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일기] #1. 웬디의 기분
안녕하세요. @alicelee119 입니다. 편하게 앨리스라고 불러주시면 돼요.
여러분은 꿈을 자주 꾸시나요? 저는 일주일에 2~3번, 많으면 매일 꿈을 꿉니다.
꿈속의 말도 안되는 상황들, 현실불가능한 세상 속에서 헤매거나 아름다운 광경을 보고 감탄하기도 하고, 화나서 쉬익쉬익대며 일어나는 경우도 많습니다ㅎㅎ
잠에서 깨면 바로 꿈일기를 기록하는데요, 3월 12일의 꿈일기 2개를 공유해볼게요!
1. 웬디의 기분
피터팬은 원더랜드에서는 이미 소문이 자자한 양아치였다.
나는 웬디였는데 먼저 찾아와 꼬시는 눈빛을 날린 것도 피터팬이 먼저였고, 만나보자 말한 것도 피터팬이었다. 처음엔 어린 동생들 때문에 망설였지만 날아다니는 것도 재밌었고 무엇보다 원더랜드가 맘에 들었다. 따뜻한 계절과 야자수, 색색의 열대꽃과 과일들이 눈을 사로잡았다. 거기에 피터팬의 친절함도 한 몫했다.
결국 꼬심에 넘어간 나는 피터팬을 만나보기로 했다. 문제는 팅커벨이었다. 피터팬의 베프이자 소울메이트나 다름없는 오랜 친구 팅커벨...
사귀는 건 나랑 사귀는데 어째 팅커벨을 더 챙긴다. 시간이 갈수록 나는 완전 뒷전. 심지어 팅커벨은 피터팬을 좋아하는 티를 팍팍 내고 있는 상황이다. 저 여우를 어떻게 하지도 못하겠고ㅜㅠ 이쁘긴 또 엄청 이쁘게 생겨서 피터팬이 넘어가면 어쩌나 걱정과 불안만 늘어나고...
서운함이랑 짜증이 엄청나게 쌓이는데 어떻게 하지도 못하고 속앓이만 했다. 아 답답해
2. 한솔이가 시츄였어!
홍콩의 야시장으로 산책을 갔다. 홍콩 가본적 단 한번도 없는데;;
실컷 구경하고 돌아다니다 공원 의자에 앉았는데 어떤 아저씨가 완전 쪼끄만 애기 시츄와 산책을 나와 내 옆자리에 앉았다.
당시 개를 만질 기분은 아니었지만 쪼끄만 강아지가 내 다리에 털을 부벼오면서 친근하게 구니까 자꾸 눈길이 갔다. 결국 시츄를 안아올려 무릎에 앉혔는데 막상 안아주니까 도망치려고 용을 쓴다. 그러다가 적응됐는지 막 엄청 애교를 떨고 헥헥거리다가...
갑자기 내 치마 레깅스에 오줌을 쌌다;;;
당황한 나는 휴지를 찾았지만 개주인 아저씨는 그게 뭐 별거냐며 미적지근한 반응. 대신 내 옆자리에 있던 다른 분이 커다란 투명비닐을 다리에 얹어줬다. 개주인 아저씨는 어딘가 다녀오더니 이거밖에 없다며 달랑 휴지 한 조각, 한 장도 아니고 진짜 한 조각을 줬다. 그걸로 대충 닦고 (그때쯤엔 옷에 모두 흡수됐지만..) 비닐을 무릎위에 잘 올리고 다시 시츄를 안아올렸는데...
이*새끼가 날 보며 씨익 웃는거다.
뭐지? 하고 여러 생각이 들기 시작하는데 어떤 여자가 와서 강아지가 참 귀엽다며 먹이를 주고 싶단다. 그 말을 들은 시츄는 갑자기 한솔이로 변했다. 개일때도 원체 발톱이 길어서 다리를 자꾸 찌르는 게 거슬렸는데 사람으로 변한 한솔이의 손톱도 엄청 길고 뾰족했다. 한솔이가 도망가려고 하길래 손목을 붙잡고 따지기 시작했다.
-나한테 오줌은 왜 싸?
그러자 개주인 아저씨가 말했다.
-얘가 남자한텐 자꾸 오줌을 싸더라구~
-저는 치마레깅스 입고 있었는데요?!!!
하니까 옆에 여자가 근데 뭐 머리도 짧고.. 앨리스 너가 남자면 차라리 낫겠다고 하는거다. 아니, 이 사람들이 날 언제봤다고 막말이지; 어처구니가 없어지는 와중에 한솔이는 파워당당하게 외쳤다.
-레깅스 입어도 남자같아서 싼거야!
그 말을 듣자 좀 억울하고 꼭지가 돌았다. 계속 손목을 붙들고 못도망치게 하다가 깨버렸다.
음.. 다시 봐도 개꿈들이네요. 특히 2번째 꿈은 확실히 개꿈...
한솔이는 저의 친구입니다. 평소 아무 원한도 연락도 없는데 개의 모습으로 현신해 나타났어요;;
2개 모두 같은 날 밤에 꾼 꿈입니다.
이런 말도 안되는 꿈을 꾸는 이유는 뭘까요?
우리는 왜 꿈을 꿀까?
꿈의 원인에 관해서는 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많이 갈린다고 합니다.
그중에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가장 단순한 꿈의 정의는 낮시간에 있던 일(오늘, 최근, 이전을 모두 포함하여)에 대해 가졌던 감정 혹은 해결하지 못했던 것들을 뇌가 녹화하고 편집해 다시 재방송하는 과정 이라고 해요.
한마디로 현실에서 풀지 못한 숙제를 어떻게 해서든 무의식이 풀고자 하는 노력이 꿈으로 나타난다 는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가 꾼 꿈 내용을 분석하면 두 가지의 큰 흐름이 엿보입니다.
- 상대/특히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답답함
- 타인의 오해에 대한 억울함
돌아보면 저 때엔 관계에 대한 불안함이 있었어요.
제 말이 상대에게 안들리는 것 같고, 무슨 말을 해도 말이 안통하는 것 같아 소통의 어려움을 한참 느꼈을 때입니다.
꿈이 걱정 해소를 위해 꾸는 거란 이론으로 해석하면 비현실적인 공간이나 상황설정을 해서라도 감정을 풀어내려고 제 무의식이 엄청난 애를 쓴거라고 볼 수 있겠군요 (힘내라 무의식!ㅜㅜ)
꿈속에서 저처럼 답답한 상황을 마주했다면
혹시라도 내 마음속 깊은 불안이나 불안을 꽁꽁 싸매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봐야 할 것 같아요. 저는 깨자마자 녹차를 한 사발 드링킹 했다는... 😭
글 밑에 여백이 엄청나게 많이 남는데 수정눌러서 다시해도 수정이 안되네요 허잉;;
꿈은 정말 다양하게 꾸는 거 같아요.
깨고 나면 기억안나기도 하고.... 기억나도 어이없는 게 대부분이고...
무엇보다 "양아치"피터팬에서 빵터졌습니다. 글솜씨 좋으세요.
앞으로도 꿈을 주제로 하는 내용 기대하겠습니다 :)
재밌게 읽으셨다니 다행입니다!
(원더랜드의 제일가는 날라리...피터팬..크으ㅜㅠ)
꿈은 정말 순서대로 진행되는게 거의 없다시피 한거같아요.
근데 꿈속에선 그 어이없는 논리에 설득당한다는 게 너무 신신기하죠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