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계절은 아름답게 돌아오고, 재미있고 즐거운 날들은 조금 슬프게 지나간다
지난 주말에 친한 친구의 결혼식에 다녀왔다. 친구와 나는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친하게 지내는 무리 속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붙어다니는 사이였고, 졸업을 하고 나서도 계속해서 그렇게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변함 없이 자주 보는 사이였다. 그 친구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계절이 4월이다.
낮에는 제법 덥지만 밤에는 선선하기 그지 없어서 대학교 잔디밭에 앉아서 밤새 잡담을 나누곤 했던 추억들이 4월이기도 했고, 그 친구가 군대에 간 것도 4월이었으며, 그 친구의 생일도 4월이었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그 친구는 유난스러울 정도로 자기가 태어난 4월이라는 계절을 좋아했다. 이런 저런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언젠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었을 때 4월에 결혼하겠노라고 말하곤 했었다.
결국 15년이 지난 지금, 그 친구는 자신의 말을 보란듯이 지키며 갑자기 찾아온 무더운 여름날과 같았던 지난 주말에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했다. 아름다운 햇살 아래서 가족, 직장동료, 친구들의 뜨거운 축하를 받으며 아름다운 신부를 맞이했다.
나 자신만의 착각이라는 것을 잘 알지만 내 친구의 결혼식에서 나와 내 친구는 아직도 15년 전 그날처럼 대학생인 것만 같았다. 매일 보는 우리 친구 무리들도 포함해서 말이다. 우리는 대학 시절부터 이야기하던 우리들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모든 마음을 다해 축가를 불렀고, 그렇게 친구의 행복을 뜨겁게 축하해주었다.
그런데, 오래 간만에 보는 친구의 부모님과 대학교 친구들의 얼굴에는 우리가 서로에게서 발견하지 못했던 세월의 흔적들이 꽤나 남아있었다. 그렇게 키 크고 장난기 많으시고 강인하시던 친구의 아버지는 어느덧 인자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뽐내시는 어르신이 되어 있으셨고, 대학 시절 낯 가림이 심하고 내성적이라 수업 시간에 발표 한 번 제대로 못하던 친구는 회사의 영업왕이자 의젓한 아버지가 되어있었다. 그래서 수줍음 가득하고 백치미가 가득했던 여자 동기는 똑똑하고 현명한 엄마가 되어있었다.
예전에 냉정과 열정사이를 통해 알게 되었던 에쿠니 가오리의 "호텔선인장"의 문구가 문득 떠올랐다. 항상 우리는 봄날의 벚꽃을 기다리고, 여름날의 뜨거운 태양 아래서의 여름 바캉스를 기다리며 가을날의 단풍과 겨울의 설산을 기다린다. 그렇게 아름다웠던 계절들을 추억하며 또 다시 돌아올 아름다운 날들을 기대하고 기다린다.
그런데 우리가 매일 같이 보는 주변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들은 꽤나 빠르게 지나가는데, 그 세월이 지나갔음을 깨닫고 돌아본 우리가 지나 온 시간과 추억들은 아름다웠고, 즐거웠지만 왠지 모르게 슬프다. 그래서 우리 엄마나 아빠, 주위 어른들은 빠르게 지나가버린 시간들을 아쉬워하고 슬퍼하는지 모르겠다.
"게절은 아름답게 돌아오고, 재미있고 즐거운 날들은 조금 슬프게 지나간다."
삶과 추억, 시간 그리고 우정, 사랑에 대해서 무심하다 싶을 정도로 담담하고 건조했던 에쿠니 가오리의 문구가 이제서야 마음에 와 닿는 것만 같다. 그것도 이렇게 아름다운 계절 4월에 말이다.
에쿠니 가오리로군요. 꽤나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호텔 선인장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2가 모자를 쓰고 갔다 였나 그런 대목입니다.ㅎ
에쿠니 가오리 저도 정말 좋아라합니다. ㅎㅎㅎ 저는 사실 호텔 선인장은 처음 읽었을 때 "뭥미?"이랬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읽어보니 너무 좋더라구요.
COSINT 이벤트에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재밌고 꾸준한 포스팅 기대할게요~
이벤트와 방문 감사합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
마음에 와 닿는 그리운 시절의 이야기 ...돌아가 보고 싶습니다.
재미있고 즐거운 날들이 조금 슬프게 지나간다고 느끼기 시작했다는 것이 또한 슬프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