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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안녕, 감정] 11 인정 그리고 책임

in #kr-series6 years ago (edited)

일단 나하님은 저를 글을 통해 어느정도 알고 계시고 제게 분명 애정이 있으시다고 생각하기에 진심을 담은 조언을 주시고 마음을 써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저는 나하님만큼 인생경험도 사회경험도 부족하기에 분명 나하님 말씀에 귀담아들어야 할 부분이 있다는 것도 잘 압니다.

일단 저는 '파라다이스'를 회사에서 바라는 건 아니에요. 모든 회사에 장점과 단점이 있기 마련이고 제 입맛에 맞는 완벽한 회사는 제 상상 속에서나 존재하겠죠. 그걸 모르는 건 아닙니다. 말씀하시는 자금이 넉넉한 회사가 최고다라는 말씀의 취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어차피 다른 조건은 주관적이고 변수가 많은 요인이라면 돈은 객관적이고 확실한 지표니깐 적어도 노동자 입장에서 손해는 아니겠죠. 현실적이고 일리있는 말씀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나하님 말씀대로 고용주는 노동자의 시간을 산 거고 제게 '임금'이라는 대가를 지불하는 계약관계일 뿐이죠. 경영자의 입장이 되어보지 않았기에 하는 소리일 지도 모르겠지만 제가 겪는 갈등과 마음의 고통은 이들이 경영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저와 다른 가치관을 가진 '다른 인간의 집합체'이며 회사 구조상 변화하지 않을 것이며 역시 저와 잘 맞지 않는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직업에 대해서 적성에 맞고 안 맞고가 중요하지 않다는 말씀도 저로서는 공감하기 힘듭니다. 어쩌면 나하님은 어떤 분야든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이라서(혹은 어떤 일이든지 하실 수 있는 분이라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분명 과거 미화가 아니라 이전 직장에서는 다른 스트레스와 고민은 있었지만 지금과 같은 감정과 고민은 겪어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전 '기획'이라는 직무에서 성취감을 느꼈고 일을 하며 힘든 순간만큼 즐거운 순간도 많았습니다. 그땐 남들에게 부탁하기 보단 제가 자율성을 가지고 통제력을 어느정도 가질 수 있는 직무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의 경험을 바탕으로 제겐 더 잘 맞는 직무와 더 맞지 않는 직무는 존재하고 제겐 일의 의미가 중요하기에 중요합니다.

제가 굳이 나하님을 설득 할 필요는 없겠죠. 말씀해주신 것처럼 제 인생의 주인공은 저고 저를 가장 잘 아는 건 저고 사랑하고 믿어줄 사람도 저일테니깐요. 선택하는 것도 선택에 따른 책임을 지는 것도 저겠죠.

주말동안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장기적으로 저에게 가장 좋은 게 뭘까 타인의 시선과 평가를 배제하고 깊게 고민했습니다. 어쩌면 저의 선택을 훗날 후회할 수도 있고 나하님이 보기에 답답하고 한심한 결정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괜찮습니다. 운 좋게도 저는 부양의 의무가 없고 생산적으로 살지 않아도 당분간 그럭저럭 먹고 살 수 있으니깐요. 다시는 돈을 벌지 못한다고 해도 후회하지 않을 각오로 이 직장을 그만두려 합니다. 제 선택의 책임을 지고 성장하고 행복할 자신이 생겼습니다.

다만 절망과 미움, 스트레스 등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여서 이 일을 그만두고 싶진 않습니다.
2개월 남짓의 기간동안 전부 다는 아닐테지만 마음을 내려놓고 미래를 꿈꾸는 마음으로 정리하고 나와볼까 합니다.

항상 제게 좋은 말씀 해주셔서 감사합니다.수다 떨러 오란 말씀이 특히 감사하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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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를 축하해요. 꼰대같은 마흔 아저씨의 글에 이렇게나 길게 마음을 전해주셔서 고마워요. 전에도 말씀드리긴 했지만,,, 저는 회사에선 꼰대랍니다. 으하핫. ㅠㅠ 슬퍼라. (<나는 꼰대다> 시리즈를 하나 기획중입니다. 연재대회 끝나면 바로 들어갈 듯요.)

퇴사 미리 축하드리고요, 아직 부양 의무가 없는 지금이 무엇이든 도전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때라고 생각해요. 고물님의 도전에 글로나마 응원을 하고 싶어요. 힘내시고,,, 파이팅입니다.

곰돌이가 @fgomul님의 소중한 댓글에 $0.010을 보팅해서 $0.013을 살려드리고 가요. 곰돌이가 지금까지 총 3542번 $42.085을 보팅해서 $44.064을 구했습니다. @gomdory 곰도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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