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무사히

얼마 전부터 보고 싶어진 사람이 있다. 보고 싶지만 이미 자주 봤고, 언젠가 됐든 확실히 볼 사람이기 때문에 당장 보지 않아도 좋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엔 생각보다 못 본 기간이 길어진다. 그래서 내가 찾아가 볼까? 하는 생각을 며칠 전부터 하고 있다. (우리의 암묵적인 패턴은 그 사람이 시간 날 때 내가 있는 곳으로 찾아오는 것)

오늘은 저녁 9시에 친구의 작업실에 놀러 가기로 했다. 체력도 약하고 일찍 자는 나로서는 저녁 9시에 시작되는 약속이 엄청난 부담이다. 심지어 친구의 작업실은 꽤 멀어 첫차를 타고 돌아올 비장한 각오까지도 하고 가야 한다.

친구의 작업실에 가는 이유는 유튜브 컨텐츠와 관련된 일이다. 작업실을 찾아가 친구와 놀고, 한 번 더 찾아가 작업물을 만드는 게 우리가 회의한 컨텐츠의 방향이었다. 유튜브 친구들을 내 친구의 작업실에 데려가는 것도, 나의 모습과 말이 카메라에 담기는 것도, 작업을 하는 일도 죄다 부담되는 일뿐이다.

어제는 그 스케줄 조정과 관련해서 작업실 주인인 피아니스트와 통화했다. 우리의 생각을 말했더니 예의 그 나른한 목소리로 "재밌겠는데요?"라고 답했다. 돈을 주는 것도 아니고, 구독자가 많지도 않아 고급 인력의 시간과 장소를 뺏는다는 생각마저 했는데 그 말 한마디로 미안함이 사라지는 듯했다. 아, 우리는 음악가이기 전에 친구였지!

작업 얘기에서 다시 한번 "재밌겠는데요?"라는 말이 나왔다. 그 뒤에 친구는 "우리는 뭐 금방 만들잖아요"라고 했다. 그 말이 위로가 됐다. 우리는 금방 만들 수 있다. 우리는 금방 만들 수 있다. 나는 금방 만들 수 없어도, 친구가 있다면 금방 만들 수 있다. 친구와 함께라면 좀 부족해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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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와서,

그래서 오늘은 보고 싶은 지인을 보러 기차를 타고 다녀오기로 했다. 지방에 다녀와 저녁 늦게 다시 멀리 나가는 일은 큰 도전이다. 그래도 당찬 포부를 썼으니 짧게라도 다녀올 생각이다. 순간의 감정에 충실하기. 모든 제약을 없애기. 절대로 철들지 말기. 생각 없(어보이)는 날들 유지해보기. 당분간은 이게 내 모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