뫼비우스의 띠

in #kr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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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바베큐 그릴을 구입하기 위해 마트엘 갔다. 종류가 너무 많아 고르는 데 지쳐갈 즈음 그냥 작은 게 하나가 눈에 들어왔는데 책임자에게 물어보니 재고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 그냥 여기 전시된 걸 가져갈테니 할인을 해 달라고 하자 이 책임자는 가격표를 떼어내고 뭔가 페이퍼를 하나 써 주는데 20% 가 넘게 할인을 해 준거다. 속으로 완전 횡재했다고 쾌재를 불렀다. 그건 20% 할인과 함께 조립하는데 소요되는 적어도 1시간의 인건비를 절약한 셈이니 공짜나 다름없었다. 나는 다시 이에 필요한 부속품 이것 저것을 주워담고 계산을 했다. 그런데 이 캐셔(이미 알고 있는 사람으로 매니저급임)가 나의 수려한 외모에 빠져 그만 계산한 금액이 한눈에 봐도 잘못된 금액이었다. 그러나 그 찰나의 순간 다음과 같은 생각이 들었다.

과연 이 매니저에게 계산을 정정시켜 주어야 할까?
그렇다면 정정하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소요될까?
또 이 경우 3가지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절대 인종차별 아닌 현실임)

  1. 검은 사람 : 계산 정정하려면 그날 집에 못감. 직원들이 모여 밤새 계산기를 붙들고 손가락을 동원해도 그날밤 셈을 마치는 건 불가능 (대게 미국 월마트에서 발생함)

  2. 하얀 사람 : 정통 독일인은 셈이 빠르고 좀처럼 이런 실수를 허용하지 않음. 그러나 동구권 출신은 어눌한 편임. 그래서 계산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이해시키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됨. 그날 집에 못갈 경우도 발생. 주말을 완전히 망침.

  3. 노란 사람 : 이런 계산착오는 죽을 때까지 한번 할까말까하고, 계산이 잘못되어도 정정시키는데 10초면 해결 됨.
    예) 계산 잘못됐어요. 너무 많이 빼셨습니다 ㅎㅎ. 어! 정말 그렇네요. 고맙습니다 부끄부끄. 상황종료.

순간 그 여성 메니저의 얼굴을 슬쩍 쳐다보고 “동구권이닷. 서로의 주말을 망칠 수 없다” 라는 결론을 내리고 그냥 웃으며 “안녕, 좋은 저녁” 이 서로에게 “선”이 될 수 있다는 결심을 했고 카드를 긁었다.

집에 돌아오는 내내 차안에서 웃으며 다시 고민하기 시작했다. 오늘이야 내가 지치고 마감시간이 임박해서 그랬다 치자. 내일 에너지가 넘칠 때 다시 가서 상황을 설명하고 계산을 정정해야 할 것인가? 아~~ 도데체 이매니저는 왜 나를 이런 고민에 빠지게 만드는 것이냐. 오늘밤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그 고민이 나로 하여금 밤을 지세게 만들 것이다. 고달픈 인생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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