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 - 완벽하게 버무러지다.(스포가득)

in #kr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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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인상적인 것은 액션 씬. <시빌 워>의 액션은 환상적이다. 열 명이 넘는 히어로의 액션 비중은 상당히 깔끔하게 분배되고, 각 히어로들은 각각 자신들의 특징을 살려 최고의 플레이를 보여준다. 스토리도 중요하지만, 그래도 히어로물은 액션 아니겠어? 히어로물에서 만큼은 액션만 멋지면 어느 정도의 개연성 부족은 용서해줄 수 있다. <배트맨 v 슈퍼맨>은 그게 좀 심했고 그런 면에서 <시빌 워>의 액션은 이 영화의 모든 사소한 약점들에 대한 면죄부나 다름없다.

모든 전투씬이 평균 이상이지만, 가장 인상적인 액션씬은 공항전투와 후반부 캡틴아메리카 - 버키 - 아이언맨의 전투씬. 전 히어로가 참전한 공항전투씬은 다채롭게 전개된다. 비행 가능한 히어로들의 존재는 전투의 영역을 하늘까지 넓혀놨고, 앤트맨의 합류는 크기의 한계마저 뛰어넘었다. 공항 내외부에서 다채로운 스킬로 합을 겨루는데, 그 흐름이 경쾌하고 참신해서 오랜 전투에도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반대로 후반 부 캡틴아메리카, 버키, 아이언맨이 보여주는 전투씬은 경쾌함과는 거리가 멀다. 세 명이 싸워야하는 이유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그로 인해 그들의 전투에는 감정이 짙게 실려있다. 스파이더맨과 앤트맨이 유머를 첨가했던 공항전투와 달리, 후반부 전투씬은 상당히 비장미 넘치고 처절하다. 보는 우리도 그들의 감정을 느끼고 이해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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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합류한 히어로들도 매력적이다. 톰 홀랜드의 스파이더맨은 히어로 역할에 아직 미숙한 청소년 히어로를 제대로 연기해냈으며, 앤트맨과 함께 진지한 분위기의 이번 영화에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했다. 블랙팬서는 말 그대로 폭풍간지. 수트를 입지 않은 상태에도 진중한 포스를 뽐내는데, 수트 착용 후에는 아크로바틱한 전투 스타일을 선보이며 강력한 인상을 남긴다. 결말부에서는 모두가 개인적 감정에 휩쓸리는 순간에, 개인적 원한은 누르고 정도를 지키며 자신의 가치를 높인다. 히어로물 역사상 이로톡 매력있는 유색인종 히어로가 있었나 싶다. 두 개의 클립 영상을 통해 이 히어로들을 밀어주는 것은 덤

<시빌 워>의 장점은 밸런스를 너무 잘 맞췄다는 거다. 기존 영웅들도 많은데 여기에 적지 않은 비중의 히어로 2명이 더 끼어들었다. 그럼에도 대다수의 히어로들은 각각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한다. 잠깐 나왔던 호크아이조차 아이언맨의 위선을 꼬집어버리며 임팩트를 남긴다. 스토리는 스토리대로 전개하면서, 히어로들의 매력은 제대로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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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소 형제는 스토리를 전개하며 여러 번 관객을 낚는다. 소코비아 협정(117개국이 합의한 소코비아 협정에 따라 어벤져스를 UN 산하의 공식 조직으로 끌어들여 통제하려는 슈퍼히어로 등록제)은 영화의 전개에 큰 의미가 없다. 결과적으로 그들이 싸우는 원인은 협정 찬반의 여부 때문이 아니다. 싸움은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로 발생한다. 중요한 것은 협정을 대하는 히어로들의 인식이다. 아이언맨은 자신들의 행위에 무관하게 피해를 입는 사람들을 목도하고, 변수의 차단을 위한 집단적 규제의 필요성을 들며 협정에 찬성한다. 반대로 캡틴아메리카는 이 협정이 히어로의 판단을 제한하고 자유를 구속한다며 반대 입장에 선다.

영화 전반부를 통해 보여준 히어로들의 인식은 ‘버키’라는 존재를 통해 기묘하게 비벼진다. 규제의 필요성을 주창하던 아이언맨은 버키가 부모님을 죽인 존재라는 것을 알자 복수를 위해 달려든다. 그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스스로 변수가 되며 소코비아 협정의 문제점을 그대로 드러낸다. ‘옳은 일’에만 움직인다던 캡틴 아메리카에게, '자신이 죽인자 모두를 기억하는' 버키의 악행은 옳은 일인 걸까? 절대적일 것 같던 그의 신념도 버키란 존재 앞에서는 유지되지 못한다. 둘의 주장은 절대적이지 않고 상황에 따라 재해석된다.** 결국 협정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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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아메리카와 버키는 버키외의 윈터솔져가 5명이나 더 있음을 깨닫고 그들을 막기위해 시베리아로 간다. 그 둘을 보내기 위해 많은 히어로들이 패배하고 감옥에 가야했다. 관객들은 윈터솔저가 새로운 빌런이고, 이들과 대항하며 다시금 어밴저스가 단합할 거라 생각했다. 버키의 회상 속 강력한 윈터솔저의 모습은 더 많은 기대를 하게 만든다. 예상은 틀렸다. 5명의 윈터솔저는 냉동상태에서 허무하게 죽었고, 그들이 맞서야하는 빌런은 그들 자신이다. 전투 역시 세계평화 따위의 대의적 명제가 아닌, 개인적 감정으로 인해 발생한다. 세계평화는 개소리고, 전투는 그들이 내세운 가치관과 무관하다. 루소 형제는 우리를 한번 더 속였다.

<시빌 워>는 빌런에 맞서 대항하는 영화가 아니다. ‘스스로 파멸하게 만든다’는 제모 대령(제모 남작의 MCU 버전)의 말처럼, 그들은 스스로의 인식을 스스로 파괴하며 무너져간다. <저스티스의 시작>이 억지로 봉합하고 해피엔딩을 만들어냈다면, <시빌 워>는 영화 끝까지 대립하고 갈등하며 화해의 여지만 남겨둘 뿐이다. 무책임한 미봉책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모범적인 답안(블랙팬서)까지 만들어놨기에 관객은 이후의 스토리를 예측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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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잘 버무려진 영화다. 액션은 끝내주고 스토리도 깔끔하다. 중간 중간에 파놓은 함정은 작은 반전을 선사하기도 한다. 진중할 때는 진중하지만, 적재적소에 유머를 던짐으로써 영화의 분위기를 유지시킨다. 액션영화가 갖춰야할 모든 덕목이 잘 배치된 영화다.

약간의 개연성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긴 한다. <앤트맨>에서 팔콘과 조우했던 앤트맨이 캡틴아메리카로 합류하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은퇴후 뜬금 등장하는 호크아이나, 아이언맨이 스파이더맨을 어떻게 알고 섭외에 나섰는지는 설명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는 스토리 상 크게 중요한 부분이 아니며, 충분히 눈감아줄 수 있는 수준이다. 다만 영화가 초반 갈등을 통해 보여줬던 많은 논제들(자유와 질서의 충돌, 다수의 행복을 위한 소수의 희생 등)에 대해 확실한 답을 주지 않은 것에 대해 아쉬움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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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 간의 대립‘이란 점에서 <배트맨 v 슈퍼맨>과 비교될 수 밖에 없다. 두 작품은 유사점이 많다. 대립의 시작이 된 주제의식, 빌런의 전략 등 주요 부분에서 비슷한 점이 보인다. 그러나 이후의 전개나 히어로들의 매력을 보면 감독,아니 마블과 DC의 역량차이가 얼마나 나는 지를 알 수 있다. 3명에 불과한 히어로들의 관계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 DC와 달리, 마블은 열 명이 넘는 히어로들을 모두 부각시키는데 성공했다. 심지어 <배트맨 v 슈퍼맨> 영화 내내 등장했던 빌런 렉스 루터조차, 몇 번의 등장밖에 없던 제모대령보다 임팩트가 밀린다. DC와 마블의 대립, 현재까지는 마블의 압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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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네 친구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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