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늦게 잤고 새벽에 잠시 깨어서 뒹굴 거렸다. 아침의 몸과 눈꺼풀은 세상의 짐을 다 짊어진듯 했다. 아직 세상을 볼 준비가 안되었다며 저항을 했다. 귀에는 날카로운 알람이 울리고 기어이 눈꺼풀은 저항하다 포기하고 빛을 받아 들인다.

씻고 칫솔질을 하고 후다닥 짐을 챙겨서 집을 떠난다. 두고 온것이 있어서 집을 한번 더 들린다. 그래도 출발은 적당한 시간에 했다. 오히려 평소보다 5분 쯤은 일찍 한것도 같다.
전철에 탑승한다. 제법 사람이 있다. 다행이 공중부양을 할정도는 아니다. 이것이 코로나의 힘일까 싶다. 예전의 이 시간대의 2호선은 불금클럽의 좀비 버전은 영상시켰으며 능력이 없는 이도 공중부양을 몸으로 체험하게 해주었었는데 말이다.

자리는 없지만 뼈와 살에게 나의 영혼을 거치하고 세상을 향해 열린 눈을 감고 귀를 닫고 쉼을 주어야겠다 싶어 세팅을 시작한다.

그 첫단계는 귀를 재정비 하는 것 도구는 이어폰이다. 내가 듣고 싶은 정보를 골라서 나의 귀에게 전달해 줄 녀석이다. 무엇을 들을까 설레여 하며 무선이어폰케이스를 주머니에서 꺼낸다. 그안에 들어 있을 두짝의 이어폰이 나를 반겨 주리라. 몸은 이리 무거 운데 이어폰케이스는 가볍다. 뚜껑을 연다. 녀석들이 나를 반겨주겠… 지.. 횡하다. 아무것도 없다. 귀에 어둠이 스미는 듯한 느낌이다.

유튜브, 넷플릭스, 왓챠, 음악… 전철 안에서 눈과 귀로.. 귀로.. 즐기는 많은 것들이 스르륵 지나가며.. 하늘로 흩뿌려진다.

나에게 이어폰이란 삶에서 제법 큰 범위를 차지 한다. 주변과 나 사이의 벽을 만들어 주고 나만의 세상으로 몰입 할 수 있게 해주는. 이전의 폰을 사용할 때는 늘 2개를 챙겼다. 무선이어폰 하나 유선 이어폰 하나. 지금은 핸드폰에 유선 이어폰 구멍이 사라지면서 하나만 챙긴다. 유선이어폰 단자를 하나 구매 해 두어야 겠다.
한정거장이 흐른다. 사람들이 탑승한다. 누추한 옷차림의 나이든 아저씨가 눈길을 끈다. 중앙쯤에 자리를 잡더니 타령을 시작한다. 절규에 가깝다. 세상에 자신의 희노애락을 퍼트리려는 타령을 시작한다. 미간에 힘이 들어가 찌푸려 지고 자연스레 자리를 옆으로 피하게 된다. 나와는 한발자국 거리여서 귀에 대고 때려 박는 것만 같은 느낌이었기에 몸이 절로 움직인다.

그것은 마치 세상을 향해 귀를 열라고 맨날 귓구멍 닫고만 살지 말고 벽을 치고만 살지 말고.. 귀를 깨우라고 말하는 듯 하다. 선별해서 원하는 것만이 아니라 불확실 성에 귀를 열라고 땅땅땅 귀에 세상을 때려 박는 것 같은 착각 도 잠시 든다. 좀 길게 가려나 했는데 다음 정거장에서 내린다. 생각보다 빠르게 끝났다.

그리고 귀에 들려오는 시청역.. 시청역 소리.. 응? 내가 가는 길에는 시청역이 없는 듯 한데. 확인한다. 아차 거꾸로 탓다. 귀의 역할인 정보의 수집 양쪽 귀를 통한 방향성을 잡기 위험을 감지 하기 등.. 본래의 역할을 인식하게 해준다.
때때로 이렇게 이어폰 프리한 생활을 하는 것도 좋은 듯 하다. 덕분에 아침에 끄적거림을 즐길 수 있었고. 다체로운 소리들을 들어 볼 수도 있었다. 오늘은 귀를 확장하고 즐겨 봐야 겠다.

피로

어제 늦게 자고 일찍일어 났더니 피로하네요 오늘을 일찍 꿀잠을 자러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