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냥줍하세요”…170억 투자받은 ‘이곳’에 집사들 모인 까닭은
사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재미있지 않다. 늘 이 용어와 살아가는 기자에게도 재미를 찾기는 쉽지 않다. 낯선 기술 용어, 어려운 금융 개념을 마주하면 다시 학창시절로 돌아가 논술 시험지를 마주한 것처럼 막막해지기도 한다. 여전히 이 단어들이 대중에게 생소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크립토키티(CryptoKitties)’는 혜성처럼 등장했다. 벌써 1주년을 맞았다. 크립토키티는 블록체인 고양이 육성 게임으로 유명하다. 동그란 눈, 다양한 털 색깔을 가진 고양이를 키우기 위해 사용자들이 몰리면서 한때 크립토키티가 기반으로 하는 이더리움 네트워크가 마비되기도 했다.
크립토키티는 최근 큰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 크립토키티 개발사인 대퍼랩스(Dapper Labs)는 지난 1일 삼성전자 산하 벤처투자 조직 삼성넥스트(Samsung Next),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벤처투자 조직 GV, 록펠러 가문 투자회사 벤록(Venrock), 크립토펀드 GBIC 등으로부터 총 1500만 달러(약 170억 원)를 투자받았다.
탄생 1주년을 맞은 지금, 크립토키티는 어떤 변화를 앞두고 있을까. 지난 22일 서울 역삼 논스(nonce) 제네시스에서 크립토키티 창립자인 베니 지앙(Benny Giang)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크립토키티를 처음 접하는 독자를 위해 서비스를 소개해 주세요.
크립토키티는 웹으로 하는 게임입니다. 디지털 고양이를 사고, 키우고, 팔 수 있죠. 이 고양이들은 보통 고양이들처럼 유전자를 가지고 있습니다. 검은 눈동자를 가진 사람이 파란 눈동자를 가진 사람과 결혼해 아기를 낳으면 그 아기의 눈동자가 파란색일 수도 있잖아요. 그런 것처럼 이 디지털 고양이도 부모 고양이 중 한 쪽을 닮을 수도 있고, 완전히 돌연변이일 수도 있어요. 굉장히 다양한 유전자 조합이 있습니다.
-크립토키티 게임은 어떻게 시작해야 하나요.
게임을 플레이하려면 일단 고양이를 구입해야 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암호화폐를 사둬야 해요. 이 고양이들은 블록체인 위에 살고 있거든요. 여타 암호화폐처럼 크립토키티 또한 암호화폐를 통해 구매해야 합니다.*
*크립토키티는 이더리움상의 ERC721 토큰을 사용한다. 이 토큰은 서로 교환이 가능한 ERC20 토큰과 달리, 토큰마다 식별표가 있어서 대체 불가능한 토큰(non-fungible tokens, NFT)으로 분류된다. 2017년 12월 스튜디오 액시엄젠(Axiom Zen)의 크립토키티 프로젝트에서 처음 시도한 형태의 디지털 토큰으로 알려져 있다.
일단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계정을 만든 후에 본인 은행계좌와 연동합니다. 이 과정에서 대개 이더리움이 필요합니다. 이후 브라우저용 지갑 애플리케이션인 메타마스크(MetaMask)를 내려받고, 거래소에서 메타마스크로 돈을 보내면 크립토키티 게임을 할 수 있습니다. 고양이는 적게는 1달러에서 많게는 약 140달러에 분양받을 수 있습니다. 고양이 분양시장이나 카탈로그에서 마음에 드는 귀여운 고양이를 찾은 후 이더리움을 전송하면 지갑으로 고양이가 찾아옵니다.
-처음 블록체인 게임을 접하는 사용자에게는 복잡한 과정일 수 있겠네요.
게임을 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과정이 많죠. 거래소 입장에선 암호화폐가 불법적인 곳에 쓰이지 않도록 고객신원확인(KYC)와 돈세탁 방지(AML) 과정을 거쳐요. 본인 ID 카드와 함께 셀카를 찍기도 하고요. 일본에서는 주중에 오프라인에서 신원을 따로 확인받아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기본적으로 크립토키티를 개발하는 대퍼랩스는 액시엄젠이라는 회사의 일부에요. 액시엄젠은 제품 디자인을 전문으로 하는 벤처 스튜디오이죠. 사람들이 쓸 만한 제품 디자인을 잘 하는 곳이에요.
크립토키티에도 ‘사용자 경험’은 계속 중요한 이슈입니다. 예컨대 게임 사용자가 10개 단계를 거쳐 플레이를 시작했다면 지난 6개월간은 이 과정을 5개, 3개, 한 단계로 줄이는 방향으로 제품을 개선하고 있어요.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거나 여타 기술회사가 협력해서 내년 초반에는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개선하는 솔루션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이더리움 성능이 아직 게임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적지 않습니다. 이런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를 아실 겁니다. 토끼는 빠르고 거북이는 느리지만 경주 막바지에는 거북이가 이기는 이야기에요. 이더리움과 이오스의 이야기와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오스가 토끼이고, 이더리움이 거북이인 셈입니다.
게임회사를 스펙트럼으로 나열해 봤을 때 한 쪽 끝에는 넥슨이 있어요. 메이플스토리가 다른 게임에 비해 장애를 겪지 않는 이유는 넥슨이 중앙에서 늘 서버를 살피기 때문이에요. 이오스는 넥슨에 가까운 상황이라고 생각해요. 21개 회사(블록 생성자, BP)가 서버를 운영합니다. 21개의 자리가 계속 채워져 지속될지 미지수일 뿐더러 21명의 합의를 통해 시스템 전체가 멈출 수 있다면 이건 분산화 시스템의 본래 목적에 반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제가 크립토키티에 1만 달러를 썼는데 서버 측에서 갑자기 제 고양이를 동결하기로 한다면 누가 좋아하겠어요. 분명 중앙화 이슈가 있습니다.
반면, 이더리움은 그 스펙트럼에서 넥슨의 반대 쪽 끝에 있습니다. 수십만 대의 컴퓨터가 전 세계에 분산된 채 서버를 게임에 제공하고 있습니다. 시간을 두고 플랫폼을 안전하게 구축하면서 나중에도 해킹에 취약하지 않은 플랫폼을 지향해요. 분명 사용자는 편리하고 빠른 서비스를 원하지만, 그럼에도 이더리움이 최선이라고 판단하는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확장성 이슈 외에도 ‘블록체인상에서 뛰어난 게임을 구현하기 어렵다’는 의견은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까요.
저희는 크립토키티가 ‘소유하는 게임’이 되길 바랍니다.
크립토키티 자체는 블록체인상에서 구현한 굉장히 기본적인 형태의 게임입니다. 그리고 개발자들이 크립토키티를 기반으로 또 다른 게임을 구축할 수 있어요. 전 세계 약 50명의 개발자가 자발적으로 크립토키티 경주, 배틀 등등 더 다양한 게임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예컨대, 크립토키티 레이싱 게임을 떠올려 볼 수 있어요. 크립토키티에서 고양이를 가진 사람들이 키티레이스라는 게임으로 넘어와서 지갑 속 고양이를 경주에 참여시킬 수 있어요.
‘크립토키티가 리그오브레전드(LoL)보다 심심하다’는 사용자들에게 저는 “리그오브레전드가 용돈을 벌어주진 않고, 도리어 돈을 쓰게 하지 않나요”라고 되묻습니다. 대개 게임으로 돈을 버는 사람은 풀타임으로 일하는 프로게이머나 광고비를 받을 수 있는 상위 2~5% 게임 방송 스트리머에요.
블록체인 게임은 게임으로 돈을 버는 파이를 30%로 늘려주는 일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게임 안에서 경제를 구축할 수 있고, 사용자가 그 안에서 파트타임이나 풀타임으로 게임을 해 돈을 벌 수 있어요. 실제로 (적은 수지만) 몇몇 플레이어들이 크립토키티로 돈을 버는 실험을 하고 있고요.
-게임과 블록체인이 앞으로 어떤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시나요.
당연히 이 기술 자체는 여러 방면에서 쓰일 수 있죠. 대표적인 게 금융 인프라입니다. 은행 계좌가 없어서 저축이나 투자를 할 수 없는 이들을 도울 수 있을 겁니다. 분명 중요한 포인트죠.
하지만 길에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이것을 설명해주면 ‘쿨하다’고 생각할 수는 있어도 금세 잊어버릴지 몰라요. 혹은 ‘개발도상국에 블록체인이 도움이 된다’는 게 무슨 말인지 모르는 사람도 적잖을 거예요.
대퍼랩스, 크립토키티, 그리고 블록체인 게임은 블록체인 기술 자체를 알리는 하나의 창구가 됩니다. 페이스북이 처음 시작될 때는 대학생 커뮤니티를 위한 소셜미디어였어요. 미국 인구의 일부를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였죠. 게임회사는 페이스북 위에 게임을 올리기 시작했어요. 2009년 젠가(Zynga)가 펌빌(FarmVille)이라는 게임을 개발하면서 한때 페이스북 트래픽의 60~70%가 이 게임에 몰리기도 했습니다. 더 높은 연령층, 미국이 아닌 타 국가 사용자들을 페이스북에 불러들였고요.
페이스북이 플랫폼이고, 게임이 사용자에게 재미를 주는 수단이라면 크립토키티와 대퍼랩스가 블록체인상에서 비슷한 역할을 하지 않을까 싶어요. 대퍼랩스는 여러 사람에게 ‘블록체인을 통한 즐거운 경험’으로 가는 문이 되려 합니다.
더불어 크립토키티가 블록체인의 이미지를 바꿀 것이라는 기대도 있습니다. ‘비트코인’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나요.
-황금색 동그란 코인 중간에 ‘B’ 로고가 박혀있을 것 같아요.
그렇습니다. 반면 ‘블록체인’이라는 단어를 접하면 바로 떠오르는 이미지가 별로 없어요. 그래서 고양이가 블록체인의 마스코트가 되면 어떨까 합니다. 부모님이 블록체인은 몰라도 ‘아, 그 고양이!’라고 인식한다면 어떨까요.
크립토키티야말로 블록체인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익히는 가장 쉬운 방법입니다. 일단 크립토키티에 접속한 후 블록체인에서 트랜잭션을 만들며 플랫폼과 상호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더리움 가스비를 어떻게 조절하는지 등등도 익힐 수 있습니다.
크립토키티가 이더리움을 넘어서 ‘블록체인’이라고 할 때 연상되는 브랜드이길 바랍니다.
-크립토키티, 대퍼랩스의 계획을 말씀해 주세요.
대퍼랩스는 두 팀으로 구성됩니다. 크립토키티 외에도 할리우드, 스포츠 브랜드, 게임회사 등등을 대상으로 블록체인에 대해 교육하는 역할이 있습니다. 또한 기술과 사용자경험 모두를 고려한 ‘도구(tool)’을 개발하고자 합니다. 크립토키티가 겉보기엔 굉장히 단순하지만 뒤에선 복잡한 시스템이 굴러갑니다. 마치 자동차나 노트북처럼 말이죠. 크립토키티는 더 많은 플레이어를 확보해서 사용층을 늘리고자 노력할 겁니다. 사람들이 쉽게 접근하는 한편 기술적으로 고도화한 제품을 내놓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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