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병 시절 이야기 - 논산 육군훈련소 4주차
4주차에 가장 힘든 훈련은 뭐니뭐니 해도 기초유격이었다. 유격훈련에서 가장 사람 피 말리게 만드는 것은 바로 PT(Physical Training) 체조였다. 누가 이런 체조를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동작 하나하나가 사람의 힘을 쫙 빼놓는 효과가 있었다. 딱 하루만 받은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오전에 80여분 동안 쉬지 않고, PT체조만 받았다. 체조한다고 해서 몸만 움직이는 것도 아니고, 쉴새없이 구호를 외쳐야 했고, 마지막에 반복 구호를 외쳐서는 아니 되었다. 실수라도 마지막 반복 구호를 외치거나 제대로 따라하지 못하는 훈련병들은 따로 끌려가서 더 강도 높은 PT체조로 넋이 나가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온몸 비틀기를 생각하면...
80여분의 PT체조가 끝나고, 나머지 시간은 장애물 코스를 통과하는 교육을 받았다. 그렇다고 해서 PT체조가 끝난 건 아니었다. 각 장애물 코스마다 조교가 이에 대한 시범을 보이며 간단한 소개를 한다. 그 다음에는 훈련병들이 한명씩 코스를 타게 되는데, 대기하는 훈련병들은 가만히 있는게 아니라 PT체조를 해야 했다. 그 날 하루동안 우리들은 PT에서 헤어나지를 못했다.
4주차에 있었던 또 하나의 위험한 교육은 바로 수류탄 투척이었다. 이틀 동안 교육을 받는데, 첫 날은 멍텅구리 수류탄이라고 하는 모형 수류탄을 던지는 연습을 주로 했고, 그 날 마지막에는 조그맣게 터지는 연습용 수류탄을 던졌다. 그 날 밤에 수류탄 투척 사고사례에 대한 교육이 있었다. 교관과 조교들이 특히 경계하는 건 수류탄을 이용한 자살 기도였다. 혹시라도 이런 일이 생기면, 당사자 뿐 아니라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죽거나 다치기 때문에 그들은 우리들에게 조심하라고 강조했다.
둘째 날에는 마찬가지로 투척 연습을 몇 번 더 하고, 실제 수류탄을 던지는 기회를 가졌다. 모든 훈련병들이 그랬듯이, 나도 이에 걱정이 많았다. '혹시라도 사고가 나지 않을까'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훈련병들이 한명씩 세열 수류탄을 호수 안으로 투척했고, 수류탄이 터질 때마다 땅이 울리며 폭발하는 모습을 우리들은 눈으로 목격할 수 있었다. 이윽고 내 차례가 왔다. 나는 교관들의 통제에 따라 수류탄을 잡고, 안전고리와 안전핀을 제거한 후 투척할 준비를 했다. 위험한 물건이라 그런지 수류탄을 쥐고 있던 나의 오른손에는 땀이 계속해서 흘렀고, 나는 혹시라도 수류탄이 미끄러져 떨어지지는 않을까 걱정되었다. '투척!'이라는 교관의 외침에 따라 나는 수류탄을 호수로 향해 던졌다. 그런데...... 긴장을 했기 때문이었을까? 남들은 수류탄을 던져서 호수의 목표 지점 가까이 던지는데, 나는 내가 던진 수류탄이 터지기 직전에 호수 근처의 땅에 맞고 굴러서 호수로 들어가는 걸 보았다. 나를 통제하던 1소대장도 그것을 보고는 놀라서
"근탄~! 엎드려~!"
라고 크게 외치며 엎드렸고, 나도 엎드렸다. 약 2초 후에 수류탄들이 터졌고, 우리들은 아무 일 없었다. 내 옆에 있던 소대장은 나를 보더니,
"자식. 니가 날 죽이려고 한 줄 알았잖아."
라며 그냥 씩 웃고 나를 보내주었다. 그 날 교육은 아무 사고 없이 잘 끝났다.
한주 한주 지나면서 얼차려가 조금씩 줄어든 대신 교육 자체가 힘들 때가 많았다. 이래저래 훈련을 받다보니 누구나 한두 번은 다치기 마련이었고, 나 같은 경우 발목을 약간 다쳐서 길게 걸어다닐 때 발목의 통증으로 고생을 해야 했다.

헛, 군대이야기 타이밍인가요~? :)
남자에게 군대는 늘 영원한 이야깃거리이죠~ :)
몇년전까지만 해도 군대 또 가는 꿈을 꾸다가 요즘은 안꾸네요..허허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