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those about to rock) 지음(知音)

in #art7 years ago (edited)

중국 춘추시대,
거문고의 소리가 하늘까지 닿았다는 자가 있었으니
그의 성이 유(兪)요, 이름이 백아(伯牙)라.

이미 현을 튕기는 것만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경지에 오른 그였으나,
더욱 뛰어난 연주를 하고픈 갈증이 늘 가시지 않았다.

어지러운 생각들을 차마 정리하지 못하여
홀로 깊은 산 속에서 거문고를 연주하던 백아는
우연히 길을 지나던 종자기(鍾子期)와 마주하게 되었다.
.
.
.

Queen-Freddie-Mercury-Brian-May.jpg
.
.
.
범상치 않은 기운을 느낀 백아가 먼저 종자기에게
"내 그대를 위해 즉흥 연주를 해볼까 하오"라고 말하니,
종자기가 크게 기뻐하며
"그럼 내 귀를 가셔내고 듣겠소이다"라고 답했다.
.
.
.
CZWWsOpWIAA4Wmp.jpg
.
.
.
백아가 높은 산의 기운을 담아
"고산(高山)"을 연주하니,
종자기가 이를 듣고
"참으로 근사하다! 하늘을 찌를 듯한
웅위로운 산이로구나"라며 감탄하였고,

백아가 다시 흐르는 강물을 떠올리며
"유수(流水)"를 노래하니,
종자기가 다시
"기가 막히다. 유유히 흐르는 강물이
눈앞을 지나는구나" 라며 이를 칭송하였다.

伯牙鼓琴, 志在登高山,
鍾子期曰: "善哉! 峨峨兮若泰山."
志在流水, 鍾子期曰: "善栽! 峩峩兮若江河."
伯牙所念, 鍾子期必得之.
.
.
.
phil-anselmo-and-dimebag-darrell-charles-johnson-jr.jpg
.
.
.
연주를 마친 백아가
흥분을 감추지 못해 종자기의 손을 잡고
"이 세상에서 그대만이 내 마음 속 진짜 소리를 들을 수 있구려.
나의 연주가 어찌 당신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으리오?
당신이야말로 나의 지기요."라고 말하니,
이후 두 사람은 생사지교를 맺고 친분을 두터이 하였다.

曲每奏, 鍾子期輒窮其趣.
伯牙乃舍琴而歎曰: "善哉善哉. 子之聽夫! 志想象猶吾心也. 吾於何逃聲哉?"
.
.
.
07112b60db69edceaf17141a0bd35e45-1200-80.jpg
.
.
.
세월이 흘러 종자기가 병을 앓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백아는
급하게 그의 오랜 벗을 찾았으나,
그가 갔을 때 종자기는 이미 불귀의 객이 된 이후였다.

백아는 비통한 마음을 감출 수 없어
삼일을 밤낮없이 울었다.

이후 그는 종자기의 묘소 앞에서
벗을 그리는 마음을 담아 거문고를 연주하였고,
마지막 연주가 끝나자
그 자리에서 거문고 줄을 모두 끊고
거문고를 부수어 버렸다.

그 이후로 사람들은
두 번 다시 백아의 연주를 들을 수 없었다고 한다.

-《열자(列子)》, <탕문편(湯問篇)>

Sort:  

1일 1회 포스팅!
1일 1회 짱짱맨 태그 사용!
^^ 즐거운 스티밋의 시작!

Coin Marketplace

STEEM 0.16
TRX 0.15
JST 0.028
BTC 57978.54
ETH 2283.22
USDT 1.00
SBD 2.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