.

고기국수

재료 : 돼지고기 100g, 물 500cc, 국수(중면) 120g, 콩나물 100g, 대파 1/3줄기, 양파 1/3개, 얼갈이 배추 1개, 달걀 1개, 마늘 1큰술
콩나물 양념 : 마늘 1큰술, 소금, 깨소금, 고춧가루, 청장, 참기름

일. 돔베고기를 만들기 위해 삶은 고기를 사용한다.

이. 대파는 어슷 썰고, 양파는 채썰고 얼갈이는 찢어서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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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썰어서 준비해둔다.

삼. 콩나물은 살고 찬물 샤워를 한 후 청장, 마늘, 소금, 깨소금, 참기름으로 무쳐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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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콩나물을 비린내 나지 않게 삶는 팁!
아주 간단하다. 콩나물을 삶을 때 뚜껑 관리를 잘 하면 된다.
처음부터 뚜껑을 닫고 삶으면 한번 우르르 끓을 때까지 절대로 뚜껑을 열어서는 안된다.
만약 처음부터 뚜꼉을 닫지 않고 삶았으면 끝까지 뚜껑을 닫지 않고 끓을 때까지 두어야 한다.
그러면 두 경우 모두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

사. 달걀은 풀어놓고 국수는 삶아 사리지어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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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국수는 언제나 중면으로 끓인다.
소면의 경우 물이 끓고 찬물을 한번 붓고, 다시 끓으면 다시 찬물을 붓고, 다시 끓으며 꺼내면 딱 알맞게 익는다.
하지마 중면은 소면보다 더 오래 끓여야 하는데, 내 경험상 찬물 붓기를 세번 정도 해주는 시간이면 적당히 익는 것 같다.
아니면 면을 꺼내서 먹어보면 정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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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를 삶을 때 물과 국수의 비율이 어느 정도이면 가장 잘 삶아질까?
보통은 그냥 큰 냄비에다 물을 많이 넣고 삶는데, 정확히는 물과 국수를 10 : 1로 하면 가장 좋다고 한다.
물 안에서 국수가 삶아지면서 자유자재로 돌아다녀야 서로 엉키지 않고 골고루 잘 익는다고 한다.

국수를 삶고 나서도 면발을 탱탱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기술이 필요하다.
별거 아닌 거 같지만, 내가 이걸 배우고 이렇게 국수를 씻어주니 면발의 차이가 완전히 하늘과 땅 만큼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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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큰 볼을 아래 두고, 채망을 놓고, 그 위에 국수를 붓는다.
찬물로 샤워를 해주면서 국수를 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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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걸러지는 물이 거의 투명해질 때까지 물을 갈아주면서 바락바락 국수를 씻어준다.
거의 네번 정도 물을 갈아주면서 씻어주면 적당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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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지와 중지 손가락으로 국수를 걸어 집어서 또아리를 틀어주면 적당한 1인분의 양이라고 한다.

오. 육수에 청장으로 간을 하고 양파와 대파, 얼갈이를 넣고 끓으면 달걀을 풀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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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삶은 물에 간을 하고 양파와 대파를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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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갈이 배추를 제주도 사람들은 '단배추'라고 하는데, 이것을 손으로 숭덩숭덩 잘라서 넣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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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물을 풀어준다.
달걀물을 뭉치지 않게 국에 넣는 노하우가 있다.
이 노하우는 계란국을 끓일 때도 마찬가지 방법으로 한다.
국의 국물이 끓으면 그 끓어 오르는 곳에 조금씩 부어주는 것이다.
달걀을 부우면 국이 온도가 올라가면서 끓기가 조금 사그러든다. 잠시 기다렸다가 또 끓어 오르면 그곳에 달걀물을 부어준다.
이렇게 하면 달걀물이 얇고 균일하게 잘 풀려서 국의 국물이 지저분하지 않고 아주 좋다.

육. 그릇에 국수를 넣고 육수로 토렴하고 무쳐놓은 콩나물과 돼지고기 썬 것을 얹어 뜨거운 국물을 붓고 깨소금과 약간의 고춧가를를 뿌려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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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밥도 이렇게 토렴을 하는데, 사실 난 토렴한 것과 하지 않는 것의 맛 차이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 수업을 해주신 선생님은 이 두 가지의 맛의 차이는 확연히 다르다고 하셨다.
특히 제주도 국수는 중면이기 때문에 꼭 토렴을 해야 국수의 속까지 같은 온도로 따뜻한 국수가 된다고 하셨다.
중요하다니 꼭 그렇게 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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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아서 양념을 무친 콩나물과 삶은 돼지고기 썬 것을 예쁘게 장식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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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가루를 고명처럼 예쁘게 얹어준다.

이렇게 하면 그 유명한 제주도 고기국수가 완성이 되는 것이다.

이 고기국수에서는 제주도 사람들이 좋아하는 '배지근한 맛'이 난다고 한다.
삶은 고기 냄새와 국물의 묵직한 맛 때문에 '배지근한 맛'이 난다고 하는 듯하다.

이렇게 고기를 된장에 삶은 국물로 만드는 것이 진짜 제주도 고기국수이다.
하지만 요즘 제주도의 인기있는 고기국수집에 가면 육지 사람들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서 국물을 사골뼈를 이용해 우려내서 만드는 집이 더 많다고 한다.
이것은 제주도 원래 고기국수가 아니라 관광 상품화하기 위해 변형된 고기국수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수업을 진행하시는 선생님이 운영하는 향토음식점이 있는데, 여기에서는 고기를 삶아서 고기국수를 만든다고 한다.
그리고 씨육수라는 것이 있어서 좀더 전통의 맛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씨육수라는 것은 국물의 맛을 내는 기본 육수를 의미하는 것인데, 이게 국수의 맛을 얼마나 다르게 하는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이 씨육수의 레시피는 며느리에게도 알려주지 않는 그 음식점의 특급 비밀이라고 한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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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정말 오늘 같은날 국수 생각 많이 나네요.

그리고 씨육수 맛 정말 궁금하네요

너무 너무 먹어보고 싶어요~

왠지 '씨육수'하니까 장인의 스멜이 느껴지지 않나요?
전에 저도 시골에 살때 '씨간장'을 먹어봤는데, 간장이 짜지 않고 거의 단맛이 느껴지더라구요.
아마도 '씨육수'도 뭔가 맛이 다를 거 같긴 합니다.^^

레시피를 상세하게 해주셨네요.
완성된 작품이 보기에도 좋고 맛도 좋을 것 같은 느낌이 나네요.

레시피를 알려주신 선생님의 어머니가 제주음식 명인이시거든요.
그래고 그 아들과 며느리가 그 음식의 맥을 잇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 선생님께 배운 레시피라서 저도 완전 열심히 배웠답니다.^^

제가 먹었던 고기 국수들과는 다르게
맑고 시원한 맛일 것 같아요~
뜨끈하게 한그릇 먹고 싶어지는 날씨네요^^

어제 서귀포에 비가 많이 오지 않았는지 모르겠네요.
제주시는 많이 오긴 했지만 별 피해는 없었는데, 제주도 곳곳에 비피해가 심했다네요.

'배지근한 맛'

이게 대체 뭘까요? 무슨맛일지 감조차 안오는 오묘한 단어 😏

코인 용어를 너무 쉽게 설명해주시는 @ponzipanda님을 위해서 제가 제주도 용어를 쉽게 설명해 드려야할텐데...ㅜㅜ
이 배지근한 맛은 너무 어려운 맛이라고 하더라구요.
기름기가 있으면서 맛이 풍부하고 건강해지는 맛? 정도랄까요?
하지만 육계장처럼 깔깔하게 매운맛은 배지근하다고 하지 않더라구요.
이건 제주도 사람이어야 알 수 있는 맛이더라구요.ㅜㅜ

고기국수에 콩나물이 들어갔던가요?
설렁탕도 아닌고
칼국수도 아닌것이
정말 괜찮은데 이상하게 제주도에만
파는 음식 ^^

고기국수에는 고기 육수와 국수가 기본이지만 식감을 위해 콩나물을 넣어주기도 한다고 하더라구요.
정말로 제대로된 고기국수는 제주도에만 있는 맛인 것 같습니다.^^

이틀전 돼지수육과 새우젓양념, 겆절이, 그리고 잔치국수로 마무리를 했는데...수육국물에 국수를 해 먹으면 고기국수가 되겠네요.
한식은 제 담당이고 가족들이 좋아 하는데 담엔 고기국수를 염두에 두고 수육을 해 봐야겠네요.^^

외국에서도 한식 상차림을 제대로 차리셨네요.^^
재료도 구하기 어려우셨을테데 그래도 잔치상 부럽지 않은 상차림이네요.
수육을 만들 때 우선 얼음물 샤워만 해봐보세요.
그것만으로도 수육의 맛이 크게 달라진다고 하더라구요.^^

가끔 토렴을 하는 곳을 보면 확실히 전문적인것 같은 느낌이 나요. 보기 흔하지 않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요.

육지에서는 보통 국밥을 토렴을 하잖아요.
근데 사실 저도 육지살 때 토렴하는 음식점을 가보진 않았어요.
그래서 더 그 맛 차이를 잘 모르는 거 같아요.^^

올려주신 레시피가 제주 토속 고기국수로군요.
어디가나 토속보다는 상품화에 촛점을 맞추는 경향입니다.
오메기떡도 많이 변했지요

세월이 가면 그 맛이 새로운 향토 음식이 되겠지요.
모든 것은 변하게 되어있으므로
감사합니다.

음식맛은 세월에 따라 변할 수밖에 없는 거 같아요.
식자재도 세월 따라 달라지니까요.
그래도 아직은 제주도 사람들에게는 제주도 특유의 입맛이 많이 남아 있는 거 같아요.

고기국수 대박입니다. 아주 맛있을듯합니다.

자극적이지 않는 고기 국물 국수라고 생각하시면 정확히 맞을 거 같습니다.^^

하악... 고기국수..
담백하고 맛있어 보여요.
급 배고파 졌습니다.ㅠㅠ

보통은 국수를 먹으면 금방 출출해지잖아요.
하지만 제주도의 고기국수를 먹으면 국수 위에 얹어준 고기 몇점과 고기 국물 때문에 쉽게 출출해지지 않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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