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시 # 4

in #kr7 years ago

길/윤동주/1941

잃어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게 나아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어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어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 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 쪽에 내가
남어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길/윤동주/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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