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책의 효율적 운영과 한국경제의 생산성 (2)

in #coinkorea6 years ago

안녕하세요, JOHN입니다.

지난 포스팅에서 거시경제정책은 생산성과 효율성을 제고하는 데 염두에 둬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포스팅에서는 한국의 생산성 구조를 살펴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몇 가지 방안에 대해 논의하도록 하겠습니다.


1. 생산성은 어떻게 결정되는가

장기적인 경제성장과 임금인상은 생산성에 주로 의존하기 때문에 생산성 현황과 구조를 파악하는 것은 중요하다. 먼저 이를 위해 생산성은 어떻게 결정되는지 논의해보자.

총요소생산성은 주어진 요소들(노동, 자본 등)을 갖고 얼마나 효율적인 생산을 창출할 수 있는지를 나타낸다. 이러한 생산성 의 고저(高低)를 결정하는 것은 기술수준과 효율적인 자원배분이다. 첫째, 기술수준이 우월하면 적은 요소로도 많은 재화를 산출할 수 있기에 효율적이고, 생산성도 높다. 그런데 현대 경제에서 기술진보는 주로 기업단위에서 이뤄지고 있으므로, 미시적인 수준에서 기업 간 생산성 격차를 볼 필요가 있다. 둘째, 경제 전체적으로 자원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배분되고 있는지도 생산성에 영향을 준다. 거시경제의 자원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더 생산적인 기업에 많은 자원이 배분되어야 하고, 덜 생산적인 기업에 자원이 적게 배분되어야 한다. 이를 보기 위해 노동과 자본 등의 생산요소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배분되고 있는지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 두 가지 요소에 공통적으로 영향을 주는 것이 법과 제도, 규제 등과 관련된 사회하부구조다. 공정하면서도, 효율적인 시장제도는 민간의 인센티브를 자극하고 기술개발을 촉진한다.

2. 우리나라 생산성 현황과 구조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자본축적의 둔화와 생산성 하락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해왔다. 아래 그림에서 보면 2000년대 초반의 잠재성장률은 5%였으나, 11~15년엔 3.4%로 크게 하락했다. 특히 이 기간동안 잠재성장률 하락분 중 생산성 하락이 차지하는 비중이 2/3에 달한다. 또한 노동생산성도 최근 낮은 수준에서 머물고 있다.

1) 기업 간 생산성 격차 : 세계화와 분배효율성 저하

앞서 기술진보는 주로 기업단위에서 이뤄진다고 언급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 생산성 선도기업들은 R&D 노력을 통해 기술진보를 지속하는 반면, 하위기업들은 선도기업의 기술을 모방함으로써 생산성을 향상시킨다. 그런데 최근 대부분의 국가에서 생산성 분포상 상위기업들은 지속적인 혁신노력으로 생산성 향상이 빠르지만, 생산성 하위기업은 기술전파 속도가 느려 생산성 향상이 지체되고 있다. 그리고 상위기업의 기술진보보다 하위기업의 생산성 정체가 더 두드러지는 경우, 즉 기업 간 생산성 격차가 커질수록 경제 전반의 생산성이 저하될 수 있다.

아래 좌측의 표에 따르면, 상위 5%의 생산성 선도기업들은 하위 5%의 후행기업에 비해 매출액과 근로자 수 및 임금 등 모든 면에서 압도적으로 우월하다. 그런데 문제는 우측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제조업과 서비스업 모두 선도기업들의 생산성이 지속적으로 향상되고 있지만, 후행기업들은 최근 생산성 개선이 정체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생산성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이유로 선도기업의 혁신이 지속되고 있고, 후행기업의 생산성이 정체되고 있을까.


Figures : 최창호 외, BOK 이슈노트 No. 2018-4호

선도기업의 측면에서 고려할 수 있는 것은 세계화와 글로벌 가치사슬(GVCs)의 심화다. GVC의 개념은 중앙은행(Central Bank) 논쟁 : 중앙은행은 정말로 무능해졌는가? (3)에서 설명한 바 있다. 세계화와 디지털화, 그리고 GVC의 심화는 시장을 확대시키지만, 경쟁의 정도를 전방위적으로 증가시킴으로써 승자독식 현상을 확산시킨다. 즉, 경쟁력 있는 기술선도 기업은 시장점유를 높이는 반면, 그렇지 못한 하위기업들은 쉽게 취약해질 수 있는 것이다.

후행기업의 측면에서 고려할 수 있는 것은 분배효율성의 저하문제다. 생산성 하위기업들은 선도기업의 생산성 수준에 수렴하는 속도가 저하되고 있는데, 이를 분석하기 위해 저생산성 기업의 분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래 그림과 같이 업력을 기준으로 후행기업을 분석해보면, 시간이 지날수록 청년기업과 중년기업의 생산성은 개선되고 있으나 한계장년기업의 생산성은 크게 하락하고 있다. 동시에 생산성이 개선되는 청년기업과 중년기업의 비중은 하락하고 있으나, 한계 장년기업의 비중은 증가하고 있다. 이것은 자원이 생산적인 곳에 많이 배분되고, 비생산적인 곳에 적게 배분되어야 한다는 효율성 원칙이 성립하고 있지 않음을 시사한다.

2) 서비스업의 확대 : 비용병(Cost Disease)과 분배 효율성 문제

추가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서비스업 비중이 커졌으나, 서비스업의 생산성이 낮은 수준에 머무는 것의 문제다. 아래 좌측 그림에서처럼 우리나라의 제조업 근로자는 소폭 감소했지만, 서비스업 근로자 수는 큰 폭으로 증가해왔다. 그런데 문제는 우측 그림처럼 제조업은 서비스업에 비해 생산성이 높고, 그 향상속도도 빠르다는 점에 있다. William Baumol은 이런 현상을 두고 불균형 성장이라고 칭했다. 즉, 경제성장 과정에서 제조업이 사양화되고 방출된 유휴자원이 서비스업으로 유입되면 생산성과 부문 간 효율성이 저하된다는 것이다.


Figures: 김도완 외,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 추정(한국은행, 2017)

이 문제는 서비스 산업이 전반적으로 혁신속도가 느리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많은 자원이 저부가가치 서비스업으로 집적되기 때문일 수 있다. 알다시피 우리나라 서비스산업은 많은 자원이 도소매업과 운수업, 그리고 음식숙박업 등에 집적되어 있다. 그러나 이 산업들은 창출되는 부가가치가 저조한 부문들이다. 즉 생산성 자체가 낮은 서비스 부문에 많은 자원이 투입된 비효율성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아래 그림은 제조업과 서비스산업의 제 부문들을 부가가치 증가율과 취업자 수 증가율을 기준으로 나타낸 것이다. 이때 축(axis)은 전체 산업의 평균을 기준으로 조정했다. 아래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도소매/음식숙박, 운수업 등은 부가가치 증가율도 낮고 고용이 유발되는 정도도 그리 높지 않은 저생산성 산업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육성할 필요가 있는 서비스 산업은 무엇일까? 생산성이 높은 제조업을 일종의 준거기준으로 삼으면, 제조업보다 부가가치 증가율이 낮지 않으면서도 고용을 유발할 수 있는 산업을 채택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보건/복지, 사업서비스, 정보/통신, 금융/보험 등의 산업이다.

3) 규제개혁 : 유연한 사회하부구조의 중요성

불합리하고 강한 산업규제는 개별기업의 기술개발 인센티브를 저해하고, 국가 내 자원배분이 효율적으로 이동하는 것을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상품규제가 완화될 경우, 생산성이 다른 기업 간에 기술전파가 빠르고 또 자원이동이 효율적이게 된다는 많은 연구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OECD의 상품시장규제(PMR) 지수에 따르면 규제완화의 정도가 OECD 평균에 미달하며, 경쟁 친화적이지 못한 국가로 분류되고 있다. 아래 좌측 그림을 보면, 우리나라의 서비스 산업 중 규제완화가 진척된 부문은 생산성 격차가 크게 줄어든 반면에 규제가 강화된 산업은 오히려 생산성 격차가 더 벌어졌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부문에 규제가 과도하면서도 오랫동안 적용되고 있는지 분석한 후 이를 완화하는 조치가 필요할 것이다.


Figures : 최창호 외, BOK 이슈노트 No. 2018-4호

3. 할 일들

앞서 간략히 살펴 본 생산성 환경과 구조 하에서 어떤 문제가 있는지 요약해보자. 첫째,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크게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고, 이는 생산성 하락에 기인하는 정도가 크다. 둘째, 경제 전반의 생산성 저하는 저생산성 기업들에 의해 심화되는 측면이 있다. 셋째, 부가가치 창출이 낮은 서비스업으로 과도한 자원이 집적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할 방안을 고려해보자.

1) 자원 재배분(Resource Reallocation)과 구조조정의 필요성

생산성 하위업체들을 분석한 결과 생산성이 개선되는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반면, 생산성 향상에 기여하지 못하는 한계기업은 계속 늘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생산성이 우수한 청년기업과 중년기업에 많은 자원이 돌아가는 정책을 쓸 필요가 있으며, 또 한계기업의 수를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른바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먼저 한계기업의 문제를 생각해보자. 아래 그림처럼 우리나라 외감기업 중 한계기업은 지속적으로 누증돼 왔으며, 전체 기업 중 14%에 달하고 있다. 이 외에도 한국의 자영업자는 비정상적으로 많은 상황이고, 주로 저부가가치 부문인 음식/숙박, 도소매업, 부동산/임대업 등에 종사하고 있다. 그리고 우측 그림에서 개인사업자들이 제 2금융권을 중심으로 대출규모를 크게 증가시키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는 저금리 상황의 지속과 수익성 저하 등 복합적인 원인에 기인할 것이다. 향후 금리가 상승하기 시작하면 부도확률이 큰 한계기업과 개인사업자들은 채무상환의 부담을 느낄 수 있고, 경제의 건전성 저하되면서 생산성이 더 위축될 우려가 있다.

정부도 한계기업과 부실 자영업자가 누증되는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내놓은 대책이라고는 단순히 저리의 융자지원이 대부분이다. 기본적인 사업성과 생산성이 저조한 업체에게 저리대출을 지원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며, 오히려 연명수단으로 전락해 생산성을 영구적으로 악화시킬 위험이 있다. 정치논리를 중시하는 정부가 쉽게 내릴 수 있는 결단은 아니라 하더라도, 자체적인 구조조정을 진행하도록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것이 현명하다. 단기적으로 기업 구조조정은 조업중단과 고용손실 등으로 후생손실이 초래되지만, 중장기적으로 적절한 재교육과 재창업 지원 등을 통해 효율성을 회복하면 경제전체의 생산성이 증대될 수 있다.

2) 자원 재배분(Resource Reallocation)과 혁신 촉진

한계기업의 구조조정과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것은 생산성이 향상되는 신생 및 중년기업에 자원을 추가적으로 유입하는 것이다. 이들 기업들은 앞서 생산성이 향상됨에도 불구하고, 기업 수가 감소하고 있는데 이 사실은 생산요소가 과소보유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일반적으로 신생기업은 초기 고정투자와 R&D 비용이 대량 발생하며, 이 과정에서 적절한 지원이 가해지지 않으면 생산성 향상에 시간과 비용이 추가적으로 소요된다. 그런데 아래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국내 벤처캐피탈들은 신규 및 중년업체의 투자비중을 줄이고, 기존 업체에 투자비중을 크게 늘리고 있으며 엔젤투자의 규모도 급감하고 있다. 이는 아래 중간 그림처럼 신생기업에 지속적으로 높은 투자를 하는 미국과 유럽에 비하면 몹시 보수적인 모습이다. 최근에는 기술금융이 증가하고 있지만, 모험적인 초기기업 발굴에 투자하지 않고 신용도와 담보유무를 중시하는 탓에 혁신기업이 나타나는 것을 저해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가 민간 벤처금융의 양과 질을 늘리도록 인센티브를 부여하되, 창업초기 기업을 지원하는 데는 정부가 나서서 펀딩을 주도할 필요가 있다.


Figures: 지정구 외 1명, BOK 경제리뷰 No. 제 2015-2호

3) 서비스업 효율화

앞서 부가가치 증가율로 볼 때 고부가가치 부문은 보건/복지, 금융/보험, 사업서비스, IT 등이었고, 저부가가치 부문은 도소매, 음식/숙박, 운송업, 교육서비스 등으로 규정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래 표에 따르면, 저부가가치 서비스업은 보통 부가가치 비중에 비해 종사자 수가 과도하게 집적되어 있다. 이것이 서비스업의 배분 비효율성 문제로 이어진다.

일반적으로 ‘정보통신, 금융, 과학기술, 사업서비스’ 등의 부문들은 자본집약적이고, 지식기반의 생산자서비스업이므로 제조업과 연관성이 크고, 부가가치 증가율도 높다. 더욱이 이 부문들은 주로 인적자본이 축적된 숙련노동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대체로 임금 수준도 높아 인재(Talent)를 집적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인재의 집적은 기술발전이나 혁신을 유도하여, 도시 전반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작용을 한다. 이 부문들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이 부문들의 규제를 완화를 지속하고, 자본유치 및 인재육성을 위한 체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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얕은 지식으로 이해하기 어렵지만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분석 잘 읽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잘 읽었습니다. 몇 남지않은 닭은 어떻게 잡아 먹느냐도 중요하겠지만, 새로운 무엇을 어떻게 길러낼 것인지를 고민하게 합니다. ...

아주 적확한 비유인 것 같습니다. 지금껏 어찌어찌 버텨왔지만 구조개혁 이슈가 몹시 중요한 기로에 서 있습니다. 정부가 부디 실기하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정성스런 글 감사합니다 @홍보해

관심에 늘 감사드립니다! 🤗

@euijin님 안녕하세요. 하니 입니다. @joeuhw님이 이 글을 너무 좋아하셔서, 저에게 홍보를 부탁 하셨습니다. 이 글은 @krguidedog에 의하여 리스팀 되었으며, 가이드독 서포터들로부터 보팅을 받으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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