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입추

in zzan2 years ago (edited)

오늘이 입추/cjsdns

오늘이 24절기 중 열세 번째 절기인 입추다.
입추는 여름이 지나고 가을로 접어드는 시기이다.
입추부터 첫 번째 드는 경일이 말복이다.
가장 덥다는 삼복중에 마지막 복인 말복은 언제나 입추 이후에 있으며 이를 보면 입추는 가을의 시작과 동시에 기승을 부리는 더위도 달래서 수그러들게 하는 것이다.

입추부터 입동까지를 가을이라 하며 입추 지나 보름쯤 후에 일교차가 커지기 시작하는 처서가 있고 백로 추분 한로를 지나 서리가 내리기 시작한다는 상강이 있다.
더위가 늦게까지 기승을 부리기도 하지만 절기는 못 속인다고 견우직녀가 만난다는 칠월칠석을 전후해서는 밤에는 서늘한 기운이 돌고 말복까지 지나면 한낮의 더위는 그대로라 해도 열대야는 사라진다. 참고로 올해 말복은 8월 15일 광복절 날이다.

입추이니 이제부터는 가을이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니고 농작물 수확으로 농부들의 손길이 바빠지기 시작한다.
여름 채소나 과일은 수확을 한다고 해서 가을이라고 말하거나 느끼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빨갛게 익은 고추를 수확하거나 참깨를 수확하면 그건 누구나 가을이 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더군다나 밤송이가 커가는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

어제 오후에 구름이 하늘을 가려 산책을 하러 나가서 자전거 도로를 따라 상천역 근처까지 걸어갔는데 걸어가며 보니 참깨는 꼬투리가 열리기 시작했고 밤송이는 아이들 주먹만 하게 컸다.
참깨는 내일 벨 거라며 낫을 준비하는 아내를 봐서 그렇다 쳐도 밤송이가 아이들 주먹만 하게 큰 걸 보고는 어느새 세월이 이렇게 됐지 하고 놀랬다.

어제 점심을 먹으며 말복이 언제지 하고 달력을 보다 아니, 내일이 입추네 하며'8월 7일 일요일 입추' 이것을 확인한 터라 가을이 멀지 않았구나를 알고는 있어도 밤송이가 이렇게 컸다니, 그것도 밤꽃이 피고 진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이래, 세월 가는걸 나만 몰랐나 싶기도 하였다.

참깨 수확에 들뜬 아내가 날이 밝자 일어나 밭에 갔다가 돌아왔다.
잠에서 덜 깬 내가 다 베었어? 하며 반기니 아니, 반 정도 베었다며 내일마저 베면 된다며 아침 준비를 한다.
한참 후 아침상을 마주 하고 이야기하다 오늘이 입춘이야, 어제 보니 밤송이가 애들 주먹만 하다고 말을 하니 그러게 말이에요 이제 얼마 안 있으면 알밤 주우러 갈 때도 돼가는가 같아요 한다.

그렇다 정말 세월 빠르다.
게을러터지기만 한 대추나무도 열매를 주렁주렁 매달아 키우고 있고 여름에 들어서는 유월에 밤꽃이 핀거 같은데 어느새 가을 하면 떠오르는 알밤을 보게 될 날도 멀지 않았다.

세월은 이렇게 가는데 나는 뭐 하고 있나 싶기도 하고 기다려 주지 않는 세월 속에서 뭔가를 하려니 마음만 바빠진다. 뭔가 의지를 가지고 할 수 있는 시간도 이제는 많이 잡아야 십 년 정도일 것 같은데 그 십 년에 뭘 해야 할지 뭘 먼저 해야 할지 생각이 많다.

그래서 그런지 올 입추에는 여태껏 생각해보지 않은 것들을 생각하게 된다.
어쩌면 내 나이가 절기로 따져봐도 입추 정도 되는 위치에 다 달은 거 같기도 하다.
가는 세월 속에 몸도 마음도 입추가 아닌가 하는 생각에 오늘은 더욱 의미 있게 보내야 하는 날이지 싶기도 하다.

2022/08/07
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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