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든 • 손

in #steemzzangyesterday

희끗희끗 반백으로 늙은 겨울산에
개동백이 봄을 켜면
보릿잎이 손가락에 침을 발라
밭이랑에 구멍을 냈다

잠 든 토끼의 등처럼 야트막한 동산
이파리를 기다릴 사이도 없이
진달래가 얼굴을 내밀고 아이들을 불렀다

꽃을 머리에 꽂은 아이들을 따라
산을 내려온 진달래
빛깔 고운 화전이 되고
어둠 속에서 두견주라는 이름을 기다렸다

봄이 오고 다시 꽃이 피는 걸 잊어버린
눈 먼 목련나무만 우두커니 서서
그림자를 묻고 있었다

image.png

진달래꽃 / 김소월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우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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