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 "선이냐 악이냐, 그것이 문제…인가?"
증권형 토큰 공개(Security Token Offering, 이하 STO)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인가?
질문은 간단합니다. 블록체인과 관련된 문제가 대부분 그렇듯 말이죠. 하지만 답은 간단하지 않습니다. 가볍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죠. 개인의 생각, 논리, 현실적 상황 등 수많은 변수가 도사리고 있으니 말입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STO에 특별히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지는 않습니다. 저는 그저 앞장서 달리는 분들의 뒤를 따르며, 블록체인 전체 판과 흐름을 느긋하게 살피는 입장. 그러다 보니 STO가 판 전체에 영향을 미칠 굵직한 녀석으로 보이는 바, 뭐라도 생각(+공부)의 흔적을 남겨야 할듯해 키보드를 잡았습니다.
지난 연말을 기준으로 보면, STO에 대한 세계 각국의 답은 대체로 ‘흐릿’했다고 여겨집니다. 물론 명확한 스탠스를 제시한 곳도 있었습니다. “기존 증권거래법을 따라야 한다”라고 규정한 미국, “STO는 ICO의 일종이니 마찬가지로 금지”라고 못박은 중국처럼요. 하지만 그렇지 않은 국가들이 더 많습니다.
▲ 아마 다들 머리는 엄청 바쁘게 굴러가고 있겠죠?
해가 바뀌고 채 한 달이 안 된 시점. 하지만 STO를 둘러싼 공기는 눈에 띄게 달라진 듯합니다. 작년에는 ‘하반기 주요 트렌드’ 로 언급되는 정도였다면, 연말 즈음부터는 ‘2019년 암호화폐 시장 핵심 키워드’로 거론되고 있으니 말이죠.
시시각각 새로운 뉴스가 쏟아지다 보니… 솔직히 따라잡기 벅찰 때가 있습니다. 지금 키보드 두드리고 있을 시간에도 따끈따끈한 속보들이 물밀듯 올라오고 있을테니까요.
이 와중에 미국에서 ‘티제로(tZERO)’가 선발로 나섰다는 뉴스가 떴습니다. 미국은 일찌감치 STO를 연방증권법의 테두리 안에 두겠다는 스탠스를 취했죠. 허들과 가이드가 명확한 만큼, 공략도 빠르게 이루어진 거라 생각합니다.
티제로는 온라인 쇼핑몰 ‘오버스탁’의 STO 플랫폼인데요. 2014년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받아들인 최초의 쇼핑몰이라고 합니다. 역시… 얼리어답터 DNA는 타고나는 건가 봅니다.
▲ “준비된 사수로부터 발사!” 하면 꼭 말 끝나자마자 쏘는 사람이 있더라고요.
사실 비전공자 입장에서 STO를 이해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총체적으로 분석한 보고서를 두어 편 정도 찬찬히 되새겨가며 읽어본 이유입니다. 증권형 토큰은 크게 ‘증권형’과 ‘자산유동형’으로 압축할 수 있고, 특히 자산유동형 토큰에 대한 논의가 활성화 돼 있는 분위기더군요.
코인원 리서치센터에서는 과열된 자산유동화로 불량 자산이 판을 치는 ‘레몬 마켓’을 만들 것이라 우려하고 있습니다. 기존 시스템에서 어떤 자산이 투자 대상이 되지 못한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거죠. 반면 CP리서치에서는 향후 10여 년 정도 뒤에는 자산유동형 토큰이 전체 STO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할 거라 내다봤습니다. (관련 기사) 언뜻 보면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합니다만… 자세히 들여다보니 자산유동화형 STO에 대해 상반된 견해를 갖고 있는 셈이군요.
자산유동화 STO에 대한 논의를 보며, 저는 P2P 투자 플랫폼을 떠올렸습니다. 8퍼센트, 렌딧, 피플펀드 같은 것들 말이죠. 채권을 잘게 쪼개 분산 투자를 할 수 있는 환경. 투자하는 입장에서 진입 장벽과 리스크를 많이 낮춰줬다는 점에서 저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자산유동화 STO 또한 이와 유사한 원리라고 생각하는데… 보기에 따라서는 꼭 그렇지만도 않나 봅니다.
저마다의 입장에서 펼치는 논리지만, 모두 일리 있는 이야기라 흥미롭습니다. 과연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지 사뭇 궁금해지네요.
▲ 불현듯 떠오르는 이 분…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
셰익스피어가 남긴 불후의 고전, <햄릿>의 대표적 명대사입니다. 보통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는 번역으로 알려져 있죠. STO를 놓고 며칠째 머리를 굴리던 어느날, 퇴근길에 문득 이 대사가 떠올랐습니다.
무엇이든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는 법이라고들 합니다. 지금 상황은… 여러 국가 정부가 뚜껑을 채 열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먼저 움직인 것과 같다고 할 수 있겠네요.
어차피 펌프질은 시작됐습니다. 이제 마중물을 들이부을 업체는 굳이 찾으려 하지 않아도 빠르게 줄을 설 거라 생각됩니다. 그간 신중한 자세로 일관하거나 ‘검토 중’ 팻말을 앞세우고 있던 많은 이들도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겠죠. ‘심리전 끝, 본 게임 시작’이라는 겁니다.
블록체인은 전세계적 흐름이고, 거스를 수 없을 겁니다. 망설이고 있는다 해서 다른 이들도 기다려주는 것도 아닙니다. ‘선일지 악일지’를 재보며 전전긍긍해봐야 별 도움이 안 된다는 뜻이죠. 차라리 ‘악으로 굳어졌을 때’를 예상하고 그 대비책을 갖춰놓는 데 힘을 쏟는 게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요.
모든 변화는 언제나 선의와 악의를 함께 갖고 있습니다. 그걸 알면서도 앞으로 나아가는 선택을 했기에, 오늘에 이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되돌아갈 수도, 멈출 수도 없는 시점. 과감히 앞으로 나아가는 한 해가 됐으면 합니다.
▲ 너무 오래 끌다가는 ‘벌칙’만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