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의 목소리에는 아버지가 있다.(리바이벌)

in #corn9 years ago

새벽부터 전화벨이 울렸다.
수화기 너머로 낮익은 목소리가 들린다.
회사는 어떠냐.
어디 아픈데는 없느냐
아이는 학교에 잘다니냐
일상적인 인사를 성급히 전하고선
열무도 시금치도 먹기좋게 자랐다고 빨리 뽑아가란다
형님 이시다.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고
삶에 쫒겨 정신없이 살아도
주말이면 어김없이 걸려오는 전화!
계절마다 가져가라는 것만 다를뿐
똑같은 레파토리로 말씀을 하신다.
형님 이시다.

내 어머니는 외할머니 초상을 치르고
돌아오는 길에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
어머니를 먼저 보내신 아버지는
몸저 누우셨고 3년을 누워 계시다가
어머니 곁으로 가셨다.

누워 계시는 3년동안
아버지는 주말마다 전화하셔서
호박이 예쁘게 열렸다.
아욱이 보기 좋게 자랐다.
배추가 속이 꽉찼다
이런 레파토리로 나를 불러 들이셨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형님이 아버지 나이가된 지금
아버지와 똑 같은 전화를
주말마다 하신다.
형님이 전화 하시는 주말이면
나는 가끔 눈물이 울컥 나올때가 있다.
아버지 이신지 형님 이신지

형님의 목소리에는 아버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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