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개같이 키우기.

in #busy6 years ago (edited)

많은 젊은 세대들이 결혼대신 그리고는 아이대신 개를 기르는 경우가 많이 증가했습니다.
또는 노년기의 적적함을 개를 기르면서 달래기도 하구요.
그래서 많은 금전적인 부분이나 정신적인 부분을 개에 투자하는 분들도 굉장히 많습니다.
어떤 사람이 자신의 자녀를 어떤 방향으로 키우던 그것이 학대가 아니라면 간섭할 권한이 없듯이 개도 마찬가지인듯합니다.
개에게 사람못지 않은 애정과 금전적인 면을 투자하건 그렇지 않건 전적으로 개를 기르는 견주의 개인적인 판단입니다.
그래서 이글은 개를 키우는 방식에 대해서 '내가 옳다'라는걸 주장할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제가 개를 키우는 방식에 대해서 얘기를 해보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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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가 지난 5월에 4살이 된 제가 키우고 있는 말티즈입니다. 작년사진 같은데 가히 '견생사진'이라 할만하네요.
저도 어릴때부터 많은 개를 키워왔지만 거의가 소위 말하는 소형견 '발바리'나 말라뮤트같은 대형견을 길러와서 집안에서 개를 키워보는것은 처음입니다.
그래서 집에 사는 개는 깨끗해야 할것 같아서 일주일 한번은 목욕을 시키고 보기는 싫지만 와이프가 이것저것 옷을 입히고 신발을 신기고 미용을 하는것을 묵인하며 살았죠.

그렇게 하면서 얻은 결론은 사람도 피곤하고 개도 피곤하다는 거였죠. 더군다나 사람은 만족이라도 하지만 과연 개는 자신의 외모를 가꾸는데 관심이나 있을까싶은 생각이 들어서 지금까지 하던건 과감히 포기하기로 합니다. 서로가 편해야 오래 같이 할수 있는 법이고 그렇지 못하면 결국 피해는 절대적인 약자인 개가 떠안게 되는게 뻔한 이치니까, 그때부턴 그냥 개같이 키우기로 하면서 딱 다섯가지만 지켜주기로 합니다.

1 . 오래 살기 해주기 - 여기에 동반되는건 산책나가서 로드킬 당하지 않게 신경쓰기와 스트레스 주지않기 입니다. 산책을 워낙 좋아하고 아직 팔팔한 나이라 데리고 나가서 통제를 하지 않으면 차에 치여 죽을거 같은 녀석이라 절대적으로 통제합니다. 자유보다는 목숨이니까.
그리고 스트레스 주지않기는 앞서 말한것처럼 먹는거,사람관심, 놀아주기, 산책외엔 별다른 관심사가 없을 녀셕에게 인간의 만족을 위한 '미용' 같은거나 '복잡한 곳으로의 동행금지' '산책외에 사람많고 복잡한 곳에 데리고 가지 않기' 등입니다. 목욕도 흙탕물에 뒹굴지 않는한 가능한한 안시킵니다. 지들이 언제부터 목욕하고 살았다고, 그냥 개니까 개냄새가 난다 생각하고나니 내몸에서 나는 냄새인지 개몸에서 나는 냄새인지 그것도 구분이 안될 정도네요.
간혹 개를 데리고 지하철, 버스를 타거나 시내 도심지로 나가시는 분들이 있는데, 일본에선 이런걸 '야사시 이지메'라고 합니다. 한국말로 하자면 '따뜻한 괴롭힘' 정도가 됩니다. 뭐 어쨌든 그냥 개는 개대로 사람은 사람대로 그냥 한집에 살뿐이지. 개에게 과도한 애정을 쏟는것도 때로는 스트레스가 될 수 있지않나 합니다. 더군다나 그게 사람의 감성적 만족감을 위한 거라면 더더욱 그렇테구요.
그래서 웃긴 얘기지만 개도 혼자만의 시간은 꼭 필요한듯 합니다. 그냥 놔두면 지가 필요할때 와서 비비기도 하고 놀아달라고 까불기도 합니다.

2 . 밥은 절대로 제때주기 - 사실 가장 큰 낙이 제때제때 밥먹는걸텐데 요것만큼은 절대적으로 지켜줄려고 합니다. 스스로 차려 먹을수 있는것도 아니라서.

3 . 가능한 산책은 매일 - 이걸 개산책이라고 생각하면 엄청 부담이 되어서 그냥 내가 저녁에 잠깐 산책갈때 개를 데리고 간다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래도 이게 제일 귀찮고 어렵습니다.

4 . 가끔씩에 대한 기대감을 줄것 - 이건 뭐 특별한거 없습니다. 특식과 넓은곳으로의 산책이죠
사료가 개의 주식이라고 하지만 가끔씩 개가 사료만 먹고 있는걸 보면 사람이 '미쯔'만 먹고 있는 느낌이 들어서 가엾어지더라구요. 그래서 털을 윤기나게 한다는 생 닭가슴살 같은 특식이나 돼지껍질이나 귀로 만든 육포같은 간식을 주기적으로 주고 있습니다.
특히 육포같은건 하나주면 한시간은 뜯어먹고 있으니까 스트레스 푸는데도 도움이 되는거 같기도 하구요.
그리고 가끔은 가족끼리 공원 나들이를 할때면 데리고 나가서 실컷 뛰게도 해주고 동지들도 만나게 해주는것도 하고 있는데, 사실 뭐 당사자는 이런것들을 추억하고 기억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나름 이런걸 정해놓고 지켜주니 뿌듯은 합니다.

5 . 기대하지 않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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얜 뭐 '빵야'하면 죽은척 할줄도 모르고, 밖에서 풀어놓고 산책다니면 졸졸졸 잘 따라 다니는것도 아니고, 도둑을 봐도 꼬리를 흔들것 같이 사람에 대해서 별 구분도 없고, 가끔씩 배변도 아무데나 해버리고해서 짜증이 나기도 했지만, 그냥 '너는 개다' 생각하며 포기하고 나니 그냥 아무렇지 않네요. 사람이건 개건간에 다른 대상과 비교하면 싫어지기 마련입니다. 그냥 포기하고 살아야 그냥 덤덤하게 받아들이수 있지 않나 합니다.

사람이 개를 기르지만 버리는 것도 사람입니다. 개의 귀여운 모습만을 보고 데리고 왔다가 이런저런 모습이나 습성들에 실망을 하고 버려지는 개들이 많이 있습니다. 정말 어려운 얘기지만 각자 적절한 선에서 규칙을 정하고 기대에 대한 눈높이를 낮춘다면, 기껏해야 15년 남짓 사는 개들, 명이 다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잘 키울수 있지 않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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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개가 꽃향기 맡은 기이한 모습도 볼수 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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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관련내용 잘봤네요. 좋은 많이 많이 글 써주세요

감사합니다. 허접한 글 좋게 봐주셔서

ㅎㅎ 귀요미네요.
사고도 많이 치겠지만 애정으로~
이렇게 함께 하고 계시는군요~

말티즈 견종이 생각보단 얌전한 편이더라구요

와 귀염귀염 한데요
말티즈 키우고 싶었던강아지인데

사람을 좋아해서 키우기는 어렵지는 않은 견종 같습니다

반려견뿐만 아니라 자식을 키우는데도 매우 도움이 되는 말씀이예요. ㅎㅎ 반려견이 가족이고 자식이예요

네 생각도 있고 감정도 있는 소중한 생명들이고 내가 케어해야 한다는 측면에선 자식이나 다륿 없죠

개같이 키우자는 말 저도 좋아하는 말입니다 ㅎㅎ

ㅋㅋ 네 사람은 사람같이 개는 개같이

너는 개다!
맞아요 개는 개니까
사람들이 실망하는게 너무 많은 기대를 해서 그렇대요.
오래 행복하시길 빌어요.

네 개를 개로만 보면 실망할것도 없는데 자꾸 사람기준을 들이대니까 개도 사람도 힘든거죠

산책해주기..냄새 맡게 해주기..스트레스안주기..반려견이니까요..~^

아주 행복한 생활을 실천하고 계신거 같아 기분이 좋아지네요 ^^

100% 실천하고 있는건 아니구요..ㅎㅎ 이렇게 할려고 노력은 하고 있습니다.

(jjangjjangman 태그 사용시 댓글을 남깁니다.)
호출에 감사드립니다! 즐거운 스티밋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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