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 극혐!!!이라고 미워하지 말아야지

in #kr8 years ago

웬만하면 한 알로 버티는데 오늘은 참다가 결국 두 알째;;

'예민한 걸 보니 생리하는 거 아니냐'는 농담을 매우 싫어한다. 일단 구리고 안 웃기다는 게 하나, 힘들고 아프면 누구나 예민해지는데 월경통을 굳이 구분한다는 게 또 다른 이유다. 호르몬이 널뛰고 장기에서 모세혈관 덩어리가 분리되는 사람에게 면박이라니!

사실 월경통을 티 내기 싫어하는 까닭도 있다. 부끄러워서? 부끄럽긴 개뿔. 생리현상이라 구태여 생리라고 부르는 월경을 부끄러워하는 게 더 이상하다. 마치 유방, 가슴 같은 단어를 괜히 어려워하는 것과 같다.

그래도 일터에서 아픈 티내기 싫어서인 것 같다. 웬만하면 약 먹어가면서 버티는 여느 노동자와 다를 바 없다. 내게 해야 할 일이 있고, 생리 전후로 헤아리면 어차피 2주동안 말도 안되는 컨디션인데 쉬어서 뭐하랴, 뭐 이런 심보도 있다. 아프단 이유로 쉬어서 쳐지는 게 별로기도 하고.

근데 쓰벌 월경은 한두달에 한 번 반드시 온다. 원래 쌩쌩한 상태였어도 개시 둘째날이 되면 어쩔 수 없다. 어렸을 땐 내성 생긴다, 몸에 안 좋다는 탓에 최대한 미루다가 피눈물(?) 철철 흘릴 타이밍에 두 알 먹었다. 이젠 매일 할 일이 있으니 좀만 아픈 조짐이 느껴질 때 한 알로 막아본다.

그 약 기운이 돌 때까지 죽은 듯 기다리는 것도 짜증나지만 간혹 약이 잘 안 들을 때가 있다. 진짜 돌아버린다. 지구 멸망을 앙망하는 아나키스트 멘탈리티가 된다. 자궁을 쏙 빼서 물로 세척한 후 재장착하고픈 욕망이 넘실댄다.

'이딴 불편한 몸'이라고 생각하다 서글퍼졌다. 그래도 내 몸인데, 일이 뭐라고 아픈 게 뭐라고 그걸 혐오할까. 그냥 이렇게 태어났으니 잘 관리하고 화해하며 지내야 하는 건데, 다소 자주 아픈 몸이라고 자책하거나 불편하다고 다그칠 필요가 있을까.

하지만 세상이 그렇다. 자궁 부여잡고 아픈, 원치 않는 부침을 겪는 이에게 '예민한 걸 보니 생리한다'고 웃는다. 그들은 월경을 월경이라 제대로 부르지도 못하고 그게 뭔지도 모른다. 정작 아파서 쉬겠다고 하면 '그게 뭐 대수라고','또 아프냐','참 불편하겠다'고 부르기도 한다.

난 여자라서 아픈 게 아니라 그냥 아픈 건데, 웹에서는 '이래서 여자는 쓰면 안 된다'는 대화가 오간다.

일부인 걸 알지만 어쨌든 내가 직면해야 할 장면들. 나의 고통, 나의 무능, 나의 불찰이 쉬이 다른 여자에게도 전염된다. 티내고 싶지 않다. 버티고 싶다. 도움 요청하기 싫어진다. "그렇지 않아요. 모두가 그러진 않아요. 나를 봐요. 세상엔 다양한 여자가 있어요."

시위하듯 애쓴다. 허나 어쨌든 나는 여성이었다. 거기서 벗어날 수가 없다. 월경 때마다 그걸 실감하고, 그런데도 불구하고 씩씩해보려 하지만. 1.5배로 힘내서 일해야 하는 게 사실이다. 이렇게 아플 수도 있고 그게 자연스러울 수 있는데

나는 왜 그악스럽게 그걸 부정하려 했는지

그런 모순들이 부딪히는 오늘이다. 오. 이 글 쓰는동안 두번째 진통제가 잘 돌고 있다. 피덩어리가 잘 안 떨어져서 아픈 느낌도 많이 완화했다. 다행쓰. 이제 평소처럼 일해도 되겠다:) 통증만 사라져도 한결 나은데 그게 뭐라고, 신세까지 끄집어서 끙끙 앓고 있었다.

진짜 월경 가지고 농담하지 않았으면! 궁디차버릴테다ㅠㅜㅜㅜㅠ 아프다고 힘들다고 이거 벼슬아니라고! 부러우면니네가다가져라ㅠㅜㅜㅜㅠ쓰벌! 그와중에 주변분들께 다 걱정을 끼쳐서 민망쓰..

저 퇴근 안 할래요 일해두고싶어요ㅠㅜ 어차피 매달 아픈걸요 뭐ㅎㅎ 저는 제 태어난 한계와 싸울 뿐이에여😃 대자연아 싸우쟈!ㅎㅎ

  • 2017년 11월 20일 일하다 빡쳐서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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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그리고 너무 피곤한 탓에 2달간 미뤄졌던 월경이 오늘 다시 시작되려 한다. 저번에는 붉은 기운 콸콸뢐뢐이었다면 이번에는 검붉기만 하다. 이런 거 볼 때마다 내 몸이지만 참 까탈스럽고 무섭다. 조금만 더 무리해도 한두 달에 한 번씩 오는 관문에서 바로 티가 나니 말이다. 또 피곤한 몸, 그렇게 치부해버리려다가 이렇게 태어난 걸 어쩌란말인가~~ 하며 넘긴다.

11월에도 그런 공상이 들었다. 만약 진정한 산업역군~의 기준이 젊은 남성의 신체가 아니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었다. '전사자 숭배'라는 책에서는 전시에 미디어가 젊은 남성의 몸을 어떻게 우상화하는지에 대해 다루고 있다. 전쟁무기들을 꽃과 같은 상징과 곁들여 여성처럼 다루는 한편 젊고 튼튼한 남성의 육체를 긍정적으로 부각해왔다는 것. 그렇게 해야만 전시에 필요한 자원이 곧 '사람들이 추구하는 바'가 되기 때문이라고 읽혔다.

그래서 저런 시대에 노인은, 젊어도 몸이 아픈 남성은, 여성은, 아이들은 가려지고 만다. 마치 아무리 야근을 시켜도 튼튼할 수 있는 몸이 긍정적으로 부각되거나 당연시되는 반면 한 달에 한 번 아프거나 효율이 떨어질 수 있는 몸은 '이익창출을 추구하는 사기업에는 안 맞다'는 논리적(?)인 평가절하에 맞닥트리는 것과 같다. 논리적일 순 있지만 합리적이긴 어렵다. 세상에는 아무리 굴려도 아프지 않을 몸이란 없다. 설령 생물학적으로 튼튼한 젊은 남성들이라도.

그냥 다른 몸인 건데, 피차 다른 육체를 가진 것뿐인데.. 그 사실만으로도 기준미달처럼 여겨져서 섧다. 뭐 이런 의식의 흐름대로 궁리하다가 다시 일에 몰두한다. 어쨌든 내 일을 무사히 해내고 싶다. 가끔 연비가 떨어지는 내 몸과 내 욕심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게, 그 균형을 인내하는 세상을 발견하는 게 쉽지 않다. 으아니 첨언이 너무 기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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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 사이에서도 편차가 심해서 가끔은 난 왜 이렇게 아플까 생각하는 1인입니다.
진통제를 통증 오기 전에 드시는 것도 괜찮대요..
한달에 몇번 정도 먹는거로는 내성 문제도 크지 않다고 병원에서 얘기해주길래 저는 그냥 먹습니다.
참을 필요 없는 고통인 것 같아요.

이게 뭐라고 그렇게 참았는지...ㅠ 저는 제 개인 단위에서도 편차가 심해요 아예 통증이 없을 때도 있는 반면 너무너무 아플 때도 있어요...ㅠ 어쨌든 마냥 편리한 몸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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