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리 마을을 걷다 제주 하도리
햇빛이 쨍한 날 하도리 마을을 걸었다.
김녕에서 시작하는 동쪽 해안도로, 마지막 해변이 있는 마을 하도리.
여름이면 문주란이 하얗게 섬을 덮는 토끼섬이 있는 마을 하도리.
토끼섬을 좋아해서 하도리까지 자주 드라이브를 했어도 하도리 마을을 반나절 이상 걸어본 적은 처
음이다.
물론 이 마을도 올레길이 지나는 코스지만 이번처럼 온전히 마을만을 걸어보는 것은 느낌이 또 다르
다.
언젠가부터 나의 제주 여행은 한 군데로 집약되어 있다.
많게가 아니라 깊게라 할까.
3년을 제주 구석구석 다녔더니 더 이상 안 가본 곳, 못 본 것이 드무니(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제
주는 새로운 것들이 기다린다) 이제는 어디를 가면 오래 머무는 걸 넘어 그곳 한 군데, 그것 하나로
시작하고 끝내고 싶은 편이다.
개론을 훑었으니 본문을 하나하나 정독하는 것과 같달까.
그것은 더 특별하고 더 강렬하게, 오래 남는다.
그곳에서 항상 그림을 그려서이기도 하다.
그림도 한 장으로 끝내면 더 '깊게' 그려질 텐데 나는 아직 깊게 그리고 싶다고 깊이 그릴 수 있는 것
이 아니라서 가능하면 그곳에서 여러 장의 그림을 남기고 싶어한다.
가능하면 그 마을에서 밥을 먹거나 차를 마시고 더욱 가능하다면 그곳에서 하룻밤이라도 머물고 싶
다.
그렇게 한곳에 오래 머물러야 온전히 '나의 여행'으로 남는다.
김녕 성세기 해변이 있는 김녕 마을을 오래, 깊게 걸었듯 하도리 마을도 걸었다.
('리'와 마을은 같은 뜻의 단어라 원래는 하도 마을이 바른 맞춤법인데 어떤 마을들은 이렇게 꼭
'리'를 붙이고 싶다.)
하도리의 지역 경계는 아주 커서 끝에서 끝까지 걷는 것보다 '하도'라는 커다랗고 하얀 글자로 만든
조각이 있는 방파제가 있는 마을을 구석구석 걸었다.
월정리가 육지의 대천 해수욕장만큼 복잡해지더니 그 옆 마을들도 차츰차츰 카페와 식당, 게스트하
우스가 들어서고 있다.
그 해안도로의 맨 끝에 있는 하도리는 아직 조용하다.
걷는 동안 마을 사람을 겨우 두셋 마주쳤을 뿐이고 개들은 돌담 안에서 컹컹 짖어댄다.
아주 더운 날이었는데 나무 한 그루 없는 바닷가 마을, 쨍한 바닷가 마을 하도리의 골목을 이리저리
걸으며 사진을 찍었는데 햇빛이 좋은 날이라 사진들이 하나같이 마음에 든다.
사진의 8할은 하늘, 맑은 하늘 아래서는 평범한 슬레이트 지붕도 검은 돌담도 그림처럼 예쁘다.
차를 타고 동쪽 끝 철새 도래지가 있는 곳의 하도리 마을도 걸었다.
드디어 그곳에서 커다란 나무를 발견하고 쉬었다 갈 겸 간단히 그림 한 장을 남겼다.
쨍한 햇빛 탓인가.
시원한 터키 블루(스케치잉크 마를린)로 스케치를 했다.
나무 그늘만도 시원한데 바람이 불었다.
고마웠다
18-196 하도리 (다니엘 스미스 수채물감 / 뮤즈 터치 II 230g)
하도리 마을은 소박하고 다정하고 조용하고 평안하다.
그리고 참 예쁘다.
그래서 좀 더 많은 그림을 그리고 싶다.
18-204 하도리 (코모레비 수채물감 / 하네뮬레 워터컬러 200g)
덧.
지난 김녕 마을처럼 하도리 마을도 그리고 싶은 이웃님들은 얼마든지 그리셔도 됩니다.
저도 기쁘고 환영할 일입니다.
아름다운 제주 마을들이 널리 알려지는 것.
단, 사진 출처는 꼭 밝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특히 그림 수업 자료로 쓰실 때나 책에 실을 때도 부탁드립니다.
잘 찍은 것도 보정을 한 사진도 아닌 그저 그런 사진이라 전에는 별 생각 없이 마음껏 가져가 쓰시라 했는데 생각해 보니 사
진이란 건 질만큼 '그 사람'이 바라본 시선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그저 그런 사진에도 저작권이 있다는 거죠.
(jjangjjangman 태그 사용시 댓글을 남깁니다.)
호출에 감사드립니다! 즐거운 스티밋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