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영웅과 신파

in #kr6 years ago

kt 포인트로 한달에 한번 무료로 영화를 볼 수 있다.
5월 포인트로는 <데드풀2>를 보러 가기로 했다.
라이언 레이놀즈도 좋아하는 배우고, 1편도 그럭저럭
재미있게 봤기 때문에 나름 기대도 했다.
늦게 출근하는 날이기도 해서 조조를 선택했다.
재미있게 보고 삶의 전쟁터로 출발. 좋은 계획이야 이러면서.

아~~ 그런데~~~ 이렇게 영화가 재미가 없을 수가?
급기야 중반이 넘어가면서 하품이 나오기 시작하더니
후반부 데드풀이 총에 맞아 죽어가는(?) 장면에서는
하품을 주체할 수가 없다.
계속되는 하품에 눈물까지 흐른다.
손수건을 꺼내 닦고 닦고~~ 누가 보면 데드풀이 죽어서
너무 슬퍼서 통곡하고 있는 줄 알았을 거다.

이렇게 영화를 즐기지 못하다니.
내가 변한 걸까? 아니면 영화가 정말 재미가 없는 걸까?

1.jpg
나는 마블의 세련된 캐릭터라구. 출처:daum

아들내미들이 보자고 난리를 쳐서 보러갔던
<어벤저스 : 인피니트 워>도 그다지 재미있게 즐기지
못한 걸 보면. 정말 마블 영화가 체질에 안 맞는 건가
싶기도 하지만 그렇지도 않다.

나도 토비 맥과이어가 나온 스파이더맨이나
캡틴 아메리카 계열은 재미있게 봤기 때문이다.

아내에게 그 얘기를 했더니 그럭저럭 명쾌하게 해결해 준다.
이렇게 말이다. 어벤저스 시리즈는 캐릭터의 매력을 보는
영화라고 할 수 있는데, 나는 캐릭터에 별로 관심이 없다.
대신 캡틴 아메리카 계열은 캐릭터보다는 스토리가 강하다.
비극적 사연같은 것들 말이다.
그러니까 결론은 내가 신파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2.jpg
내가 바로 신파영화의 비련의 주인공 심순애라구. 출처:daum

그렇구나. 듣고 보니. 그것도 맞는 것 같네.
캡틴 아메리카가 손자뻘들하고 땀 뻘뻘 흘리며 뛰어다녀야 하는 것.
특히 옛날에는 원했어도 이렇게 오랫동안 살아서 땀 빼길 원하지는
않았는데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상황에다가,
사랑하는 여자는 이제 할머니가 되어 작별을 고해야 한다면.
그래, 신파 맞네. 신파 영화는 손수건에 눈물 콧물 찍으며 본다는
고무신 관객이 되어야 하는데, 나는 캐릭터를 즐긴다는
세련된 마블의 <데드풀2>를 보며 손수건에
눈물 콧물 찍는 고무신 관객놀이를 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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