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형도의 <소리의 뼈>로 들여다 본 HTML
문과생을 위한 프로그래밍 : HTML(1)
웹 프로그래밍에 대한 좋은 강의가 많지만, 용어나 개념이 낯설고 어려워 도전하지 못하거나 포기하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었습니다. '문과생을 위한 프로그래밍'은 웹 프로그래밍을 문과생들에게 익숙한 문과적 언어로 접근하는 컨텐츠입니다.
소리의 뼈 / 기형도
김교수님이 새로운 학설을 발표했다
소리에도 뼈가 있다는 것이다
모두 그 말을 웃어넘겼다, 몇몇 학자들은
잠시 즐거운 시간을 제공한 김교수의 유머에 감사했다
학장의 강력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교수님은 일 학기 강의를 개설했다
호기심 많은 학생들이 장난삼아 신청했다
한 학기 내내 그는
모든 수업 시간마다 침묵하는
무서운 고집을 보여주었다
참지 못한 학생들이, 소리의 뼈란 무엇일까
각자 일가견을 피력했다
이군은 그것이 침묵일 거라고 말했다
박군은 그것을 숨은 의미라 보았다
또 누군가는 그것의 개념은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모든 고정관념에 대한 비판에 접근하기 위하여 채택된
방법론적 비유라는 것이었다
그의 견해는 너무 난해하여 곧 묵살되었다
그러나 어쨌든
그 다음 학기부터 우리들의 귀는
모든 소리들을 훨씬 더 잘 듣게 되었다
기형도, '소리의 뼈' 전문, <입 속의 검은 입>, 문학과지성사
'소리에도 뼈가 있다'는 학설을 발표한 김교수는 한 학기 내내 모든 수업 시간마다 침묵합니다. 학생들은 소리의 뼈에 대해 그것을 침묵으로, 숨은 의미로, 방법론적 비유로, 저마다의 의미로 해석합니다. 실제 소리의 뼈가 무엇인지, 김교수가 어떤 의미로 그런 학설을 발표했고 강의를 개설했는지를 알 수는 없지만, 어쨌든 다음 학기부터 우리들의 귀는 모든 소리들을 훨씬 더 잘 듣게 됩니다. 어쨌든 세상은 소리들로 가득 차 있고, 한 학기 내내 소리의 본질을 궁리하는 과정에서 소리에 대한 이해가 넓어졌기 때문이죠.
결국 중요한 것은 뼈입니다. 뼈의 형태와 의미에 대해 탐구하는 것입니다. 뼈가 없이는 살이 붙지 않고, 피부가 덮일 수 없으며, 옷을 입을 수 없고, 밖으로 나갈 수 없으며, 다른 존재와 상호작용할 수 없습니다. 골조 없이 집은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책을 만들려면 표지, 목차, 서문, 내용, 부록과 같은 구성이 먼저 있어야 합니다. 예시가 더 필요할까요? 이런 비유를 웹에 적용하면 'HTML'이라는 언어가 웹 프로그래밍의 시작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흔히 오해하는 것처럼 HTML이 다른 것보다 쉽고, 기초여서가 아닙니다. HTML이 뼈이기 때문입니다. 뼈를 만들어야 그 위에 무엇인가를 입히지 않겠습니까. 대부분의 언어들은 우리의 생각처럼 별개의 것이 아니라, 하나의 완성품을 만들기 위해 서로 다른 기능을 하는 보완적인 것들입니다. 그 중에서도 뼈에 해당하는 언어가 HTML이라는 녀석이죠.
일상의 모든 동작들이 결국 우리의 뼈를 움직여 행위하는 것이듯, 우리가 배워갈 다른 프로그래밍 언어들도 HTML이라는 뼈를 기본으로 행해집니다. HTML이 기초라고 해서 실망할 일이 아닙니다. 모든 웹페이지, 웹서비스에는 뼈가 있습니다. 따라서 HTML을 잘 다룬다는 것은 반듯하고 아름다운 뼈를 가지는 것입니다. 뼈가 반듯하고 아름답지 않으면, 골격이 튼튼하지 않으면 반드시 한계가 옵니다. 내진 설계 하나 없이 그 때 그 때 멋대로 수리하고 확장한 집과 처음부터 꼼꼼하고 신중하게 계획한 집의 아름다움과 내구성은 비할 바가 아니겠죠. 화려한 웹서비스를 빨리 만들고 싶은 조급함이 있다면 버리고, 대신 반듯하고 아름다운 뼈에 대한 욕심을 가지는 게 좋습니다. 기형도의 수업을 듣는 거에요. 한 학기만 지나면 우리는 세상의 모든 뼈들을 훨씬 잘 보게 되고, 나아가 잘 만들 수 있게 될 테니까요.
"화려한 웹서비스를 빨리 만들고 싶은 조급함이 있다면 버려요. 대신 뼈, 반듯하고 아름다운 뼈에 대한 욕심을 가지는 거에요. "
좋은 강의들이 시중에 많기 때문에 모든 내용을 세부적으로 다루지 않고, 큰 개념을 이해하고 맥락을 잡기 위한 차원에서 컨텐츠를 만듭니다. 밥을 주식으로 먹고 중간에 소화제나 영양제를 먹듯, 이 컨텐츠 역시 프로그래밍을 배워가는 과정을 돕는 용도로 쓰신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배워가는 과정에서 정리 및 기록 겸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내용의 지적 및 보완, 공감에 관한 댓글은 언제든 환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