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이 법정화폐를 대신할 수 있나

in #kr7 years ago

비트코인이 특별한 지위를 갖게 된 것은 화폐의 어떤 기능을 아주 훌륭하고 독창적으로 구현했기 때문이다. 바로 ‘지급결제’다. 지급결제란, ‘내 돈’의 소유권이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는 사건이다. 매우 단순해 보이지만, 사실은 복잡하고 까다로운 일이다. 가장 단순한 지급결제는, 당신이 ‘실물 현금(한국은행권)’을 가게에 들고 가서 음료수나 과자 같은 물품을 구입할 때 벌어진다. 고객과 가게 주인이 현실 공간에서 얼굴을 마주보며 실물 현금과 물품을 바꾸는 이 사건에는, 중개인이 필요 없다.

지급결제가 복잡하고 까다로운 사건이 된 이유는, 상당수의 지급이 전자거래 시스템을 통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예컨대 회사원 A씨는 언제부터인가 실물 현금을 시내의 서점으로 들고 가서 책을 구입하지 않는다. 자신의 B은행 계정에서 인터넷 서점 C사의 D은행 계정으로 송금하면 그만이다. 얼핏 보기엔 A씨와 C사가 직접 거래하는 듯하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 A씨가 B은행 계정에 보관 중이라고 생각하는 돈은 실물 현금이 아니다. B은행이 A씨의 입출금 내역을 시간대별로 담은 ‘디지털 숫자’일 뿐이다. ‘A씨 회사로부터 300만원이 입금되었는데, 100만원은 냉장고 구입으로 출금되고, 100만원은 부모에게 송금되어 현재 100만원이 남아 있다’라고 적혀 있다. 일종의 ‘장부’다. A씨가 10만원을 C사로 송금할 때 실제로 벌어지는 일은 ‘내 장부의 디지털 숫자에서 10만원을 빼라’고 B은행에 통보하는 것이다. B은행은 우선 A씨 장부의 디지털 숫자가 ‘10만원 이상’인지 확인한다. 잔금보다 더 많은 돈을 송금할 수는 없다. A씨 장부의 잔금은 100만원이므로 ‘10만원 지급’이 ‘승인’된다. 이로써 A씨 계정의 디지털 숫자는 90만원으로 변경된다. 이와 반대로, C사의 D은행 계정 기록에는 10만원이 추가된다. 아직 지급결제 절차가 완료된 것은 아니다. A씨가 B은행에, C사가 D은행에 계정을 가진 것과 마찬가지로, B은행과 D은행 역시 중앙은행에 계정을 갖고 있다. A씨의 서적 구입으로 시작된 지급결제는, 중앙은행이 B은행의 디지털 숫자에서 10만원을 빼고 D은행의 디지털 숫자에 10만원을 더해줌으로써 완료된다.

Coin Marketplace

STEEM 0.18
TRX 0.15
JST 0.029
BTC 63193.07
ETH 2456.90
USDT 1.00
SBD 2.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