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황

in #dakfn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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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잇을 쉬어야겠다고 결심한 결정적인 순간이 있었다. 많은 분들이 어뷰저들과의 싸움 때문에 지쳤다고 하시던데, 그렇지는 않다. 나야 뭐 원래가 호전적 기질이고 하루 종일 싸운다고 해도 딱히 상처받거나 하지는 않는다.

문제는 내 본업이다. 아시다시피 나는 스파를 임대받고 거의 스팀잇 중독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하루 종일 스팀잇에 매달렸다. 아침에 일어나서 조금만 해야지 하고 글을 읽다보면 글감도 떠오르고, 그렇게 몇 시간 글을 읽고 리스팀한 후에 내 글을 올리고 나면 또 엄청난 댓글이 달리고. 그 댓글에 댓글을 달면서 시간을 보내다 보면 또 보팅파워가 차고 또 읽고 리스팀하고 내 글을 쓰고... 그러다 보면 하루가 다 간다. 혹자는 전업스티머라고 칭하기도 하던데,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와중에 본업은 장기간 방치되면서 파국을 향해 치닫는 중인지라... 이거 이대로는 큰일이겠다 싶었다. 이게 제일 큰 이유다.

2

물론 위의 이유가 전부는 아니다. 스팀잇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스팀잇에 글을 안 올린 지 거의 한 달이 되어가는 것 같다.

신경을 끄고 살려고 했으나 간혹 눈팅을 하곤 했다. 무엇보다 시세의 변동에 따라 유동성 있게 200스팀을 200스팀 + 50스달로 만들었으니... 내부 거래소에서 사고팔기만 해도 한 달 동안 글도 안 쓰고 큐레이션도 안 하고 봇임대도 안 주고서도 꽁 50스달을 벌었다. 매매는 타이밍이다.

어쨌건, 쉬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돈을 번다는 생각으로 하다 보니 사람을 가리지 않고 모두에게 웃으며 대했는데, 이게 생각보다 감정소모가 심하다. 나는 주관이 명확한 사람이라 현실에서도 욕할 놈들은 엄청 욕하곤 하는데, 여기서는 이래도 헤헤 저래도 헤헤 하면서 가급적 많은 사람에게 ‘좋은 사람’으로 인식되고 싶었다.

하지만 역시나 그럴 수는 없다. 나는 세상의 인간이 딱 반반으로 나뉜다고 생각한다. 좋은 사람 나쁜 사람, 선한 사람 악한 사람, 나와 잘 맞는 사람 안 맞는 사람. 물론 이건 주관적인 거다.

내가 욕하는, 혹은 나를 욕하는 사람들 역시 그들의 기준으로는 나와는 반대로 타인을 평가할 거다. 어쨌건 그런 자들의 글을 보게 되면 그 역시도 시간 낭비가 된다. 화는 나고, 뭔가 쏘아주고 싶기는 한데, 그래봐야 분란만 커지지 아무것도 해결이 안 되기에, 마치 정치게시판을 보는 듯 의미 없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글은 좋은 글, 편안한 글, 웃음이 나오는 글들이지만, 그렇지 못한 글들도 있고, 특히나 되도 않는 헛소리를 장황하게 쓴 글들은 제목만 봐도 혈압이 오르는지라...그런 글은 무시하면 된다고는 하지만... 그게 쉽지는 않다.

3

다시 스팀잇을 하려 생각하니 부담감이 크다. 우선 본업은 여전히 난관인데 스팀잇을 다시 시작하면 이대로 인생 막장이 될 것 같다. 절제가 안 된다. 그만큼 스팀잇은 매력적인 곳이고 재밌는 곳이다. 만일 내가 가진 재산이 많다면, 그래서 그렇게 하루 종일 스팀잇을 하면서도 수익이 충분히 나온다면 나는 본업을 그만 두고 전업으로 스팀잇을 해도 될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힘들다. 물론 큐레이션 열심히 하고 글도 열심히 올린 지난 몇 달 간의 수익은 지금 시세로 봐도 충분히 많긴 하다. 하지만 여러 가지로 바로바로 현금화 하는 것도 쉽지 않다. 분위기도 분위기지만, 나 자신조차 스팀이 내년이면 엄청나게 오를 거라 생각하는데 쉽게 팔아서 푼돈으로 바꿀 수가 없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당장의 생활비 역시 없게 된다.

보기 싫은 사람들도 문제다. 여전히 이곳은 커뮤니티로서의 역할이 크다. 그게 좋은 면도 있지만 부담도 된다. 네이버 블로그야 꼴 보기 싫은 사람은 안 보면 그만이고 그가 찾아오면 못 오게 차단을 하면 된다.

여기는 뮤트를 해도 소용이 없다. 나와 친한 사람이 내가 꼴 보기 싫은 사람과 친하게 지내기도 한다. 그럴 경우 그 사람을 찾아가면 꼴 보기 싫은 사람의 글을 제목으로라도 볼 수 밖에 없다. 혹은 그게 싫어도 이런 저런 뒷조사를 하다보면 알고 싶지 않은 것들을 알 수 밖에 없다. 그런 게 너무 싫다. 착한 사람, 좋은 사람인 줄 알았는데 위선자라는 걸 알게 되는 게 싫다.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웃으면서 대해야 하는 게 싫다.

빨리 기능들이 완성됐으면 좋겠다. 그리고 보고 싶다. 과연 내가 생각하는 방식과 개발진이 가고자 하는 방식이 매우 다른 것 같긴 한데, 내 예상과는 반대일 수도 있으니, 그렇게 되었을 때 성장할 지 몰락할지.. 궁금하다.

4

결혼은 멍청해서 하고, 이혼은 인내심이 부족해서 하고, 재혼은 기억력이 나빠서 한다는 말이 있다. 작년에 내가 스팀잇을 그만 둘 때도 분명히 뭔가 부조리를 느끼고는 그만두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만큼 매력이 있었기에 꾸준히 스팀을 사고 눈팅을 했었다. 그리고 시세가 오르자 다시 시작을 하긴 했다. 지금도 찾아볼 수 있지만, 그 때의 내 글들은 ‘부족한 점은 개선될 수 있다’는 긍정론으로 가득 차 있었다.

스팀잇에 몰두한 4개월간 변한 것은 30만명의 신규 유저와, 화면 오른쪽 위의 연필 모양 아이콘 하나다. 이런 글에 또 언급하는 게 슬슬 빡치기는 하지만, 부조리를 만들었던 구조와 인물들은 전혀 변하지 않은 느낌이다. 그간 시세도 작년보다는 올랐고, 스팀잇에 열성적인 사람들도 많이 유입되긴 했지만, 갈등의 본질은 여전히 살아있고 개선된 건 거의 없는 것 같다. 누구 말처럼 스팀잇은 거의 나아지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스팀잇이 나아질 수 있다는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 변하는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 그 때가 되면 내 본업도 조금은 진전이 되어 있을 것이고, 스팀잇에서 느껴지는 많은 불편함들도 사라져 있지 않을까 싶다. 일단 Beta를 빨리 떼는 모습을 좀 보고 싶다.

스팀잇을 열심히 하다 그만둔, 내가 인정하는 정말 글 잘 쓰는 몇몇 작가님들이 있다. 그들이 쉬는 이유도 아마 나와 비슷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이 돌아오는 시기와 내가 돌아오는 시기도 대략 일치할 것이라 생각한다.

스팀잇의 모양이 크게 바뀌고, 보상도 매우 높고, 부조리한 구조도 사라지고, 그리고 가장 중요한 내 본업이 파국을 면하고.. 그리 되면 그 때는 다시 열심히 스팀잇을 하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많은 분들이 기다리고 계시는 걸 알지만, 송구스럽게도 열심히 할 수 없는 사정을 이렇게나마 알려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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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누구신데
다큐핑크님 닉네임으로 글을 쓰신데요
다핑님은 이런글 안쓰시거든요
까망 손가락두 읍꼬
췌~~~!

다펑님 오시죠 이제

앗! 다크핑거님! 프사에 검은 손가락이 사라졌어요! 반가운 마음에 근황글 후루룩 읽었습니다! 다음 글도 기다리고 있을게요! :-)

반가워요 닥핑님.
생업이 대박 나서 고래 되기로 하셨던거..... 아니었었나요?? 기억이가물가물 하네요.
닥핑님의 노력대로 좋은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가봐요. 여기저기서 그리워하는 글을 본거 같은데.... 성공하셨습니다~!?ㅎㅎ
저두 어찌 지내시는지 궁금했었는데... 다시뵈니 좋네요. ^^

화이팅 입니다^^//

기다릴게요. 이해합니다, 백번.

응원합니다~ 오랜만에 뵈니 반갑네요 ㅎㅎ

오랜만에 글을 보네요.
본업 일 잘 해결되셔서 돌아오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흥!칫! 이렇게 돌아올거면서 참 애를 태우셨네요. 웰컴백입니다!!! 편하게편하게 갔으면 좋겠어요. 다크핑거님! ㅎㅎㅎㅎ

본말전도가 다가오고 있다고 하니...
별수 없구나 싶기도 하지만
이렇게 근황을 올려주시니
저 말고도 많은 분들이 반응해주네요

저 또한 댓글로 님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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