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바리의 식판|| #4 믿음, 소망, 사랑 그리고 초코파이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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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이야기는 개인적인 경험을 기반으로 둔 창작된 이야기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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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도 일요일이면 사회에서처럼 특별한 일없이 쉴 수 있다. 평소 여섯 시였던 기상시간도 일곱 시로 한 시간 늦춰지며, 오후에는 잠깐 동안 낮잠을 잘 수 있는 시간도 주어진다. 경계근무나 당직근무를 제외하면 개인정비라는 명목으로 TV를 보거나 책을 읽을 수도 있었다. 물론 이등병은 책을 읽을 수도 원하는 대로 TV를 볼 수 없었지만 전투복을 입지 않아도 된다는 점만으로도 일요일은 충분히 편한 날이었다.

일요일에는 항상 행사가 있었다. 바로 종교행사다. 종교행사는 말 그대로 종교가 있는 병사에게 종교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제도였다. 쉽게 사회에서처럼 교회나 성당, 절에 가는 것을 말한다.
종교행사는 꼭 종교가 있는 병사만 갈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종교가 없어도 분대장의 허락만 있으면 다녀올 수 있었다. 중대에서는 이등병은 되도록 종교행사에 참여시켰는데, 평소 고생하니 나가서 좀 쉬고 오라는 의미였다.
나는 종교행사 가는 것을 좋아했다. 특별히 믿는 종교가 있는 건 아니지만 잠시나마 막사를 벗어날 수 있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종교행사를 갈 이유는 충분했다.

종교행사로 갈 수 있는 곳은 세 곳이었다. 기독교를 위한 교회, 천주교를 위한 성당, 불교를 위한 법당. 나는 어떠한 종교도 갖고 있지 않았기에 정해진 행선지가 없었다. 그래서 종교선택의 기준은 딱 하나였다. 어느 곳이 간식을 더 많이 주는가! 각 종교마다 나눠주는 간식의 종류와 양이 달랐고, 아주 가끔은 햄버거 같은 귀한 사제 음식을 줄 때도 있었다. 나와 립중이는 사제 음식 한 번 먹어보겠다며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한 고민에 빠졌다.

립중이와 상의 끝에 처음으로 간 곳은 교회였다. 막사에서 10분 정도 걸어 도착한 사단 교회는 신자가 많은 만큼 한 눈에도 크고 웅장했다. 우리를 데려온 분대장의 인솔에 따라 긴 의자에 앉자 곧 예배가 시작됐다.
목사님의 설교도 귀담아듣고, 잘 모르는 찬송가도 떠듬떠듬 따라 부르며 간절히 기도까지 드리고 받은 간식은 초코파이 하나와 코카콜라 한 캔이었다.
립중이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초코파이 하나는 너무한데. 이거 먹자고 여기까지 온 게 아닌데 말야.”

군인에게 초코파이는 소울 푸드 같은 존재였다. 그만큼 먹을 기회도 많았다. 그래서 상병 정도 짬밥이 되면 초코파이를 먹는 병사는 거의 없었고 대부분이 이등병에게 돌아가게 된다. 우리가 자대에 와서 먹은 초코파이만 해도 한 박스가 충분히 넘고도 남았다.
반면, 나는 코카콜라를 먹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꽤 만족한 편이었다. 코카콜라는 PX를 가지 않는 한 먹기 힘든 음료였다. 가끔 부식으로 콤비콜라가 나오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콤비 콜라지 코카콜라가 아니었다.

다음 주 종교행사는 법당으로 향했다. 우선 다른 곳도 한 번씩 가보자는 립중이의 의견을 따라서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절은 말이야 기본적으로 음식이 많아. 제사를 지내거든. 그러니까 간식도 많이 나올 거야!”

라는 게 그의 논리였다. 꽤 그럴싸한 추리였다. 사찰에는 공양(供養)이라 게 있으니 음식이 많다. 물론 군대에도 똑같이 적용되는지는 알 수 없었다.
법당은 교회에 비하면 규모가 작았다. 법당을 찾은 병사들은 30명이 체 안 됐다. 스님의 목탁에 맞춰 불경도 외우고, 절도해가며 받은 간식은 주먹만 한 크기의 백설기와 귤 두 개, 환타 한 캔이었다.

법당과 교회의 차이점이라면 간식을 조금 더 넉넉히 먹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사람이 많지 않아 원하면 백설기를 두 개도, 세 개도 먹을 수 있었다. 그러나 큼지막한 백설기는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배가 불렀다. 더 먹을 수 있어도 먹을 수 없으니 그림의 떡이 따로 없었다. 그래도 귤을 먹을 수 있었던 점은 좋았다. 과일 역시 부대에서 먹기 힘든 음식 중 하나였다.
립중이는 이번에도 만족하지 않았다. 메인 간식이나 다름없던 떡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법당에는 다시 가지 않겠다고 선언을 했다.

마지막으로 성당. 우리에게 남은 마지막 희망 같은 곳이었다. 그리고 이곳에서 우리는 구원을 얻었다. 긴 미사가 끝나고 우리 앞에 놓인 간식은 놀랍게도 크림빵과 오예스 하나, 자유시간 한 개, 코카콜라 한 캔이었다. 양과 질, 모든 게 만족스러웠다. 특히 오랜만에 먹는 크림빵은 입에서 살살 녹았다. 콜라와는 또 어찌나 잘 어울리는지 초코파이와 먹을 때와는 비교가 되질 않았다.
립중이도 이번만큼은 크게 만족해하며 크림빵을 허겁지겁 먹어치웠다.

 “악마가 빵 하나 더 준다고 하면 영혼도 팔 수 있을 거 같아.”

나라고 그 제안을 거부할 자신은 없었다. 그만큼 빵 속의 크림은 악마의 유혹만큼이나 부드럽고 달콤했으니까. 우리의 이런 불경한 마음을 들키기라도 한 건지 간식을 나눠주던 군종병이 말했다.

 “다음 주에는 세례식이 있는 날입니다. 특별한 날인만큼 맛있는 것도 더 많이 준비해 놓을 테니까 꼭 오셔서 세례도 받으시고 맛있는 것도 드세요!”

순간 립중이와 눈이 마주쳤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그가 무슨 말을 하려 하는지 나는 알 수 있었다.
다음 주 우리는 다시 한번 성당을 찾았다. 영혼을 파는 대신 세례를 받았고, 립중이는 ‘베드로’ 나는 ‘미카엘’이라는 세례명도 얻게 되었다. 그리고 그 대가로 그토록 바라던 사제 햄버거와 콜라를 먹을 수 있었다.
이후 우리는 줄기차게 성당만 다녔다. 그러나 세례식 이후로 사제 햄버거는커녕 크림빵조차 맛볼 수 없었고, 일병이 되자 더는 종교행사에 가지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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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바리의 식판 | #4 믿음, 소망, 사랑 그리고 초코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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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그들이 먹는 밥
#1 군바리는 식판으로 밥을 먹는다. (전편)
#1 군바리는 식판으로 밥을 먹는다. (후편)
#2 자율배식
#3 찌개가 없으니 오로지 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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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곳이 간식을 더 많이 주는가!

지금 군대야 다르겠지만... 예전엔 정말 어디서 초코파이 두개 준다고 하면 그쪽으로 확 몰려가곤 했죠~ ㅋㅋ

세례명이 무언가요?? 형제님 ㅋㅋㅋㅋㅋ
드라마 열혈사제 생각난다~

군대에서는 간식 많이 주는 곳이 최고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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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초코파이가 땡기네요.ㅇㅅ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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