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우월주의 사회에서 남자로 살기
넷플릭스 영화 [I AM NOT AN EASY MAN]이 그리는 미러링
여자만 보면 위아래로 훑어보는 것은 기본이요, 시답잖은 추파 던지기는 그에게 있어 생활이다. 영화 [I Am Not an Easy Man] 속 주인공 다미앵(Damien)은 남성우월주의자로, 늘 여성들을 폄하하며 살아왔다. 그가 갑자기 사고를 당하게 된 것도 여성들에게 휘파람 날리며 한 눈 팔다가 기둥에 머리를 부딪혀 생긴 일이었다. 잠시 기절했다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여성 중심의 사회가 되어 있고, 다미앵은 그렇게 여성 상위시대에서 남자로 살게 된다.
바뀐 것은 딱 한 가지다. 성(性) 역할의 반전. 요즘 세상에 남녀 역할이 따로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닌데 바뀌어봤자 크게 달라질게 뭐가 있을까 하겠지만, 여전히 존재하는 여성 차별의 모습을 반전된 세상에서 목격할 수 있다. 놀라운 점은 이 영화의 배경이 '자유와 인권의 나라' 프랑스란 사실. 소위 선진국이라 일컫는 유럽에도 여성 차별은 여전히 존재하고 여성들은 끊임없이 연대해야만 한다.
남자와 여자가 바뀐 세상을 보도록 하자. 먼저 경제활동의 주된 주체는 단연 여성들이다. 응급구조사, 배관공 등 체력적 소모가 큰 일도 여성이 도맡는다. 그에 반해 남성들은 여성 상사의 커피를 타오는 비서 역할을 하거나, 청소부, 계산원 등 비교적 단순한 업종에 종사한다. 남성들이 회사 안에서 진행한 프로젝트는 여성 동료들에게 번번이 밀리기 일쑤다. 여자들은 웃통을 벗고 다니거나 겨드랑이 털을 밀지 않아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지만, 남자가 가슴과 다리 털을 제모하지 않으면 멸시받는다. 다미앵은 길에서 모르는 여성으로부터 성희롱을 당하기도 하는데, 이는 다미앵 자신이 여성들에게 했던 행동을 똑같이 받고 있는 것이다.
고로 남자들은 연대한다. '유방엔 유방으로'라는 슬로건과 함께 여성의 유방 모형을 가슴에 달고. 44년 동안 남성 수상자가 세 명뿐이었다는 어떤 여성 단체 주최의 시상식 앞에서도 남성연대는 시위한다. 그런 그들에게 어떤 남자들은 같은 남자 이미지 망치지 말라며 야유하고, 여자들은 도대체 남자들이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며 빈정거린다. 그리고 자신들은 남자들의 편이라 말한다. 남편과 아들, 그리고 수컷 개가 있다면서 말이다.
"부엌은 저쪽이에요.
그래도 여러분을 사랑해요.
나도 남편과 아들 넷이 있죠.
개도 수컷만 키워요.
여러분의 적이 아니라고요."
영화는 사회에 만연한 여성차별을 미러링을 통해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처음엔 얼마나 통쾌하고 재밌는지 모른다. 남자들 너네도 당해봐라 하는 마음으로 킥킥거리며 보지만, 서서히 웃음이 사라진다. 저 불쌍한 남자들이 살고 있는 기형적인 사회가 사실은 내가 사는 세상이고, 매일 우리가 마주하는 현실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영화는 남자인 다미앵으로부터 시작되지만, 여자인 알렉산드라로 마무리된다. 현실로 돌아와 여성인권단체가 시위하는 모습을 망연자실하게 바라보는 알렉산드라의 표정은 곧 나의 표정이었고, 절망감과 무력감만이 남는다.
이 영화 보고 싶은데 우리나라에서는 개봉 안하나 봐요.....ㅠㅠㅠㅠ 영화제 같은 곳을 찾아봐야하나..긴 글 감사합니당
아, 일반 영화관 개봉작은 아니구요, Netflix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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