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주의는 아니겠으나 민주적이지도 않은 스팀

in #x8 years ago (edited)

가상화폐, 암호화폐, 전자화폐, 코인 등등, 이름도 다양한 이 cryptocurrency 가 만들어진 배경에는 아마도 기존의 사회 질서에 대한 반감이 섞여 있었을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2008년 세계 경제위기로부터 직접적으로 잉태가 되었고, 거의 모든 코인들은 '민주'를 바닥에 깔고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시간이 지날 수록 코인은 민주와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 비트코인은 망했다면서 떠난 개발자의 말처럼, 비트코인은 고도의 자본이 없으면 이제는 참여조차 할 수 없는 그들만의 리그가 되어 버렸고, 다른 코인들 역시 자본이 없으면 채굴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스팀이라고 해서 크게 다르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허울 좋은 말로 채굴기 없이 가입해서 글만 쓰면 채굴이 된다고 하지만, 이 시스템을 알고 나면 다른 코인들과 별 다를 바 없이 채굴과 보상이 고도화되고 있음을 깨달을 수 밖에 없게 된다.

몇 달 전 스팀을 접을 때의 일이 생각났다. 어느날 이 사실을 깨닫고 갑자기 혐오감이 밀려들면서 남은 코인을 다 정리하고 스팀을 접었다. 미래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사실 좀 속물적인 생각이다. 나 역시 이게 다 투기판인 걸 알고, 솔직히 나도 코인을 내돈들여 산 것도 있지만 고래들의 도움으로 불린 코인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이 시스템은 코인들이 그토록 부르짖는 기존 시스템의 저항이자 대안이며 이상적인 신세계를 위한 도구로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지금 당장만 해도 가진 사람들만 낄 수 는 도박판이 아니던가.

스팀을 하는 부류는 네 계층으로 나뉜다. 정말 믿음과 신념을 가지고 하는 사람인데, 아마도 개발자들 정도일 것이다. 그 아래는 좀 더 미래의 큰 가치를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이다. 아마도 자기돈, 큰돈 들여 시작한 사람들일 것이다. 하지만 이들 역시 그 때가 오면 수익을 실현하고 미련없이 떠나고픈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그 아래는 이상적 가치를 말하며 사람들을 끌어 모으다 코인 가격이 올라 이미 수익을 실현한 사람들이다. 그들에게는 이제 스팀이 더 오르면 좋지만 아니어도 상관은 없다. 이미 손해 구간을 벗어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맨 아래가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이다.

스팀이 가치를 갖기 위해서는 사람들을 끊임없이 끌어들여야 한다. SNS란 사용자의 수에 의해 가치가 결정된다. 하지만 기존에 있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의 사람들이 뭐가 편리하고 좋다고 스팀을 하겠는가. 스팀이 내세우는 것은 블록체인을 통한 채굴로 가진게 없는 사람도 채굴이 가능하다는 것인데, 실상 본질을 알고나면 모순에 가까워지게 된다.

가입자가 늘어나야 스팀코인의 가격이 오르는데, 가입자가 늘어날 수록 가진 게 없는 사람의 보상은 줄어든다. 채굴량은 정해져 있고, 그래서 생산량도 정해져 있는데 그걸 나눌 사람이 늘어나면 당연히 보상은 줄어든다. 하지만 기존에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계속 늘어나게 된다. 보상 자체의 수량은 줄어들겠지만, 코인의 가치가 상승해서 결과적으로 큰 이득을 보게 된다. 그리고 가진게 많아서 별다른 노력 없이도 계속 늘어난다. 반면 가진게 없는 사람은 큰 노력을 해도 여전히 가진게 없게 된다.

이걸 두고 당연하다고, 그게 세상의 이치라면서 그게 싫으면 공산주의자라고 비난을 한다. 그런데 웃기다. 애초에 이런 신개념이 생긴 게 그런 기존의 시스템에 대한 저항이 아니었던가?

내가 고래였다면 매우 복잡한 가치의 상충에 고뇌했을 것 같다. 신규 이용자가 늘어날 수록 멸치들이 스팀으로 수익을 올릴 기회는 더 줄어든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신규가입자는 다 떠나고 유입도 없어지고, 스팀의 성장은 멈추고 고래들도 별 재미가 없다. 때문에 사람들을 어떻게든 현혹시켜야 한다. 가입자가 많아야 한다. 그들에게 끊임없이 희망을 불어넣고 언젠가는 당신들도 고래가 될 수 있다고 해야 한다. 어디서 많이 본 장면 아닌가?

물론 내년이 되면 이런 논쟁 자체가 쓸모 없는 것이 될 지도 모른다. 그 SMT라는 것이 잘 런칭이 되던가, 혹은 정말로 스팀의 이용자가 페북이나 트위터만큼 늘어서, 그래서 신규 이용자를 이용해서 스팀코인 가격을 올리는 행위가 아닌, 그 이용자 자체의 힘으로 외부 광고나 상점이 입점하며 스팀코인이 원래 추구하던 가치대로 실현이 된다면 이렇게 폰지사기처럼 굴러가는 시스템 자체의 패러다임이 변할 수도 있다. 내가 위에 말한 사람들 중 아마 첫번째나 혹은 두번째 부류의 계층은 여기까지 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어쨌건 지금 상황에서 생기는 거의 모든 마찰은 지금 당장 코인 가격이 엄청 올라서, 그래서 이 모순을 더 이상 덮고 싶지 않은 사람들에 의해 생겨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장황하게 썼다. 가진것도 별로 없고 스팀에 대한 신념도 없이 그저 오르기만 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한 때 떠나놓고 다시 돌아온 내가 쓸 주제가 아닌지도 모르겠다. 딱히 문제를 지적하고픈 생각도 없고 해결책을 내놓을 능력도 되지 않는다. 그저 지금의 상념을 적었을 뿐이다.

스팀은 여전히 문제가 많고 갈 길도 멀다. 하지만 가능성도 많고 개선의 여지도 충분하다고 본다. 그래서 나도 이렇게 열심히 활동을 하고 있는게 아니겠는가. 지금 당장의 코인 등락 때문에 이런 사달이 나는 것 같다. 정말 신념이 있어서 끝까지 버틴다면, 그래서 스팀이 정말로 트위터나 페북 정도의 덩치가 된다면 지금의 이런 논쟁이 모두 의미가 없어질 것이다.

말은 하고 싶지만 소모적인 논쟁이 되거나 이 글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므로 별로 봐주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에 태그도 안 달도록 하겠다. 보팅이야 당연히 환영하지만(헤헤) 논쟁은 원치 않으니 반대되는 댓글을 달아도 대꾸가 없음을 이해해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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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헤)가 킬링포인트입니다
바로 풀보팅(해봤자 해변의 모래지만....)합니다

헤헤
태클모아 티산 아니겠습니까

스팀을 하다보면 현자타임이 자주 옵니다.
너무 자주와서 진짜 현자가 될 지경이죠.
본문에 쓰신 것처럼 사회의 단면을 너무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탓입니다.
현실인식 능력이 상승했다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현자의 칭호를 얻으셨습니다!]

이렇게 모두 현자가 되는 건가요.. ㅋㅋㅋ

정도가 심하면 [환자]가 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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