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스토리] 보이지 않는 칼을 가지고 암을 베는 방사선수술, 세이버 (SABR)

in #kr7 years ago (edited)

방사선 수술이란 말을 들어보신 분도, 못들어보신 분도 있을 것입니다. 비교적 최근에 나온 개념이라서 의사들 사이에서도 아직 한번도 접해보지 못하신 분도 있을 것입니다.

제가 레지던트 2년차 때, 지금으로부터 약 5년전이군요, 서울대병원에서 처음 기기를 설치하고 치료를 시작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때만 해도, 엄청나게 신박하고 창의적인 개념이라고 생각했고, 수술 통증이나 상처 없이 암을 수술하는 것처럼 말려버리는 새로운 치료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처음에는 폐암, 간암, 뇌종양 등에서 시작했는데, 지금은 그밖에 다른 암에서도 적용을 시도하고 있는 중이며, 저도 그와 관련된 임상시험을 하나 진행하고 있습니다.

SABR title.jpg

1. 방사선 수술이란 무엇인가?

Sterotactic Ablative Radiotherapy, 줄여서 SABR (세이버) 라고 흔히 이야기 합니다. 이런 이름은 유럽을 대표하는 기병용 도검인 세이버 (아래 사진) 에서 약자를 따오기도 하였습니다.

sabre 사브레

우리말로 번역하면 '정위적 방사선수술'입니다. 정위적이란 말은 정확하게 위치를 잡아서 치료한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데, 이것은 방사선수술의 중요한 한 조건이 됩니다. 방사선수술은 주변의 정상 조직에 대한 방사선량을 최소하하면서 원하는 방사선 생물학적 반응을 일으키기 위해 표적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곳에 고선량의 방사선을 투여하는 기술입니다. 한번에 기존의 방사선치료의 10배 이상의 방사선량을 한번에 투여하기 때문에 마치 수술한것 같은 효과가 나타나서 방사선 수술이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2. 방사선수술이 어떻게 가능해졌는가?

방사선수술은 스웨덴의 한 신경외과 의사에 의해 최초로 고안되었고, 한번의 고용량 방사선으로 뇌에 있는 병소를 치료하는 것이었습니다. 뇌종양에 최초로 쓰이게 된 이유는 바로 두개골 때문입니다. 고용량의 방사선을 조사하려면 그 위치가 변하지 않고 정확하게 유지되어야 합니다. 두개골만 고정할 수 있다면 뇌는 그 안에서 거의 변동 없이 그대로 있을 것이기 때문에, 계획한 대로 방사선을 원하는 위치에 전달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감마나이프'라는 기계로 이러한 치료가 성행했었습니다.

최근 기술적 발전으로, 뇌종양 뿐 아니라 다른 부위의 방사선수술이 가능해졌습니다. 이것은 ① 치료 전/치료 중 CT/MRI 등의 영상촬영이 가능해졌고, ② 고용량의 방사선량을 빠른 시간내에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가능해 졌기 때문입니다.

Truebeam CT scan
(방사선치료 전 CT를 찍고 있는 사진, 서울대학교병원)


3. 기존의 방사선치료와는 무엇이 다른가?

첫째, 치료 횟수 및 기간이 다릅니다. 기존의 방사선치료는 하루에 2 Gy 정도의 방사선량을 조사하여 약 30회 가량으로 약 4-6주간 치료합니다. 치료기간이나 치료횟수 등은 환자마다 다르게 적용되나, 대략적으로 한달 전후 동안 매일 통원해서 치료해야 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이에 반해 방사선수술의 경우 적게는 1회, 많게는 5회 정도로 치료를 받습니다. 따라서 한번에 조사되는 방사선량이 10 Gy 이상으로 매우 큰 방사선량으로 치료합니다.

둘째, 오차 허용 범위가 작습니다. 이렇게 큰 방사선량을 한번에 조사하기 때문에 위험할 수 있습니다. 조금만 위치가 달라져도 치료하지 말아야 할 부위에 방사선이 들어가 심각한 합병증을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치료 전이나 치료 중에 치료가 제대로 된 곳에 방사선이 조사되고 있는지 반드시 확인하는 절차가 있어야 합니다.


4. 어떤 암에서 적용 가능한가?

  • 뇌종양

    뇌종양은 방사선수술을 가장 일찍부터 적용해서 쓰이고 있는 분야입니다. 전이성 뇌종양, 동정맥기형, 신경초종, 뇌수막종 등 폭넓게 적용 가능합니다.

  • 폐암

    폐암에서의 방사선수술은 1990년대 일본에서부터 시작되어 현재는 수술불가능한 폐암 1기 환자에게서는 거의 표준적 치료로 자리잡았습니다. 향후 폐암 1기 환자에서 폐엽절제술 대신에 수술 없이 방사선수술만으로 치료가 가능한 시대가 과연 올 것인지 기대가 되기도 합니다. 또한 전이성 폐암 환자에서 국소제어를 위해 적용 가능합니다.

    관련 포스팅 참고 : 수술 없이도 폐암 1기의 치료가 가능해져..

  • 간암

    간암은 수술적 절제술이 가장 중요한 치료이나, 문제는 수술이 불가능한 간암 환자가 70% 이상으로 더 많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환자에서 간동맥색전술, 항암화학치료 등으로 반복적으로 치료하여 생존율을 높이고 암의 진행을 막는 노력을 하게 됩니다. 방사선수술은 간동맥색전술이 불가능한 환자에서 또 하나의 카드를 제공하게 됩니다.

  • 척추전이암

    척추전이암에서 치료 목적은 통증 완화, 향후 압박골절의 예방, 국소진행의 방지 등이 있겠습니다. 기존에는 수술 혹은 방사선치료를 시행하였으나, 1-2회의 짧은 방사선수술로도 기존 치료 이상의 효과를 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 기타

    그밖에 전립선암, 췌장암, 두경부암 등에서도 현재 임상연구가 진행중에 있습니다.


5. 어떤 기계에서 방사선 수술이 가능한가?

최근에는 기계의 발전으로 여러 치료 기계에서 방사선 수술 구현이 가능해졌습니다.

가장 오래되고 꾸준히 뇌종양 치료에 쓰이고 있는 감마나이프 (Gamma Knife, Elekta Inc.) 가 대표적이나 그밖에도, 사이버나이프 (CyberKnife, Accuray Inc.), 트루빔 (TrueBeam, Varian Inc.), 토모테라피 (Tomotherapy), 뷰레이 (Viewray, MRI-cobalt), 노발리스 (Novalis), 양성자 치료기 등에서 치료가 가능합니다. 각 기계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으나, 큰 틀은 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보통 방사선수술이 가능한 기계는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고가의 기계이기 때문에, 병원에서 홍보할 때 많이 소개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떤 기계를 쓰느냐 보다는 그 병원에서 '방사선수술'의 구현이 가능한지 아닌지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각 치료기계에 대한 특징 및 장단점은 따로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방사선수술은 암치료에 있어서 또다른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그리고 그 변화는 현재진행형입니다. 앞으로 여러 굵직한 임상연구들의 결과에 따라 암치료 가이드라인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가 됩니다.


Reference

  1. Perez and Brady's Principles and Practice of Radiation Oncology, 6th Edition. Chapter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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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조만간 전립선 조직검사를 받아야 해서
아마 치료도 해야 할 것 같고

아,, 부디 큰병 아니시길 빌께요.. 혹시 궁금하신거 있거나 도움이 필요하시면 말씀해주세요 ㅠ

아주 새로운 신기술이네요. 앞으로 더욱 발전되어서 암치료에 절개수술이 아예 필요없는 수준이상으로 발전했으면 좋겠네요.

저도 그러길 기대해봅니다 ㅎㅎ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주변에 아픈분들이 계세요... 좋은기술로 모두 회복되기를 빌어봅니다...
좋은정보 감사합니다.

아 그런일이 ㅠㅠ.. 부디 잘 쾌유되길 저도 빌꼐요.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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